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도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과 함께 추진한 ‘마을단위 찾아가는 이·통장 직불교육’이 공익직불사업 우수사례로 3년 연속 선정됐다고 밝혔다. 2020년 공익직불제가 도입된 이후, 직불 의무교육은 농업인이 직불금을 온전히 수령하기 위한 필수 절차가 되었지만, 고령 농업인이 많은 전남에서는 교육 이수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도의 찾아가는 직불교육은 정책 실효성을 높인 매우 의미 있는 사례다.
그런데 전남의 직불금 현실을 살펴볼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국가가 있다.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국토가 좁고 농가 규모가 작으며, 농업 인구의 고령화가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 나라다. 평균 농지 보유 면적은 1ha 미만이고, 고령 농민 비율은 65%에 달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대만이 선택한 핵심 농정 수단이 바로 ‘직불금 제도’다. 대만 직불금은 단순한 농가 보조가 아니라, 소농 중심의 농업 구조를 유지하고 농촌 공동체를 지키며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대만 직불금의 가장 큰 특징은 목적별·기능별로 매우 세분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공익형 직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면, 대만은 영세 농가 보호–청년 농업인 육성–환경 및 식량 기반 유지–수자원 관리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훨씬 촘촘한 직불 구조를 운영한다. 이 때문에 대만 농정은 규모 경쟁보다는 농촌 자체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는 경작 직불금이다. 벼·잡곡·두류 등 식량작물을 실제 경작할 경우 면적에 따라 지급되는 직불금으로, 쌀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논 유지’를 공익 기능으로 인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은 홍수 조절, 생태계 유지, 경관 보전 등 다층적인 공익 기능을 수행한다는 판단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제도는 고령 농민 복리수당(노농복리津貼)이다. 만 65세 이상 농업인에게 월 정액을 지급하는 일종의 ‘농민연금’이다. 농촌 고령화가 극심한 대만은 농업에 평생을 바친 고령농이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고, 실제로 가장 체감도가 높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기후변화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휴경 및 전환 직불금도 적극 활용한다. 벼 대신 콩·옥수수·사료작물 등 물 사용량이 적은 전환작물을 재배할 경우 더 높은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식량안보와 수자원 관리를 결합한 구조적 농정이다.
한편, 청년 농업인의 유입을 위해 청년 직불금도 확대하고 있다. 초기 정착지원금, 임대료 보조, 기술 교육과 연계한 직불금은 청년층이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자립하는 데 실질적인 지원 역할을 한다. 대만은 특정 지역의 전략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작목 중심 목적형 직불금도 운영한다. 콩류, 고구마, 토란, 파인애플, 망고 등 지역 특산 작물에 대한 직불금은 작목 구조 전환과 산업 보호를 동시에 꾀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이처럼 대만의 직불금 제도는 영세농 중심 농업을 전제로 설계되어, 한국과 여러 측면에서 대비된다. 한국은 규모화·스마트팜·기술 기반 농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지만, 대만은 농업의 생태·사회·경제적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농촌 유지형 농정’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전남의 현실과 닮아 있다. 전남은 전국에서 고령 농업인의 비중이 가장 높고, 고령 농업인 소득의 상당 부분은 직불금에 의존한다. 직불금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고령농의 생계 기반이며, 지역 농업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
최근 전남도가 추진한 ‘찾아가는 이·통장 직불교육’은 고령농이 제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한 정책적 노력의 좋은 사례다. 그러나 전남의 고령농 비중을 고려할 때 보다 근본적인 소득 안전망 논의가 필요하다. 대만의 고령 농민 복리수당처럼 농업에 평생을 바친 고령 농민에게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제공하는 제도는 앞으로 전남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정책 방향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도 친환경농업과 대만의 친환경 농산물 통합 모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3-11-06).
허북구. 2025. 농협과 대만 농회의 고령자 복지정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6-30).
허북구. 2022. 대만의 벼 2년에 3기작 정책과 전남 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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