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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다시 배우는 인생 목포보훈도우미 김인경
2009-02-02
종합취재부
 
저에게는 친정 부모님이 모두 안계십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또다른 부모님이 10여분이 계십니다. 이 분들은 보훈도우미인 제가 모시는 또 다른 저의 사랑하는 부모님들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바로 이 분들의 희생을 사랑으로 보살펴 드리는 값진 일이기도 합니다. 만일 제가 어르신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제 인생에서 결코 알지 못했을 보람이자 기쁨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의무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저는 그 분들의 막내딸처럼, 손녀처럼 그리고 예전부터 그 집에 함께 살았던 식구처럼 그렇게 어르신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보훈도우미의 길로 들어선지 7개월이나 되었습니다. 어설프고 실수 연발이던 때가 있었는데 어르신들과 함께 하다보니 어느새 7개월이 흘러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방안에 들이지도 않고 댓돌에서 나를 만나고 그냥 돌아가라 했던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것이 마냥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더 예뻐해 주시는 어르신들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는 것처럼 저의 진심을 말하지 않아도 인생을 다 겪으신 그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자식들이 힘들고 괴로우면 자식들보다 몇배나 괴로워하십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늙어서 힘든 자식들을 더 이상은 도울 수 없다며 얼마나 힘들어하시는지 모릅니다. 저의 부모님들도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제 자식들에게 그러지 않을까요? 이제는 이러한 어르신들로 인해서 제가 오히려 더 행복합니다.

제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추울까봐 보일러를 틀어 놓으시고,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며 오는 길에 사오라는 어르신, 밥솥이 고장 나서 너 아니면 나 밥도 굶을 것 같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시는 어르신, 너 오는 날 맞춰서 염색해야겠다며 일주일 전부터 염색약 사다 놓고 기다리시는 어르신, 친지분들이 가까이 있음에도 너랑 병원에 가야 더 맘이 편하다며 병원에 함께 가자던 어르신들, 혈압약을 무슨 요일에 먹어야 되는지 묻는 전화에, 이사해야 되는데 집 좀 알아봐달라는 부탁에, 장가못간 아들이 있는데 친구 있으면 소개하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하시는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어르신들을 만나는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또 다른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건강이 안 좋아서 가슴 졸이고 뒤돌아서 눈물을 훔친 적도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제가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실 것입니다.

어르신들로 인해 제가 철이 들어가고 인생을 다시 배워가고 있기에 오늘은 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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