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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고기도 먹다보니 배부릅디다. 양기수, 현대문예 제42회 신인상(시조부문) 등단!
공무원의 길 30여년, 끝머리에서 ‘시조’를 만나다.
2008-09-24
김재천 jck0869@hanmail.net
 
“아이고, 내 낯바닥은 찍어서 뭐한다요” 장흥의 문화예술, 향토사학을 취재할 때면 꼭 만나야 할 사람, 하얀 머리를 긁적이며 카메라 앞에 서기도 부끄러워하는 사람 양기수(57세,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근무)가 또 일을 냈다. 현대문예(2008. 8월호) 제42회 신인상 시조부문에 당선해 ‘시조시인’이 된 것이다.

당선작 「농월정에서」「탑」「여름밤」이 뿜어내는 담박한 시어와 정갈한 기품은 두툼한 책 속에서도 눈에 띈다. 전업 작가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오지 않은 탓에 그의 이름이 생소할지 모르지만 그는 이미 1996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부문에서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발을 디뎠다.

“참새고기도 고기다” ‘허허’ 웃으며 이름 그대로 한 눈 팔지 않고 공무원의 길을 걸어온 인생. 장흥 땅 어느 곳 시인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낡은 사당, 절의 나무 기둥 하나도 만져보지 않은 것이 없다.

시인은 좁은 산길을 발품 팔아 걸으며 보고 들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노트에 적는다. 가슴 짠한 엄니들 이야기, 눈 찔끔 감고 싶은 못마땅한 세상 이야기, 숨어있던 장흥의 소중한 유산을 돌다보면 눈부신 풍경에 놀라곤 한다. 혼자 보다 애 터지고 목매이게 그리운 사람이 생각날 때면 써 내려간 시 한 수! 이번에 당선된 시들은 시인이 일상 속에서 그렇게 느꼈던 이야기들 중 일부다.

어렵고 따분한 한자(漢字)어, 난해한 말로 주저리 풀어낸 노래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시조는 독자들은 물론 작가들에게서조차 관심 받지 못한 장르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시조를 친근하고 편안한 감동으로 풀어내 ‘현대시조’의 장을 넓힐 필력(筆力)으로 등장했다.

한국문단의 거장들을 배출한 장흥에서는 글 꽤나 쓴다는 사람도 ‘글 자랑’하기 힘들다. “부족하기만 한 글을 내는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그의 말과 달리 이번 작품들은 ‘글자랑’ 좀 해도 될 듯싶다.

“작품에서 시어 선택이나 메타포의 적절한 결여는 재고의 여지가 많다. (중략) 주제를 중심으로 각 수가 탑의 영원성과 불교적 시철학이 내포되어 있어 읊을수록 그 운율이 하나의 음악으로 노래되어 있어 거듭 읽고 싶은 가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사평 정소파, 오재열, 김계룡의 말처럼 그의 시는 읽을수록 운율이 살아나고 시어(詩語)들 저마다의 느낌이 일렁인다.

진정으로 그리운 임 면벽으로 자리하고
시공을 밀어붙여 솔바람 머무는데
타는 정 가누지 못해 고뇌하는 형상들

청태 낀 상념들이 바람결에 흩어지고
슬프도록 외로운 몸 침묵으로 굳었는가
감춰진 인연 자국은 돌이 되어 남았네

마음도 비워두고 인연도 떨쳐두고
세월의 뒤안길을 오가며 사는 인생
그대로 자연이고파 침묵으로 섰구나
-「탑」양기수
“가슴 벅찬 풍광과 감정을 접한 옹알이, 삶이 팍팍할 때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콧소리 신세타령이 글로 표현한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오늘도 묵묵히 책상 앞에서 연필을 깎는다. 노트북과 전자사전 대신 낡은 노트와 펜이 자리한 사각 이야기 주머니에서 풀어 낼 그의 이야기! 벌써부터 그의 옹알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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