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우리 사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엄벌이냐, 교화냐’라는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더 엄한 처벌’이 정답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기 그 논쟁의 끝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담장 안의 절망을 딛고 일어나 300km를 달려온 한 청년의 ‘아름다운 보은’ 이야기다.
법무부(정성호 장관)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은, 담장 안에서 “어차피 우린 안 돼요”라며 절망하던 한 소년이,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자신을 구원해 준 은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다섯 번이나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치 않고 예식장을 찾은 사례를 소개했다.
■ “나 때문에 혹시...” 문 뒤에서 훔쳐본 진심
평택에서 순천까지 300km가 넘는 거리, 혹여나 늦어 스승의 생애 가장 빛나는 순간을 놓칠까 봐 대중교통을 다섯 번이나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치 않고, 김 군은 예식 하루 전날 미리 순천에 도착해 밤잠을 설쳤다. 예식 당일, 김 군은 화려한 하객석 대신 식장 맨 뒤편 구석진 곳을 택했다. 혹여나 '소년원 출신'인 자신의 존재가 선생님의 경사에 누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에서였다. 선생님이 입장하는 순간, 김 군은 숨을 들이키며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멀리서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 "선생님 덕분에 사람답게 삽니다".. 낙인을 지운 진심 어린 포옹
결혼식의 주인공은 이승광 교사(37세). 지난 2023년 8월 보호직 공무원으로 임용,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그는 김 군의 담임교사로서 곁을 든든히 지켰던 조력자였다. 식이 끝나갈 무렵, 뒤늦게 제자를 발견한 스승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하객의 축하 인사를 뒤로하고 단번에 달려와 김 군의 손을 꽉 잡았다.
김군 : “선생님, 진짜 축하드려요. 혹시나 방해될까 봐 뒤에 있었어요.”
스승 : “방해라니! 너 여기 어떻게 왔니?”
김군 : “선생님 덕분에 저 이제 진짜 사람답게 살아요. 그때 손잡아 주신 거 절대 안 잊을게요. 행복하세요.”
스승 : “...정말 잘 왔다. 고맙다. 진짜로.”
김 군의 수줍은 인사에 스승은 아무 말 없이 제자를 꽉 껴안았다. 그것은 단순히 반가움을 넘어, 험난한 세상을 견뎌내고 당당하게 나타난 제자에 대한 대견함과 존경의 포옹이었다. 과거 소년원 안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눈도 맞추지 않던 열여덟 소년을 일으켜 세웠던 그 따뜻한 온기가 다시 한번 식장을 가득 메웠다.
■ "어차피 안 돼요"라던 소년, 10개의 자격증으로 증명하다.
김 군(19세. 비행 전력 5회)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생존의 연속이었다. 소년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어차피 우리 같은 애들은 안 돼요”라며 마음을 닫았었다. 하지만 이승광 교사를 비롯한 소년원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너도 할 수 있다”라는 격려와 인정에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담장 안에서 SW코딩, 한국사, 한자 등 무려 10개의 자격증을 휩쓸었고, 20점대였던 성적을 90점대까지 끌어 올리며 대학 4곳에 합격하는 기적을 썼다. 작년 12월 소년원을 나선 김 군은 현재 대학에 입학해서 누구보다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소년원에서 취득한 바리스타 자격증은 이제 그의 든든한 '삶의 도구'가 되었다. 카페와 커피숍,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내는 성실한 청년으로 거듭난 것이다.
■ 담장 밖에서도 이어진 '인생의 나침반'
김 군에게 이승광 교사는 단순한 스승 그 이상이었다. 작년 12월 소년원을 퇴원한 후에도 가끔 과거의 어두운 유혹에 마음이 흔들릴 때면, 가장 먼저 이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럴 때마다 이 교사는 바쁜 업무 중에도 제자의 전화를 피하지 않고 “나는 ○○를 믿어. 넌 할 수 있어”라며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김 군은 “정말 포기하고 싶을 만큼 마음이 무거울 때,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 위로를 되새기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담장 밖에서도 이어진 스승의 진심이 김 군을 당당한 사회인으로 만든 것이다.
■ '낙인'보다 강한 '회복'의 힘... 소년의 귀환이 주는 울림
김용운 전주소년원장은 “김 군의 사례는 소년원이 단순히 가두는 ‘처벌의 공간’이 아닌,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라며,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가혹한 낙인 대신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면 더 많은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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