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jnnews@jnnews.co.kr

[전남인터넷신문/김동국 기자] ‘서울의 거리가 온통 너와 같은 젊은 세대의 불길로 거세게 타오를 때, 인옥아! 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그 ‘피의 폭풍’이 강산을 휩쓸고 마침내 낡고 썩은 것들이 너희들 젊음 앞에 굴복을 하고만 그 시각에 나의 피를 받은 너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더냐? 그 불덩어리들 속에 타오는 심장의 핏빛이 네 피와는 다르다는 말이냐? 그 암흑을 밀어나가는 북소리들이 네 목소리와는 다르더란 말이냐?’
딸 ‘인옥이’에 대한 ‘광주 아버지’의 꾸짖음은 가을서리보다 차갑고, 강철보다 날카롭다. 아버지는 딸을 향해 ‘젊음을 스스로 모독한 시대의 고아(孤兒)’가 되고 말았다며, ‘어찌 가슴에 뺏지를 달고 태양 아래 활보할 수 있겠느냐’며 꾸짖음을 멈추지 못한다.
아버지는 충고한다. 아니, 강요라는 편이 옳다. 한 자 한 자마다 핏빛 결기가 묻어나는 편지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
인옥아! 어서 뺏지를 떼고 교문을 나와 병원으로 달려가거라. 죄인과 같은 부끄러움과 겸손한 태도로 아직도 병상에서 신음하는 그 젊은 영웅들 앞에 네 피를 아낌없이 쏟아라. 그 젊은이들이 너 같은 여자의 피라도 받아준다면......
이 편지는 광주에 거주하고 있던 아버지가 서울 모 여자대학교 학생인 딸 ‘인옥’에게 보낸 것으로, 1960년 5월2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바 있다.
아버지는 원문에서, ‘찬란하고 장엄한 역사의 아침’으로 ‘그 날’의 의미를 아예 확정하고 있다. ‘그 날’은 바로,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맞서 학생들을 비롯한 온 국민이 분연히 일어선 1960년 4월19일의 아침을 말한다.
오늘이 바로 4.19혁명 58돌을 맞는 ‘그 날’이다. 그러나 서울,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기념식이 행해질 뿐, ‘찬란하고 장엄한 역사’의 흔적을 전남지역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기념식은 커녕 ‘그 날’을 기억해낼 공간조차 없다.
고석규 전라남도교육감 예비후보는 “4.19혁명이야말로 역사를 민중 스스로가 만들어간 대표적인 예로, 우리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지역에서 4.19혁명의 흔적이나 후학을 위해 예비된 교훈 하나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 불행”이라고 말했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특히 피를 흘리며 이룩한 4.19혁명은 막연한 추상적인 그림이 아니다. 단순한 과거는 더더욱 아니며, 우리의 현재이며 미래다.
이에 대해 고 후보는 “일상에서부터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기념물이나 공간을 마련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면서 “4.19를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계기가 3.15 부정선거임을 인식, 이번 선거를 가장 공명하고 깨끗하게 치를 각오”라고 밝혔다.
한편 고 후보는 목포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6년 펴낸 ‘한국사 속의 한국사 3’(부제 역사 소비시대의 역사읽기)에서 4.19혁명을 ‘미완의 혁명’으로 규정하며,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4.19는 결국 통일논의를 마지막으로 5.16군사정변에 의해서 좌절되었다. 그러나 4.19가 지닌 역사적인 생명력이 상실된 것은 아니었다. 4.19가 우리 현대사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우리가 스스로 민주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는 능력과 신뢰, 그리고 새 사회를 향한 벅찬 생동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4.19는 영원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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