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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치유와 식탁의 화훼장식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송미진 교수 2026-04-17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음식치유를 이야기할 때 보통 재료, 조리 과정, 그리고 섭취의 순간에 주목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음식이 놓이는 ‘식탁’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공간에서, 어떤 분위기 속에서 마주하느냐에 따라 참여자의 반응은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식탁 위의 화훼장식은 설명 없이도 감각과 정서를 조절하는 조용한 장치로 기능한다.

 

식탁의 화훼장식은 꽃과 식물은 시각을 통해 가장 먼저 인지되는 요소라는 점에서 공간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다. 사람은 낯선 공간에 들어섰을 때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훑으며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때 부드러운 색감과 자연물의 존재는 긴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특히 강한 인공적 요소보다 식물의 형태와 색은 자극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음식치유에서 중요한 ‘초기 정서 상태’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꽃은 계절을 담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봄의 연한 색,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따뜻한 색조, 겨울의 절제된 형태는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을 전달한다. 식탁 위에 놓인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요소가 된다. 참여자는 이를 통해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감각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특히 중요하다. 현재에 머무르는 경험은 정서 안정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화훼장식은 대화를 유도하는 매개로도 작용한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도 “꽃이 예쁘다”라는 말은 쉽게 시작될 수 있다. 이 짧은 말 한마디는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긴장을 낮추고, 상호작용의 문을 연다. 실제 현장에서는 식탁 위의 작은 변화 하나가 참여자의 표정과 행동을 바꾸는 장면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꽃의 종류나 색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개인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이는 관계 형성의 초기 단계로 연결된다.

 

후각 역시 중요한 요소다. 강하지 않은 은은한 꽃향기는 공간의 분위기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음식치유에서는 향의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의 향과 충돌하지 않도록, 향이 강한 꽃보다는 은은하거나 거의 향이 없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화훼장식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감각의 균형을 조절하는 요소로 이해되어야 한다.

 

식탁의 높이, 색, 배치와 함께 꽃의 위치 역시 중요하다.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놓일 때, 화훼장식은 부담 없이 공간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지나치게 크거나 화려한 장식은 오히려 집중을 분산시키고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음식치유에서의 화훼장식은 ‘보이되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 가까워야 한다. 이는 참여자가 음식과 활동에 집중하면서도,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이다.

  

농장 기반의 치유농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화훼장식이 더욱 의미를 가진다. 직접 재배한 꽃이나 주변에서 얻은 식물을 활용할 경우, 식탁은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생산과 연결된 경험의 연장선이 된다. 참여자가 수확한 꽃이 식탁 위에 놓이는 순간, 활동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는 음식치유가 단절된 장면이 아니라, 농장-조리-식탁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경험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음식치유에서 식탁의 화훼장식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것은 사람의 감각을 과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정리하고, 참여자가 현재의 순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조용한 요소다. 음식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라면, 화훼장식은 그 이전에 마음의 상태를 정돈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런 측면에서 식탁 위의 작은 꽃 한 송이는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6. 아동을 위한 감성 발달형 화훼장식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4-10).

송미진. 2026. 화훼의 부위별 심리적 의미와 치유 화훼장식.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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