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과정의 공청회와 도의회, 농업계에서는 ‘광주 쏠림’과 ‘농촌 소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러한 우려는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추진할 통합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 출범 과정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최근 출범한 통합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시민주권, 산업경제, 과학기술, 도시공간, 문화관광, 보건복지 등 7개 분과로 구성되었지만 농업·농촌을 전담하는 분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원 구성에서도 농정 전반을 다룰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농업과 관련된 인사로 참여한 교수의 전공과 활동 영역 역시 농정이나 농촌정책 분야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통합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부터 ‘농업 홀대론’이 계속 회자되고 있다. ‘농업 홀대론’은 단순히 특정 산업의 이해관계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과정에서 농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는 곧 전남이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과 직결된다.
전남의 역사와 경제, 지역 정체성을 생각할 때 농업 홀대론은 결국 전남 배제론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 분야가 아니다. 전남은 대한민국 최대의 농업 생산기지이며 농업과 농촌은 전남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다. 전남의 시군 가운데 상당수는 농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으며 농업 관련 생산·가공·유통·관광 산업이 지역 일자리와 소득을 떠받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특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인수위에 농업·농촌 분과조차 없다는 것은 상징적으로도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최근 공개된 조직개편안 역시 농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통합특별시 행정조직은 4실 7본부 24국 체제로 설계되었는데 농업은 경제농림부시장 산하 농수산본부에 배치되었다. 현재 전라남도의 농축산식품국과 해양수산국을 통합한 형태다.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는 조직 통합이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상징성과 정책 우선순위 그리고 정책 내용이다. 전남의 농업과 수산업은 규모와 정책 수요, 현장 조직, 산업 구조가 각각 독립적인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본부로 묶고 경제 분야의 하위 영역으로 배치할 경우 농업 정책의 독자성과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현재의 농수산업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규모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으나 통합시의 정책에서 전후방 산업까지 육성하게 되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며 미래산업으로서 발전 가능성도 크다. 사실 전남과 광주의 행정통합이 추진된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생 발전이다. 광주는 도시의 인프라와 산업 역량을 가지고 있고 전남은 농업과 농촌, 해양자원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양 지역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자는 것이 통합의 핵심 논리였다. 그런데 만약 통합 이후 정책의 중심이 인공지능, 반도체, 미래산업, 도시개발 분야에만 집중되고 농업과 농촌이 후순위로 밀려난다면 통합의 명분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광주의 강점만 부각되고 전남의 핵심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통합은 상생이 아니라 흡수 통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전남도민들은 농업 문제를 넘어 지역 자체가 흡수되거나 배제되고 있다는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전남의 뿌리는 농업이다. 농업을 빼고 전남을 설명하기 어렵다. 전남의 식량 생산 기반과 농촌 공동체, 농업 문화는 단순한 산업 자원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따라서 농업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은 곧 전남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통합특별시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K-푸드 산업 역시 농업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농산물 생산 기반이 있어야 식품산업도 성장할 수 있고, 농촌이 있어야 농업의 전후방산업이 육성되고 농촌관광, 농촌융복합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첨단산업과 농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육성해야 할 양축이다. 특히 농업을 기반으로 한 전후방 산업 육성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미래산업과의 융합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필자는 그동안 본 전남인터넷신문 칼럼을 통해 해외의 행정통합 사례에서 드러난 농촌 문제를 수차례 언급했다. 통합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통합특별시 행정조직의 설계 등을 감안하면 해외의 행정통합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농촌의 정치적·행정적 대표성 약화 ▲민원·지원·농지행정 접근성 악화 ▲예산과 인허가의 도시 편향 ▲농업 전문 인력과 조직의 축소 ▲요금·세금·부담의 체감 증가 ▲토지이용·농지보전 등 계획 체계 통합 과정의 충돌과 공백 ▲지역 정체성과 마을 공동체 기능의 약화 등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농업이 홀대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이는 곧 전남이 배제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통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래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뿐만 아니라 농업의 전략적 육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 역시 인공지능·반도체 등 미래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전남의 뿌리인 농업을 존중하고 농촌의 가치를 통합특별시 발전전략 속에 분명하게 담아낼 때 비로소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진정한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농업, 전후방산업 육성에서 답을 찾자.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06-10).
허북구. 2026. 전남·광주 통합, 농업의 미래를 빅데이터로 먼저 시뮬레이션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30.).
허북구. 2026. 광주·전남 통합의 빛과 그림자, 전남 농업의 자리.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22.).
西原純. 2016. 平成の大合併後の自治体行政および地方都市の現状とあり方. 地理科学 71(3):8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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