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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자문화제 중 연이은 음주운전 사고를 걱정하며 강진경찰서장 총경 김남현
2008-08-13
김승룡 ksy0767@hanmail.net
청자문화제가 시작되던 날 축제장에서 술을 마신 만취 공무원이 음주뺑소니사고를 내고 혈중알코올농도 0.199%의 만취운전자가 인피사고를 냈다. 다음 날은 만취한 것으로 보이는 운전자가 중앙선 침범사고를 내 현재 의식불명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있고, 급기야 어제는 축제 현장 가까운 곳에서 음주운전한 것으로 보이는 운전자가 또 중앙선 침범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그리고 오늘 새벽 또 만취운전자가 인피 교통사고... 예년에 비해 큰 성황을 이루는 축제현장의 혼잡경비, 주차관리 등으로 경황이 없는 가운데 축제기간 중의 연이은 음주운전사고는 우리 경찰을 맥빠지게 한다.

작년 대학에서 근무할 당시 주취운전의 형사책임을 강의하면서 서두에 학생들에게 우리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한(恨), 정(情) 그리고 흥(興)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었고 또 과연 그러하다고 공감했다.

우리의 이런 정서를 한 자리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마법의 묘약이 있으니 이것도 외자인 술(酒)이 아니던가. 대부분의 모임에서 정서적 연대를 원하고 이것을 더욱 촉진하기 위하여 우리는 술을 동원한다. 그리고 술은 어느 정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것 같다. 옛말에 “말로써 많은 뜻을 전(傳)하고 그 정(情)을 합(合)한다 하더라도 술만큼 같지 못하다”는 것은 바로 이것을 이른 것이리라.

술은 원래 생동지물(生動之物)이라 담겨져 있지 않으면 그 작용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즉 마시는 자가 술을 길들이지 않으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럭비공과도 같아서 위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일찍이 선인들도 이 문제를 우려했었다. 허 준 선생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醉飽不可走車馬及度越(취포불가주거마급도월)』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술 취한 채 거마를 운전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 BC 8, 9세기 이집트 파라오시대에도 “자신의 술 실력을 자랑하지 말 것이며... 술을 이기지 못하여 취한 자는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술 취함 특히 음주운전에 대하여 매우 관대한 편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05%만 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으니 누구나 소주 한두 잔 정도는 괜찮다는 격려나, 2차 술자리로의 운전을 부추기고 귀가자의 음주운전 고집을 못이긴 채 방치하는 자세는 참으로 무책임하다. 한 술 더 떠 강진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기 까지 한다.

그렇게 법을 잘 알고 강진을 사랑한다면 최근에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종전보다 훨씬 중한 처벌을 받도록 바뀐 사실과 음주운전을 한 사람 뿐 아니라 음주운전을 조장하거나 방치한 사람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술 문화가 우리 사회의 독특한 한과 정과 흥의 어울림 현상으로 승화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은 위험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나는 7년 연속 최우수 지역축제에 빛나는 청자축제가 올해도 큰 성공을 거두기 바라며 우리 동료들과 함께 안전하고 쾌적한 축제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안전을 배려하고 자제하는 덕(德)을 쌓을 때만이 축제는 지속될 수 있다.

축제 5일째, 오늘부터는 음주운전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분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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