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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불개미 연구에서 배우는 농업 해충 방제 방안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2026-08-20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침입외래종이다. 크기는 작지만 공격성이 강하고 번식과 확산 능력이 뛰어나 농업과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준다. 잡식성인 붉은불개미는 곤충과 작은 동물을 공격하고 식물의 종자와 열매, 뿌리 등도 먹는다. 농경지에 정착하면 작물 피해와 함께 토양생태계와 농작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에게도 위협적이다. 붉은불개미는 둥지가 자극받으면 많은 일개미가 집단적으로 공격한다. 피부를 턱으로 붙잡은 뒤 복부의 침으로 독을 주입하기 때문에 쏘인 부위에는 타는 듯한 통증과 물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사람에게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농경지에 확산되면 농업인이 작물을 관리하면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붉은불개미가 발생한 국가에서는 미끼형 살충제 등 여러 방제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개미 사회가 어떤 원리로 유지되는지를 알면 기존과 다른 해충 방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이 붉은불개미의 ‘사회성 염색체(social chromosome)’ 연구이다. 붉은불개미는 하나의 종 안에서도 여왕개미 한 마리가 번식하는 단여왕형과 여러 여왕개미가 함께 존재하는 다여왕형이라는 서로 다른 사회 형태를 보인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차이가 특정 염색체 영역의 유전적 차이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심은 여러 유전자가 하나의 단위처럼 함께 유전되는 ‘슈퍼유전자(supergene)’이다. 2013년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붉은불개미의 사회조직과 관련된 거대한 슈퍼유전자 영역이 확인됐다. 이 영역은 재조합이 억제되어 여러 유전자가 하나의 묶음처럼 전달되는 특징을 가진다. 붉은불개미에서는 SB와 Sb로 구분되는 사회성 염색체의 차이가 단여왕형과 다여왕형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농업 해충 방제 측면에서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개미 사회에서 냄새가 일종의 신분증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일개미는 몸 표면의 화학물질과 더듬이를 통한 후각 정보로 같은 군체의 구성원과 외부 개체를 구별하고 여왕개미의 상태도 인식한다. 따라서 냄새를 감지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이해하면 개미 군체의 행동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과정에 관여하는 후각결합단백질(odorant-binding protein)과 체표 화학물질 등을 조사해 왔다. 후각결합단백질은 외부의 냄새 분자를 후각수용체까지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특정 유전자형의 일개미에서 특정 후각결합단백질의 발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사회적 냄새 인식과 유전적 차이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왕개미의 체표에 존재하는 탄화수소 등의 화학물질도 중요하다. 일개미에게 여왕개미의 냄새는 상대가 어떤 개체이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화학적 정보가 된다. 이러한 신호와 이를 감지하는 후각 체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해충의 의사소통과 행동을 이용한 새로운 방제 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일개미가 여왕개미의 화학적 신호를 다르게 인식하도록 유도하거나 군체 구성원 사이의 인식 체계를 교란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살충성분으로 개체를 직접 제거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방제가 가능하다. 개미가 서로를 인식하고 군체를 유지하는 생물학적 체계를 방제의 표적으로 삼는 것이다. 농업현장에서 활용하려면 효과와 지속성, 비표적 생물에 대한 영향, 환경안전성 등에 관한 충분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붉은불개미 연구는 다른 농업 해충의 방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 해충은 각각 먹이와 짝을 찾고, 산란 장소를 선택하며, 같은 종의 개체와 정보를 주고받는 고유한 행동 특성을 갖고 있다. 어떤 곤충은 성페로몬으로 짝을 찾고, 어떤 곤충은 집합페로몬을 이용해 먹이나 서식 장소에 모인다. 기주식물이 내는 냄새를 따라 이동하거나 특정 파장과 색에 반응하는 해충도 있다. 이러한 생태와 행동 특성은 모두 방제에 활용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미 농업에서는 성페로몬을 이용한 예찰과 교미교란, 유인물질을 이용한 포획, 천적을 활용한 생물적 방제 등 해충의 생태와 행동을 이용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유전체와 후각수용체, 화학적 의사소통 연구가 발전하면 특정 해충의 행동을 더욱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제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붉은불개미 연구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점은 해충의 약점을 찾는 출발점이 그들의 생태와 행동을 깊이 이해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어떤 냄새에 반응하는지, 동료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번식과 군집 형성에 어떤 신호를 이용하는지를 알면 그 과정 자체를 방제에 활용할 수 있다.

  

농업 해충 방제도 해충을 제거하는 기술과 함께 행동과 생태적 특성을 정밀하게 이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붉은불개미의 사회성, 유전자, 후각과 화학적 신호에 관한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해충의 생존과 번식, 의사소통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은 보다 정밀하고 선택적인 농업 해충 방제 방안을 찾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農傳媒. 2026. 人蟻大戰出奇招:解碼紅火蟻超級基因,開啟防治餌藥新方向. 農傳媒(2024.5.30.)

허북구. 2026. 꿀벌과 양봉산업을 위협하는 외래해충, 대만의 신속한 대응.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8.19).

허북구. 2023. 꿀벌 바이러스의 구조 해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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