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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업기술원, 착수 보도자료는 왜 내는가?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06-10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이 ‘풀무치’ 전용 인공사료 개발에 착수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식량위기 대응, 대체단백질 산업 활성화, 농촌 소득 창출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담겨 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이 든다. ‘연구에 착수했다’라는 사실 자체가 과연 보도될 가치가 있는가?

 

보도자료는 본래 기관이 대중과 언론에 자사의 주요 정책, 활동, 성과를 알리기 위한 공적 소통 수단이다. 정보 전달, 여론 형성, 정책 정당성 확보가 목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연구를 시작했다”라는 알림이 과연 실질적인 정보로서 가치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풀무치 사례는 ‘연구 착수’라는 행위 자체를 마치 중요한 성과처럼 포장했지만, 정작 독자가 궁금해할 핵심 정보 ‘기존 사료의 문제점, 연구의 구체적 목표와 방법, 기대 효과’는 빠져 있다.

 

더 나아가 ‘개발 착수’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상태다. 방향도 결과도 미정인 상황에서 이른 시점에 발표되는 보도자료는 성과에 대한 예고라기보다는 ‘기관 활동 알리기’에 불과하다. 언론 데이터베이스에는 이와 유사한 “~에 착수했다”라는 보도자료가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이 후속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노이즈’이며, 공공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보도자료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예산 집행의 정당화를 위한 수단으로 연구비 투입에 대한 명분을 제공하고, 향후 성과가 없어도 ‘시도했다’라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한 실적보다는 실적없는 것을 미리서 홍보실적으로 대체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기관의 부서별 홍보 목표 달성을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소규모 실험이나 탐색적 연구일지라도 ‘신규 연구 개시’라는 이미지를 통해 대중에게 능동적인 조직으로 비치고자 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관행은 장기적으로 공공기관 보도자료의 신뢰도를 저해하고, 본질인 연구 결과 보다는 홍보가 실적인 것처럼 대응하는 자세에 치중해 버릴 수도 있게 된다. 또한 연구개발이나 성과 보도 없이 ‘착수’와 같은 보도자료가 자주 제공되면서 기관 홍보에만 치중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성과가 발표되었을 때도 사람들은 이를 ‘또 하나의 홍보’로 치부하게 된다. 그 결과, 공공정보가 외면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본의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이하 농연기구)의 보도자료 운영은 시사점을 던진다. 농연기구의 누리집에 게재된 2025년의 보도자료를 전부 조사한 결과 크게 공지, 연구성과, 연구 결과로 구분되어 있었다. 

 

이중 공지는 신품종 출시나 가이드북 발매, 세미나 개최 안내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구 관련 보도자료는 ‘일본 오이의 최초 고정밀 염기서열 분석’, ‘수분 스트레스 영상 기술’, ‘면역결핍 돼지 소형화’ 등 명확한 결과와 검증된 성과에 한정되어 있다. 단순한 ‘착수’ 수준의 내용은 보도자료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보도자료 자체에서 연구는 연구 자체에 충실하고, 그 결과로 말한다는 원칙이 엿보이고, 전남농업기술원과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전남농업기술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는가? 기관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형식적 공표가 아니라면, 정보의 진정성과 내용의 충실성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도민은 단지 ‘했다’라는 소식이 아니라, ‘왜’ 했고, ‘무엇이 다른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제는 ‘홍보실적이나 행정 이력 홍보’ 중심에서 ‘책임 있는 정보 전달’‘성과의 정보 전달과 증명’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보도자료에서 벗어나, 실질과 성과로 말하는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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