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농업으로 이해되지만, 그 의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농업이 자연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치유농업은 결국 지구와 환경을 함께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실천이 뒤따를 때 치유농업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사회적 명분과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치유농업 현장의 운영을 살펴보면, 편리성을 이유로 이러한 방향과 어긋나는 모습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특히 음식치유 프로그램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 사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락 형태의 제공, 간편한 정리, 위생 관리의 용이성 등을 이유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결과는 치유농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상충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치유를 이야기하는 현장에서 다량의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장면은 참여자에게 모순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휴식과 회복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마주하는 상황은 경험의 일관성을 깨뜨린다. 치유는 감각과 정서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데, 이러한 불일치는 참여자의 몰입을 저해하고 프로그램의 의미를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운영의 입장에서 보면 일회용품의 사용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준비와 정리가 간편하고, 인력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위생 관리에 대한 불안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현실적인 선택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성은 단기적인 효율에 해당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운영의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
음식치유의 본질은 ‘농장–조리–식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재료를 다루고, 조리하고, 함께 나누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그런데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이 제공되는 방식은 이러한 과정을 축소시키거나 생략하게 만든다. 참여자는 소비자로 머무르게 되고, 경험은 단순한 섭취로 축소된다. 이는 음식치유가 지향하는 참여와 관계 형성의 구조와도 맞지 않는다.
또한 다회용 식기와 조리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치유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릇을 놓고, 음식을 담고, 식탁을 정리하는 일련의 행동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구조를 형성하며, 참여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쌓여 프로그램의 리듬을 만들고, 참여자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면 일회용품 중심의 운영은 이러한 과정을 단순화시키고, 경험의 밀도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는 분명하다.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은 사용 이후 대부분 폐기되며, 자연으로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치유농업이 자연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폐기물의 지속적인 발생은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치유농업이 환경과의 조화를 이야기한다면, 운영 방식 또한 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음식치유 현장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상황에서 완전한 배제를 요구하기보다는, 가능한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다회용 식기의 도입, 간소하지만 반복 가능한 식탁 구성, 지역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와 도구의 활용 등은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운영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선택을 넘어, 음식치유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과 연결된 경험, 손을 사용하는 과정, 함께 준비하고 정리하는 흐름은 참여자의 감각과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자극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이고, 치유 효과를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사람을 치유하는 농업이 자연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작은 실천이라도 환경을 고려한 운영이 지속될 때, 치유농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그러므로 음식치유에서의 일회용품 문제는 단순한 운영상의 선택이 아니라, 치유농업의 방향을 묻는 질문이다. 편리함을 앞세운 운영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 그리고 경험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나아갈 때, 음식치유는 비로소 이름에 걸맞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음 식치유에서 진단과 프로그램 설계.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4.21.).
허북구. 2025. 치유농업 음식치유에서 안전관리.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4.13.).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의 수익모델과 치유관광.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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