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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포지스의 다중미주신경이론과 치유농업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2026-04-25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을 현장에서 대상자들의 반응은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난이도만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다. 같은 프로그램,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대상자에 따라 금세 편안해지거나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이론이 바로 스티븐 포지스(Stephen Porges)가 제시한 다중미주신경이론(Polyvagal Theory)이다.

 

스티븐 포지스는 1945년 미국에서 태어난 신경과학자이자 심리생리학자이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로욜라대학(Loyola University Chicago)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이후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생리심리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 캠퍼스 등을 거쳐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자율신경계와 정서 반응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그의 연구는 기존의 자율신경계 이해를 확장하며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영향력이 크다. 이 이론은 인간의 신경계가 단순히 ‘긴장-이완’의 이분법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신경계를 중심으로 반응한다고 본다. 첫째는 안전과 연결을 느끼는 상태(복측 미주신경계, ventral vagal complex), 둘째는 위협에 대응하는 긴장 상태(교감신경계, sympathetic), 셋째는 극도의 위협에서 나타나는 위축 상태(배측 미주신경계, dorsal vagal complex)이다. 이 세 상태는 의지로 조절되기보다 환경과 관계 속에서 자동적으로 전환된다.

 

치유농업의 현장은 이 세 가지 신경계 반응 체계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낯선 농장에 도착한 참여자는 처음에는 경계 상태에 머무르기 쉽다. 낯선 사람, 낯선 공간, 낯선 활동이 동시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단순히 ‘즐겁게 참여하라’라고 유도하는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신경계가 안전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활동도 충분한 몰입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중미주신경이론은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다. 치유는 프로그램의 내용 이전에 ‘안전의 감각’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농장의 진입로, 안내 방식, 첫 인사, 공간의 정돈 상태는 모두 신경계가 환경을 평가하는 단서가 된다. 정리된 공간, 부드러운 안내, 예측 가능한 흐름은 참여자의 긴장을 낮추고, 점차 안정 상태로 이동하게 만든다.

 

특히 음식이 결합되는 치유농업에서는 이 전환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함께 식탁을 준비하고 음식을 나누는 과정은 신경계에 강한 신호를 준다. 따뜻한 음식,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 일정한 리듬의 조리 과정은 신체의 긴장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 말의 속도, 식사의 분위기가 더해지면 안정 상태는 더욱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다. 활동이 너무 빠르게 전개되거나, 다음 단계가 불분명하면 참여자는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가기 쉽다. 반대로 흐름이 자연스럽고 다음 단계가 예상될 때, 참여자는 점차 활동에 몰입하게 된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 단계별 안내와 반복되는 흐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중미주신경이론은 또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타인과 연결될 때 더 쉽게 안정 상태로 이동한다. 치유농장에서의 소규모 그룹 활동, 공동 식사, 함께하는 작업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신경계의 상태를 바꾸는 장면이 된다. 특히 평가나 경쟁이 배제된 환경에서는 참여자 간의 긴장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이 형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자연환경 자체도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바람 소리, 흙의 촉감, 식물의 색과 향은 인간이 위협이 낮은 환경에 있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는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더라도 신경계 수준에서 안정 반응을 유도한다. 치유농업이 도시의 실내 프로그램과 다른 효과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이론을 치유농업에 적용할 때 치유농업은 의료적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가 안정 상태로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즉, 특정 질환을 직접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스스로 회복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유농업에서 치유는 안전, 예측 가능성, 관계, 그리고 감각의 조화가 만들어질 때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이 관점을 적용하면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활동의 다양성을 늘리는 대신, 참여자가 안정 상태로 이동할 수 있는 흐름을 먼저 설계하게 된다. 공간의 배치, 진행자의 태도, 활동의 순서, 식탁의 분위기까지 모두 하나의 연결된 경험으로 다루게 된다.

 

치유농업은 눈에 보이는 활동보다 보이지 않는 상태의 변화가 더 중요한 영역이다. 다중미주신경이론은 그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제공한다. 이 틀을 바탕으로 현장을 다시 바라보면, 치유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환경과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임을 확인하게 된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치유농업에서 대상자별 음식치유의 심리적 접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23.).

최연우. 2026. 치유농장에서 음식차림과 식탁 연출 치유의 심리적 효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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