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인문화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80주년 기획전 ‘중앙아시아 초원에 피어난 고려인 한글문학’이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끌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 고려인문화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80주년 기획전 ‘중앙아시아 초원에 피어난 고려인 한글문학’이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끌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전시는 고려인 디아스포라 한글문학의 정신과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로, 특히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리상희(1904–1994)와 시인이자 소설가인 주동일(1910–2011) 부부의 삶과 문학세계가 재조명되며 큰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부부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꿈꾸며 청춘을 바쳤고, 이후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뒤에는 고려인 공동체를 위한 모국어 교육과 문학 창작에 일생을 헌신한 인물들이다.
그들의 생애는 2021년 고려인문화관 개관 특별전으로 처음 소개되었으며, ‘선구자의 가슴에 흐르는 불멸의 사랑 노래’라는 제목으로 전시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의 청년 시절 독립운동과 모국어 신문 ‘레니기치’ 를 통한 문학 활동, 그리고 강제이주의 고난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조국과 언어에 대한 사랑이 다양한 문서와 시, 사진 자료로 재조명된다.
특히 주동일의 삶은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탈린의 명령 아래 수십만 고려인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될 당시, 주동일은 그 험한 길 위에서 맨발로 피를 흘리며 수없이 쓰러지고 또 일어나야 했다.
그가 체험한 스탈린 체제는 신념을 무너뜨린 위선과 폭력의 상징이었다. 남편 리상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는 펜을 놓지 않았고, 억압의 체제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조국의 말과 글을 가르쳤다.
“문학은 나의 무기요,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줄 마지막 희망이었다” 는 주동일의 글귀는, 그의 삶이 얼마나 뜨거운 헌신으로 일관되었는지를 상징한다.
이들 부부는 한글 신문 ‘레니기치’를 통해 디아스포라 문단에 이름을 남겼으며, 한글로 시를 쓰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언어를 통한 민족 정체성의 회복에 힘썼다. 그들의 문학은 단순한 작품을 넘어선 시대의 기록이며, 이주와 억압, 투쟁의 세월 속에서 탄생한 민족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고려인마을 관계자는 “리상희·주동일 선생의 삶은 단지 한글문학의 차원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가와 민족,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며 “이들의 헌신은 오늘날 광주 고려인마을이 존재할 수 있는 뿌리이자 이유”라고 강조했다.
고려방송: 양나탈리아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