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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에서 대상자별 음식치유의 심리적 접근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2026-04-23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음식 열풍과 함께 음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음식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기호품으로서의 성격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필수품은 소비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기호품은 그 한계가 크게 제한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음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치유농장에서 음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농업 자체가 식재료를 생산하는 활동이며,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고 섭취하는 전 과정이 음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생산과 소비를 넘어 치유와도 밀접하게 이어진다. 특히 참여자가 함께 식탁을 준비하는 경험은 단순한 활동을 넘어 사람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장면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음식은 프로그램의 흥미를 높이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농장의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어떤 상태에서, 누구와 함께 경험하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진다. 음식치유는 바로 이점에서 출발한다. 대상자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음식 경험은 단순한 체험에 머물지만, 상태에 맞게 구성된 음식 경험은 정서와 관계를 움직이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대상자의 특성, 특히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선, 아동은 설명보다 감각과 행동에 먼저 반응한다. 손으로 만지고, 물에 담그고, 색을 비교하는 단순한 활동이 집중을 유지시키는 핵심이 된다. 이 시기의 음식치유는 ‘이해’보다 ‘따라 하기’가 중심이다. 활동을 복잡하게 구성하기보다 반복 가능한 동작을 통해 안정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를 씻고 담는 과정에서 일정한 리듬이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참여가 이어진다. 이때 칭찬이나 평가를 최소화하고,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 심리적 부담을 줄인다.

 

청소년은 감각적 자극에는 반응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한다. 따라서 비교와 평가 요소를 줄이고 선택의 여지를 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동일한 재료를 제공하더라도 조합과 배치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면 참여의 주도성이 높아진다. 또래와 함께하는 상황에서는 협력 과제가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준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장년층은 경험의 의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조리 활동만으로는 참여의 깊이가 유지되기 어렵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자신의 삶을 연결할 수 있는 장면이 필요하다. 농장에서 수확한 재료로 식사를 준비하는 경험은 노동의 의미와 식사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빠른 결과보다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정서 안정에 영향을 준다.

  

노년층에게는 익숙함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새로운 방식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재료와 조리 방식이 효과적이다. 익숙한 음식과 손에 익은 과정은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함께 식사를 나누는 장면은 관계 회복과 연결된다. 혼자 먹는 식사에서 공동 식사로의 전환은 정서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때 운영자는 대화를 유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스가 높은 직장인이나 감정노동 종사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된 긴장 상태에서는 복잡한 활동보다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흐름이 효과적이다. 손으로 재료를 다루거나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신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정한 순서로 진행되는 활동은 통제감을 회복하게 한다. 이때는 결과의 완성도보다 참여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하며,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 회복이 필요한 집단에서는 음식이 매개 역할을 한다. 함께 식탁을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은 직접적인 대화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음식의 배치와 공간 구성은 이러한 흐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구조와 자연스럽게 손이 닿는 거리, 함께 나눌 수 있는 형태의 음식은 관계 형성을 촉진한다. 반대로 개별 접시 중심의 구성은 상호작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음식치유는 대상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동일한 재료와 활동이라도 구성 방식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제공하는가보다 어떤 상태에서 경험하게 하는가이다. 감각, 리듬, 관계, 환경이 함께 맞물릴 때 음식 경험은 단순한 섭취를 넘어선다.

 

음식치유는 치료를 대신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정서를 조절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상자에 맞는 대응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를 넘어, 음식치유의 핵심이다. 같은 식탁이라도 누구와 어떻게 함께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음식치유는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효과를 갖는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치유농장에서 음식차림과 식탁 연출 치유의 심리적 효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18.).

최연우. 2026.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과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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