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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꽉 막힌 한일간의 물꼬를 튼 심포지움 2013-11-20
이영노 기자 no7282@hanmail;.net

기고 -전 대 열 -
세계는 오대양 육대주로 나눠져 있다. 전통적으로 이 분류법은 많은 지리학자들의 지지를 받아왔고 지금도 그대로 인용되지만 이제는 남극과 북극 그리고 우주를 향한 거대한 미래를 개척하려는 희망이 현실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인구 2만 정도의 소국들도 존재하고 10억이 넘는 대국도 있다. 소국이냐 대국이냐 하는 설정은 단순히 인구수로만 따지는 얘기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인구도 적고 면적도 좁지만 바티칸을 가리켜 소국이라고 낮잡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대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 바티칸과의 우호 친선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다. 가톨릭이라는 거대 종교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막강한 힘을 의식해서다. 바티칸은 이러한 위세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분쟁을 조정하기도 하며, 신앙과 문화로 순화시키는 영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제국주의는 오직 군사력만으로 타국을 점령하고 강제로 지배하는 역할을 자행해 왔다. 수많은 식민지국가들은 오랜 삶을 살아왔던 조국을 빼앗긴 채 제국주의 노예로 전락하여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우리 한국이다. 한국은 아프리카나 대륙 오지에 있는 낙후한 미개민족이 아니었으며 어엿한 문화와 언어 그리고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난 문자를 가진 문화대국이었다. 일찍이 백제 왕인박사는 일본에 한자를 전하며 엄청난 문화유산을 안겨줬다. 왕인박사의 은공에 대해서는 한국보다도 일본에서 더 크게 기억하고 있는 현실이다. 왜구의 침범이 창궐하여 세종 때에는 해적의 근거지인 대마도를 정벌하고 도주(島主)의 항복을 받아 평화를 유지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사무라이의 힘이 강해지자 칼날을 조선으로 돌려 결국 7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이로 인하여 조선국토는 완전히 피폐화되었으며 수많은 전쟁 희생자와 피납자 때문에 농사를 지을 남정네가 태부족한 처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조선과 일본의 교류사를 보면 전쟁보다는 더 많은 세월을 평화와 무역거래를 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였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깨어진 것은 명치유신으로 서구의 문물을 재빨리 받아드린 일본이 제국주의 본성을 발휘하여 한국을 강제로 병탄하면서부터다.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고, 군대를 해산하여 저항을 최소화시킨 후 드디어 매국노 오적을 동원하여 소위 ‘한일합방’을 선포하면서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일본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게 된다. 우리 민족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임시정부를 만들고 이등박문을 쏴 죽인 안중근의사를 본받아 윤봉길, 백정기, 이봉창 등 수많은 애국열사를 배출했다. 국내외에서는 2.8독립선언, 3.1독립선언,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등 굵직굵직한 독립운동이 끊이지 않았으며 만주벌판을 누빈 광복군들은 봉오동, 청산리에서 일본군 정규군을 무찔러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광복군의 투쟁이 제2차대전 막바지에 한반도 상륙작전으로 이어질 뻔했던 것이 원폭투하와 조기항복으로 무산된 것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소 양 대국의 분할점령 대상이 되고 이념분쟁의 장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분단지역으로 뒤처져 있다. 분단의 원인제공자는 일본이다. 더구나 일본은 패전국의 빈곤과 혼란에 허덕이다가 6.25전쟁의 특수를 만나며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홀연히 일어난다. 분단의 원인을 제공하고 그 과실은 고스란히 일본 혼자서 차지한 꼴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식민지 과오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군대 성노예, 징용, 학병, 공출 등등 모든 착취와 약탈을 부인한다. 심지어 멀쩡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무라야마, 고이즈미 등이 과거에 사과한 것조차 현 아베총리는 부인하려 한다. 우경화를 부추겨 자신의 정권안정에 이용한다. 양심도, 양식도 없는 일본의 치부(恥部)다.

지금 한일관계는 틈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전쟁이나 외교단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정세의 흐름은 화해와 협력이다. 정부끼리 대화가 단절된 것을 풀기 위해서는 민간에서라도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선뜻 먼저 나서기 어려운 양국의 내면적 제약 때문이다. 이를 과감하게 치고 나선 게 한국의 범시민사회단체연합(대표 이갑산)이다. ‘범사련’은 오래 동안 풀뿌리 시민단체 수백 개가 모여 협동하고 있는 단체로서 내일의 희망을 건져내려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범사련에서는 11월16일 동경 프레스센터에서 한일평화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여야 국회의원 김무성, 김재윤, 원유철, 박대출 그리고 홍재철목사, 박남수교령, 영담스님 등 종교계에서도 흔연히 참여했다. 일본 측에서도 참의원에서 아찌라의원 등 교수와 종교계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중앙일보 김경희, 월간조선 박영철기자도 특파되었다. 국립 한경대 태범석총장은 대회장 인사를 통하여 한일 지도자들의 상호이해를 촉구했다. 재일거류민단 오공태단장과 재일본한인영합회 이옥순회장의 협력도 눈에 띄었다. 시작은 작지만 물꼬를 트는 용기는 너무 컸다. 바늘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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