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배꽃의 피기 일보 직전이다. 배 품종과 지역에 따른 배꽃의 개화기 격차가 크지 않아 일시에 많은 꽃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만 대만에서는 배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간이 분산되어 있으며, 배 수확은 4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루어진다.
대만에서 배를 수확하는 기간이 10개월 정도 되는 것은 품종, 지리와 기후, 재배 기술의 활용에 의해서이다. 품종과 수확기를 보면 4월에는 조생 추수(秋水) 배를 수확하고, 5월 중순에는 풍수 배(豐水梨), 6-7월에는 신흥배(新興梨), 황금배(黃金梨), 추황배(秋黃梨)를 수확한다.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는 만생 추수(秋水)배를, 8월 상순부터 9월까지는 보도감로(寶島甘露) 배를, 8월 중순부터 9월까지는 신세기배(新世紀梨)를, 9월부터 10월까지는 밀배(蜜梨)를,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신설배(新雪梨)를 수확한다.
지리적으로 대만은 북위 21-25°에 위치하며, 기후적으로는 열대 및 아열대이나 해발 3,000m급의 높은 산만 250개 이상이 된다. 높은 산은 지대에 따라 온도가 다양해 위도상으로는 열대 및 아열대 지역임에도 산간지대에서는 온대과수와 채소 재배에 적당한 기후이다. 즉, 다양한 기후대가 존재하고 있는 특성을 활용하여 배의 수확기를 달리하고 있다.
재배 기술은 해마다 열대 및 아열대 지역 평지에 있는 배나무 가지에 배꽃 눈이 있는 접수를 황산배(橫山梨) 등에 접목해서 수확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열대 및 아열대 기후에 있는 배나무들은 꽃눈이 형성되지 않으므로 대만의 고지대에서 재배하는 배나무 및 한국이나 일본에서 겨울철에 꽃눈이 분화된 것을 수입해서 해마다 배나무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대만에서는 이 방법을 평지고접배(平地高接梨)라고 하는데, 열대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배나무 가지에 꽃눈이 분화된 것을 접목하므로 접목에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나 열대지역에서도 배 재배가 가능하며, 하나의 나무에 수십 종류의 배를 결실시킬 수가 있어 매년 목적에 따라 다른 품종을 접목에서 배를 수확할 수가 있다.
대만에서는 이처럼 배 재배에 불리한 환경조건을 극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만의 기후와 대만인의 입맛에 맞는 배 품종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대만의 농민이 개발한 보도감로(寶島甘露)이다. 이 배는 대만의 기후에 잘 자라며, 야자만한 크기의 배에 사람들이 놀라워할 정도이다. 과육을 맛보면 즙이 많고 사탕수수 맛이 있어 맛을 본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추석에는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품종이다.
대만은 WTO 가입 이후 한국의 배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대만농업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약 11,363톤의 배를 수입했으며 이 중 90%가 한국에서 수입되었다. 배가 많이 생산됨에도 8월 중순 이후에는 배 생산량이 줄어들고, 고지대에 재배하는 배만 남게 되므로 9월부터 3월까지 집중적으로 수입한다.
대만에서는 최근 춘절 수요를 비롯해 수확량이 적거나 없는 시기에 수입하는 배를 대체하려는 품종육성, 재배법과 저장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대의 기후임에도 불구하고 배나무에 꽃눈 하나하나를 접목해서 배를 생산해온 아이디어와 의지가 있었기에 수입 배를 대체하려는 목표 달성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기후 특성상 대만처럼 평지고접배(平地高接梨) 방식을 취할 필요가 없었고, 품종의 다양성과 섬세한 기술의 개발 및 적용보다는 규모화에 의한 생산성 위주의 재배와 경영을 해 온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기후 온난화, 노동력의 집중에 따른 작업 분산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고, 용도와 소비자 기호도가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속도감 있게 대응하려면 대만식 배 재배법을 연구 분석하고 장점들을 우리 실정에 맞게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2. 대만에서 늘어나는 화아접목 배재배. 전남인터넷신문 칼럼(2022. 0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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