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다양한 수국 품종을 개발해 왔다. 최근 열린 고양국제꽃박람회 화훼 신품종 콘테스트에서는 자체 개발한 ‘핑크유(PinkU)’ 등 수국 품종들이 3관왕을 차지해 전남 화훼 육종 기술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수국은 단순히 아름다운 꽃이라는 측면만으로 보기에는 아까운 식물이다. 꽃 자체의 상품성과 경관 가치도 크지만, 농업과 환경, 관광과 스토리텔링까지 연결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수국은 대표적인 토양 반응 식물(indicator plant)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색 계열, 중성이나 약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분홍이나 붉은색 계열의 꽃을 띠는 경향이 있다. 이는 토양 속 알루미늄 이온의 흡수 정도와 관련이 있는데,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토양 상태가 꽃 색으로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수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토양의 성질을 꽃 색으로 보여주는 식물인 셈이다.
토양의 pH는 작물의 생육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작물은 산성 토양을 좋아하고, 어떤 작물은 중성이나 약알칼리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농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 토양 산도를 조절하지만, 일반 소비자나 관광객은 토양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때 수국은 매우 흥미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꽃 색만으로도 농장의 토양 특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남농업기술원에서 pH에 민감한 수국 품종을 육성한 다음 농가에 보급하면 농가들은 농장에 몇 그루를 심어두고 농장의 pH 파악에 활용할 수가 있다.
일본 농촌에서는 논둑과 계단식 논 주변, 산촌 도로변에 수국을 대규모로 심는 사례가 많다. 대부분은 경관용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푸른 수국이 많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리 지역은 비가 많고 산성 토양이 흔하다”라는 이야기를 관광 해설과 연결하기도 한다. 단순히 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흙과 기후, 농업의 특징까지 함께 설명하는 것이다. 수국은 경관식물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자연환경을 이야기하는 매개체가 된다.
차 산업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충분히 가능하다. 흔히 “차는 토양의 맛을 마시는 작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로 차나무는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대표적인 작물이며, 적정 산성 토양은 차나무의 생육과 성분 형성에 유리해 향미 품질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차밭의 토양 상태를 직접 볼 수 없다. 만약 차밭 주변에 푸른 수국이 심겨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차는 산성 토양에서 자란다”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수국의 색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차의 특성과 연결되는 설명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 프랑스 샹파뉴와 부르고뉴, 스페인 리오하 같은 지역은 석회질 토양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토양은 포도의 산도와 향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석회질 토양이 많은 포도농장에 수국을 심어 두고 꽃 색의 변화를 이야기와 연결한다면, 소비자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토양과 기후, 농장의 특징까지 함께 경험하게 된다. 최근 농업은 단순히 생산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는데, 결국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상품만이 아니라 그 상품에 담긴 이야기와 감성이다.
이런 점에서 수국은 6차산업과도 연결 가능성이 크다. 농업 생산에 가공과 관광, 문화와 체험이 결합되는 시대에 수국은 단순한 화훼를 넘어 농업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수국 길과 계절 축제는 사람을 머물게 하고, 농장 주변의 수국 풍경은 사진과 감성을 소비하는 시대의 관광 콘텐츠가 된다. 여기에 토양과 작물의 관계, 지역 농산물의 특성까지 연결된다면 단순한 꽃 구경을 넘어 농업 자체가 하나의 체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전남은 차와 친환경농업, 정원문화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여기에 수국을 결합한다면 단순 생산농업을 넘어 ‘보여주는 농업’, ‘설명하는 농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수국은 농가가 토양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지표 식물로 활용될 수 있고, 소비자에게는 농산물의 재배 환경과 품질 특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자원이 될 수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토양과 농업의 특성을 꽃 색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농업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전남도농업기술원도 아름다운 화훼 품종 개발뿐 아니라 토양 반응성에 민감한 수국 품종의 육성과 활용 연구까지 함께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가에서는 이를 토양 상태를 파악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하고, 지역에서는 농산물의 재배 특성과 품질을 설명하는 시각적 스토리 자원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국이 토양과 작물의 관계를 꽃 색으로 보여주는 식물로 활용된다면, 전남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도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3. 커피 찌꺼기와 청색 수국.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12.21.).
허북구. 2023. 수국꽃과 전남 지자체 관광정책 순발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6.22.).
허북구. 2022. 미국 수국, 아나벨리.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2.7.19.).
허북구. 2021. 일본 고치시 하루노마을의 수국 이야기.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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