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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두들겨 맞고 있는 ‘해남1호’ 고구마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0-11-30
김동국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은 국내 최대 고구마 산지이다. 2020년 기준 전국 고구마 재배면적은 22,262ha이다. 이중 전남은 5,640ha(25.3%)로 2위를 차지한 경기도 3,586ha(16.1%)에 비해 압도적으로 면적이 많다(국가통계포털, KOSIS). 전남에서는 해남이 35% 이상을 차지하며 최대 산지이다. 해남 고구마는 지리적표시 제42호로 등록되어 있으며, 해남산 고구마 종묘가 전국 50%를 차지할 정도로 고구마가 유명하다.

 

고구마 산지로 명성 높은 해남의 고구마 주 품목은 <꿀고구마>로도 불리는 <해남1호>이다. 이 <해남1호>가 최근 일본의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두들겨 맞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농업신문(日本農業新聞)에는 “고구마 <베니하루카> 무단유통 한국에서 확대 재배면적 40% 수출 경쟁에 우려(サツマ 「べにはるか」 無断流通 韓国で拡大 栽培面積の4割 輸出競合に懸念)”라는 제목의 기사가 <해남1호>라는 한글 이름이 써진 고구마 사진과 함께 실렸다.

 

기사에는 “한국에서 일본의 고구마 <베니하루카> 가 무단으로 재배되어 널리 유통되고 있는 실태가 밝혀졌다. ...중략... 2015년경 부터 남부 지역 전남 해남군에서 재배가 시작되었고, 18년에는 한국 고구마 재배 면적(20753ha)의 40%에 달하고 있다”...중략.. “단기간에 재배가 확대된 것은 한국의 공공 기관인 지방기술센터가 조직 배양을 진행 ‘해남1호’로서 저렴한 모종을 제공한 것이 배경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일본농업신문에서 지적한 <베니하루카>와 <해남1호>는 같은 것이며, 2006년에 일본 규슈오키나와 농업연구센터(九州沖縄農業研究センター)에서 육성한 품종이다. 일본에서 육성된 <베니하루카>는 선진지 견학차 일본을 방문한 농민이 국내에 몰래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며, 이것이 <해남1호>가 되었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민들의 요청으로 <베니하루카>를 무균 배양해서 농가들에게 보급해 왔다.

 

일본 고구마 품종의 무단 재배 문제점은 국내 언론에서 “일본 고구마 밀수 성행…특수 금지 해충 유입 ‘빨간불’(농민신문, 2019.4.29.”, “공공기관이 보급 외면…국산 고구마 품종 재배면적 20%대(농민신문, 2019.7.12.)”라는 제목으로 기사화가 되었다. 이 기사가 일본에 소개되면서 낮뜨거운 비판을 받았다.

 

관련 기사가 소개된 인터넷 사이트 댓글에는 “역시 조선 사람은 도둑”, “일본 품종을 재배하다니 터무니없는 친일파다”, “조선인은 타고난 도둑 민족이구나. 구역질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태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조선 사람을 보면 도둑이라고 생각해야지”라는 류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베니하루카>의 재배와 종묘 유통은 일본의 종묘법 개정과 맞물려 대표적인 문제사례로 수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번 일본농업신문의 11월 15일자 기사에 이어 20일자의 ‘익사이트 재팬 (エキサイト)’의 칼럼 “인기 품종 <베니하루카>가 한국에 도둑맞았다!? 브랜드 농작물의 유출이 멈추지 않는다(気品種「紅はるか」が韓国に盗まれた!? ブランド農作物の流出が止まらない)”에는 “넷상에서는 한국과 국교를 단절해야 등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싶지만 <베니하루카> 품종의 무단 사용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품종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UPOV)에 의하면 해외에서 품종 육성자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품종의 양도가 시작된지 4년 이내에 현지에서 품종 등록을 해야 하므로 <베니하루카>의 재배는 불법이 아니지만 무단 사용의 대표 사례로 자주 회자되면서 ‘도둑 국가’, ‘도둑 국민’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특정 지역과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인 망신살에 오르고 있는 <해남1호>라는 명칭부터 폐기해야 한다. 연구 기관에서는 <베니하루카>를 훨씬 뛰어넘는 고구마 품종을 개발하고, 농민들은 <베니하루카> 못지않다고 평가되는 <진율미> <호감미> <풍원미> 등 국내 품종을 도입했으면 한다. <베니하루카>를 꼭 재배하고자 한다면 일본으로부터 정식 절차를 통해 도입했으면 한다.

 

해남군에서는 “지리적표시 상표 해남고구마 농업 추락하고 있다(한국농어촌방송, 2019.12.24)”라는 기사를 되새기고 일신우일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해남산 고구마의 불매 운동의 발발은 물론 고구마 때문에 국가 망신을 자초하는 지자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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