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정유진 바이올리니스트는 전남대학교 음악학과와 이화여대 대학원을 거쳐,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음악치료를 전공한 연주자다. 음악과 사람 사이의 치유적 접점을 찾아온 그는, 광주 고려인마을을 알게 된 이후 예술로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을 나누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Корё-сарам’은 정유진이 기획한 고려인 연작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스탈린 치하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던 고려인들의 고단한 삶을 바이올린 선율로 풀어낸 이 곡은, 떠나야 했던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이방 땅에서 겪은 외로움, 그리고 꿋꿋이 살아낸 세월의 무게를 절절하게 전한다. 연주를 듣다 보면 마치 시간의 강을 거슬러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함께 걷는 듯한 울림이 전해진다.
이번 곡의 음악적 완성도 또한 눈길을 끈다. 피아니스트 김세희, 음악감독 이정욱이 함께 참여해 섬세한 구성과 깊은 감정을 더했다.
음악과 함께 공개된 앨범 커버에는 고려인이 떠났던 철길 위에 기차, 머리를 숙이고 떠나야하는 서러움에 눈물 흘리는 모습, 홀로 떠나 온 조국강산을 그리워하는 한 남성의 눈길이 가슴을 울리고 있다.
뮤직비디오에는 실제 고려인들의 삶의 순간들을 AI 기술로 재현한 이미지들이 등장해 더욱 깊은 역사적 감흥을 자아낸다.
정유진은 이번 곡에 대해 “이 음악은 단순한 연주곡이 아니라, 고려인의 삶을 위한 위로이자 기억을 향한 헌사”라며 “그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앞으로도 음악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 시대의 상처와 회복의 메시지를 품은 ‘Корё-сарам’은, 이제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잊혀져서는 안 될 서사로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다.
고려방송: 전올렉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