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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잠에서 늦게 깨인 어느 부산한 아침, 서둘러 씻어 온몸에 흐르는 물줄기를 바쁘게 훔쳐내는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어느 분의 성함.
광주에서 사무실을 열면서도 시골에 있는 우리들까지 잊지 않고 골고루 보내주었던 한 장의 편지.
문득 수년전에 그분이 세상을 떠나 가셨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었는데 정으로 남긴 수건은 지금도 남아 나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으니,
인간이 때로는 자신의 남긴 발자취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 갈수도 있다는 전율이 온몸을 휘몰아 갑니다.
마치 바다에 일어나는 파도나 물거품과도 같이 미약한 존재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이세상의 만물은 잠시 동안 나의 것으로 맡아둔 것만이 있을 뿐,
영원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내가 생전에 이미 베푼 인연은 진정하게 내 것으로 남지만,
죽을 때까지 쥐고 있던 것들 모두는 내 몸마저도 후손들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그러기에 살아 쉼 쉬는 오늘을 찬미하고 조금이라도 많은 상대들과 아낌없는 정을 나누는 일이 더욱 보람 있는 일이 아닌지.
인생의 망망한 바닷가를 서성이며 속절없이 출렁거려 다가서 부서지는 포말로부터 허무의 속삭임을 듣고,
어차피 돌고 돌아가는 길에 돌아서면 뒤가 되어버릴 앞과,
되돌아보면 앞이 되어버릴 뒤는,
조건 없는 염화시중의 미소와 함께 그침 없는 영원의 노래를 읊조리며, 질기고도 질긴 존재의 의미를 되새김질 할 것입니다.
파도야.
너는 어찌
깊은 시름 만들어
어디서부터 시작한 발걸음.
이곳에 무작정 부딪혀,
온몸에 파란 멍울 달고
이제 또
어디로 가려느냐.
텅 비인 해변
하얀 모래톱에,
긴 발자국 남기고
바다로 향했던 여인.
깊숙이 베인 무상의 세월
상처 받은 몸으로 보듬더니,
이제 또
무슨 심산으로
발자국마저 거두어 가려느냐.
파도야
너는 비록 떠나면서도
나를 보내지 않지만,
이 세상 모든 미련과
아쉬움 절은 사연들.
가슴으로 안고
나는야 가련다.
내가 등 돌린 외딴 바닷가에
파도
너를 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