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일부 농가에서는 환경 변화에 맞춰 재배하는 품목을 바꾸는 '품목 전환'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품목 전환’을 위해서는 전환 품목에 맞는 재배 기술의 구비, 생산, 판매, 경영의 각 측면에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품목 전환을 위해서는 지역 전체 자원에서 농업 인프라나 공유 설비의 정비, 지역 브랜드의 재편 등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개인 농가보다는 지자체 차원에서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 필요성이 크다. 그런데 전남의 많은 지자체는 품목 전환에 수동적이다 보니 개인 농가 차원에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품목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장흥군 회진면과 관산읍 등지의 만감류(晩柑類) 재배 농가들도 지자체의 체계적인 품목 전환 정책의 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품목을 전환한 사례인데 농장을 방문해 보면 군 농업기술센터와 지자체의 존재 필요성에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곳의 만감류(晩柑類) 농장 중에는 만감류 묘목을 식재한 후 판로 단계까지 가보지 못하고, 제대로 수확조차 못 한 채 폐목과 폐원을 한 곳이나 다른 작물로 전환된 곳들이 있다. 또 다른 곳들은 사비로 제주도 만감류 농가들을 초청해 기술 지도를 받거나 제주도를 오가며 기술을 배우고 있다.
장흥에서 실패한 만감류 농장의 실패 원인은 기후라는 환경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더 뼈아픈 대목이다. 만감류를 페원한 농장의 위도는 북위 34°25′이다. 만감류를 20년 채 성공리에 재배하고 있는 나주 다시면의 만감류 농장의 위도(북위 35°01′)보다 훨씬 남쪽에 있으며, 유자의 산지인 고흥군의 위도(북위 34°61′) 보다도 남쪽에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아열대 및 열대작물의 도입에 좋은 기후를 가진 이 지역에 대해서 품목 전환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해도, 농민들이 만감류를 독자적으로 도입했다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품목 전환과 연계해서 도입 작물의 재배상황 파악, 관련 기술과 정보의 수집과 제공 등이 이루어져햐 하는 것이 상식이나 그 역할을 포기하고 있었다.
지자체의 주무 기관이나 부서에서는 할 말이 없진 않을 것이다. 농가의 기술 지원 등의 요청이 없었고, 개별 농가보다는 장흥군 전체의 농업을 위한 정책과 업무를 펼치다 보면 소수의 농가에게 일일이 신경을 쓸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진면에서 천혜향을 재배해서 언론에 노출된 적이 많았으므로 주무 부서에서는 회진과 관산읍 등지에서 만감류를 재배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다. 또한 도입 초기에 천혜향이 수확까지 순조롭게 되었고, 언론 노출도 많이 되었으므로 품목 전환 대상 작물로의 검토 필요성이 컸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만감류 농장의 폐목, 장흥군민이면서도 제주도 농가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현상,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기술 지도 무관심 등을 살펴보면 이들 만감류 농장에게 장흥군 농업기술센터와 지자체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장흥군은 축산인 한우, 임산물인 표고버섯은 유명해도 이웃의 고흥(유자, 석류), 보성(녹차, 참다래), 해남(고구마, 참다래, 겨울 배추), 강진(모란 등 화훼작물) 등의 지자체가 각각 유명한 특산 작물을 육성해 온 데 비해 이렇다 할 특산 작물을 육성해오지 못한 불명예를 안고 있는 지자체이다. 그 불명예를 벗으려면 농민들의 발걸음도 따라잡지 못한 농업 정책이 아니라 선제적인 정책과 행정 그리고 기술 지도를 바란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4. 기후 변화와 농작물 전환.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7.11.)
허북구. 2023. 전남 농업, 기후의존 적지 적작 재구성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3.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