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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전남농업 문화자원의 보고 2026-06-16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오늘은 음력 5월 5일 단오(端午)을 앞두고 있다. 단오는 설날,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시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단오의 ‘단(端)’은 처음 또는 첫 번째를 뜻하고, ‘오(午)’는 다섯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오는 초닷새를 뜻한다. 고대 중국의 음양사상에서는 홀수를 양수(陽數)로 여겼는데, 홀수의 달과 홀수의 날이 겹치는 날을 특별한 날로 보았다. 그 가운데 음력 5월 5일은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로 여겨졌으며, 우리 조상들은 이날을 맞아 다양한 의례와 풍속을 행하였다.

 

단오는 흔히 그네뛰기, 씨름, 창포물에 머리 감기, 수리취떡 먹기 등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최근 전라남도농업박물관에서도 수리취떡 만들기와 시식, 창포 샴푸바 만들기, 창포물 머리 감기 등의 체험행사를 마련하였다. 단오 문화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이다.

 

그러나 단오와 관련된 풍속은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문헌에 기록된 내용과 실제 지역 주민들이 행했던 풍속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10여 년 전 나주지역 고령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단오 풍속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는 응답자는 거의 없었다. 창포 자체를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반면 단옷날 새벽에 상추밭에 맺힌 이슬을 바가지에 받아 얼굴에 바르거나 마셨다는 이야기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배나무 잎이나 벼 잎에 맺힌 이슬을 이용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른바 ‘상추이슬 분바르기’ 풍속이다. 조상들은 이슬이 순수함과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단오 새벽에 이슬을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고와지고 버짐을 예방하며 땀띠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실제로 응답자들 대부분은 어머니나 할머니의 권유로 어린 시절 이러한 풍속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하였다.

 

머리 감기 역시 창포만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단옷날에는 아무 풀이나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약이 된다고 믿어 다양한 식물을 활용하였다. 심지어 상추 이슬을 받아 머리를 감거나 특별한 샘물에서 머리를 감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문헌 속 단오와 생활 속 단오가 반드시 같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떡 문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흔히 단오떡 하면 수리취떡을 떠올린다. 하지만 『동국세시기』와 『경도잡지』 등에서는 단옷날 쑥을 넣어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수릿날이라는 이름도 수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는 수리취떡이라는 이름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나주를 비롯한 남도지역의 고령자들을 조사했을 때 수리취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분대, 분추, 번추 등으로 불렀다. 알고 보니 그것이 지금의 수리취였다. 즉, 같은 식물이라도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달랐고 이용 방식도 달랐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단오떡의 재료에 대한 논란이다. 중국과 일본의 고문헌에 등장하는 애(艾)가 오늘날의 쑥인지, 떡쑥(제비쑥)인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다. 발해에서도 5월 5일에 쑥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다만 그것이 현재 우리가 말하는 쑥인지, 남도에서 제비쑥이나 서리쑥이라 불렀던 떡쑥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오 풍속을 단순히 전통문화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의 농업문화자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음식과 세시풍속을 관광자원과 체험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관습적으로 사용했던 식물에 대해 성분 분석을 실시하고 화장품, 건강식품, 체험상품으로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남 역시 가능성이 크다. 수리취와 제비쑥, 창포, 상추, 배나무 잎, 벼 이슬 등 단오와 관련된 농업자원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여기에 지역별로 전승되어 온 생활 풍속과 이야기를 결합하면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헌에 기록된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지역에서 전해져 온 생활문화와 결합하는 일이다.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다. 농업에는 음식과 약초, 생활기술, 세시풍속, 공동체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단오는 그러한 농업문화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사라져 가는 풍속을 조사하고 기록하며, 지역 특성에 맞게 재해석하여 새로운 농업 상품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오를 맞아 수리취떡과 창포물만 떠올릴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는 어떤 단오 문화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남 곳곳에 남아 있는 단오의 기억은 농업과 문화, 관광을 연결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쑥떡, 제비쑥떡, 수리취떡 중 남도의 단오떡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1-06-14).

허북구. 2020. 화순 수리취, 누구에게 기술을 배워야 하나?.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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