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바로 전남대학교병원과 광주보훈병원에서 수십 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뒤 퇴직한 문정선, 김춘심, 안정옥 간호사다.이들은 현재 광주 고려인마을 내 고려인광주진료소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이주 고려인동포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의료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고려인들에게 이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큰 위안이며, 때로는 생명을 지키는 소중한 희망이 되고 있다.
고려인광주진료소는 지난 2018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고려인 대상 무료 진료기관으로, 의사, 약사, 간호사, 한의사, 치과 등 다양한 의료 인력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순수 민간진료소다. 특히 이곳을 찾는 많은 고려인동포들은 고령이거나 지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제도적 이유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 간호사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필요한 건강상담, 혈압·혈당 측정, 기초 진료 보조 등 다양한 의료지원을 제공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고 있다.
봉사 초기에는 언어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들은 비언어적 소통과 따뜻한 눈맞춤, 반복 설명으로 신뢰를 쌓아갔다.
문정선 간호사는 “처음엔 말이 잘 안 통해 답답했지만, 우리가 진심을 다해 다가가니 고려인 어르신들이 먼저 마음을 열었다”며 “건강을 챙겨주는 손길보다 따뜻한 관심이 더 필요한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춘심 간호사 또한 “현장에서 쌓아온 간호 경험이 이렇게 의미 있게 쓰일 줄 몰랐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만날 때마다 다시 간호사로 살아가는 기쁨을 느낀다”며 봉사에 대한 보람을 전했다.
안정옥 간호사는 “퇴직 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진료소를 찾았다. 지금은 봉사하러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미소 지었다.
이처럼 이들의 봉사는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광주이주 독립유공자 후손 고려인동포들과 지역사회에 깊은 연대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고려인광주진료소 관계자는 “이분들은 고려인동포들에게 단순한 간호사가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로 다가간다”며 “건강뿐 아니라 마음까지 보듬는 이들의 헌신이야말로 고려인마을의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방송: 안엘레나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