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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통합, 농업의 미래를 빅데이터로 먼저 시뮬레이션해야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30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과 광주 행정통합 논의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연일 언론에 관련 기사가 등장하고, 곳곳에서 토론회와 간담회가 열린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가보지 않은 길’을 이미 가본 것처럼 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산업 구조, 예산 배분, 인구 이동, 정책 우선순위가 한꺼번에 재편되는 거대한 구조 변화다. 특히 전남의 핵심 기반 산업인 농업은 통합 이후의 구조 변화에 따라 생존 조건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도 농업 논의는 통합 담론 속에서 자주 뒷전으로 밀린다. 찬반을 떠나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과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이다. 이미 행정과 사회에는 인구·재정·산업·교통·복지·환경에 관한 방대한 공공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이 데이터를 결합하면 통합 이후 예산 구조, 산업 비중 변화, 인구 이동, 농촌 서비스 접근성까지 상당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통합은 정치적 선언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반드시 숫자와 구조로 나타난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의 이동이다. 광주는 도시형 산업과 서비스 중심 구조이고, 전남은 농업·농촌 기반 산업 비중이 크다. 통합이 현실화되면 예산과 정책의 중심은 첨단산업, 도시 인프라, 교통과 주거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농업 예산이 절대액으로 유지되더라도 전체 파이가 커지는 과정에서 비중이 줄어드는 방식의 ‘잠식’이 일어날 수 있다. 빅데이터로 보면 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산업별 예산 비중 변화로 명확히 확인 가능한 구조적 현상이다.

 

두 번째는 인구와 생활권 재편이다. 통합은 통근권과 소비권을 도시 중심으로 재배치되기 쉽다. 교통망이 도시로 수렴할수록 청년과 서비스 일자리는 도시로 빨려 들어가고, 농촌은 고령화와 공동화가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민등록 인구, 통신 이동 데이터, 카드 소비 데이터 등을 통해 이미 여러 지역에서 확인되고 있는 패턴이다. 통합이 성장과 효율의 언어로만 추진되면, 농촌은 체감 가능한 대안 없이 더 멀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농업의 산업적 정체성 문제다. 전남 농업은 단순한 1차 생산이 아니라 식품가공, 치유, 관광, 에너지, 로컬브랜드가 결합된 융복합 산업의 기반이다. 그러나 통합 담론이 도시형 성장 논리에 쏠리면 농업은 지원 대상이나 보호 산업으로만 남고, 산업으로서의 확장 기회는 줄어든다. 이는 전남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국내외 통합 사례에 대한 빅데이터 기반 분석이다. 국내의 마산·창원·진해 통합, 청주·청원 통합 사례를 보면 통합이 곧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중심 쏠림과 주변 박탈감 문제가 반복됐다. 해외에서도 덴마크, 일본 등은 지자체 통합 이후 재정 구조, 서비스 접근성, 지역 격차를 지속적으로 계량 분석하며 정책을 조정해 왔다. 통합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의 효과와 부작용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전남·광주 통합도 마찬가지다. 통합을 추진하기 전에 반드시 농업 분야에 대한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통합 이후 5년, 10년 농업 예산 비중은 어떻게 변하는지, 농업 관련 공공기관과 조직의 위상은 유지되는지, 농촌 인구와 생활 인구는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농업 정책은 도시 산업 정책과 어떤 관계로 재편되는지를 숫자로 그려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방향도 모른 채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응책 역시 분명하게 해야 한다. 첫째, 통합 특별법이나 기본계획에 농업 정책의 독립적 지위를 명시해야 한다. 둘째, 농업을 단순 생산 산업이 아니라 식품·치유·관광·에너지·바이오산업과 연결된 융복합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셋째, 농촌을 도시의 배후 공간이 아니라 독립적인 생활·산업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넷째, 농업 분야에 대한 빅데이터 기반 정책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해 통합 이후 변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전남·광주 통합은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이며, 그 중심에는 농업이 있다. 농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통합은 전남의 미래를 키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전남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통합을 논의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기대와 구호가 아니라, 빅데이터와 시뮬레이션으로 전남 농업의 미래를 먼저 그려보는 것이다. 통합은 방향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광주·전남 통합의 빛과 그림자, 전남 농업의 자리.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01.22.).

허북구. 2020.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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