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전남광주의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 몇 곳을 방문했다. 농촌융복합산업은 농산물의 생산에 가공, 체험, 판매 등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이다. 사업 영역이 넓은 만큼 경영체가 사용하는 공간도 다양하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생산공간이 있고, 상품을 제조하고 포장하는 작업공간이 있으며, 소비자를 만나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도 있다.
이들 공간은 역할이 다르고 경제적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 농지는 농작물을 생산하기 좋은 조건이 중요하고, 가공공간은 작업 동선과 위생, 설비 운영의 효율성이 중요하다. 판매 공간은 소비자의 접근성과 가시성, 주차 여건 등이 중요하다. 특히 접근성이 좋은 판매 공간을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시설과 인테리어에 투자했다면 공간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커진다.
그런데 방문한 경영체 가운데 일부에서는 공간의 가치와 실제 사용 방식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농장이나 작업장에서 해도 되는 단순한 제조나 포장 작업을 판매공간에서 하고 있었으며, 상품을 진열하고 고객을 맞아야 할 자리에 상자와 자재를 쌓아 창고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작업하기 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영 측면에서는 이 ‘편리함’에도 비용이 따른다. 다른 사람의 건물을 임차해 판매장을 운영한다면 매달 상당한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자기 소유의 건물이라고 해서 공간의 비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 공간을 임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나 다른 용도로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위치의 공간을 단순 작업장이나 창고로 사용한다면 그만큼 더 높은 수익을 만들 기회를 놓치게 된다.
농촌융복합산업에서 공간의 경제성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매 공간은 상품을 보관하는 장소 이상의 역할을 한다. 상품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소비자가 머물게 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경영체와 상품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같은 면적이라도 상품을 매력적으로 진열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데 활용할 때와 포장상자나 자재를 쌓아 놓을 때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공간별로 어떤 활동이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산공간에서는 재배와 수확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공 공간에서는 선별·가공·포장 등의 작업 효율을 높여야 한다. 판매 공간에서는 상품 진열과 판매, 홍보, 고객 상담, 예약 접수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체험 공간 역시 체험료 수입과 함께 상품 구매, 재방문, 입소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용하면 공간의 경제성이 높아진다.
규모가 작은 경영체에서는 한 공간을 여러 용도로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무리하게 공간을 분리하기보다 구역이나 시간에 따라 기능을 구분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핵심은 지금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공간의 경제적 가치에 적합한가를 따져보는 데 있다.
농촌융복합산업에서는 가공장이나 체험장, 판매장을 새로 조성하는 데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시설을 마련하는 사례도 많다. 시설을 확보한 뒤에는 그 공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잘 꾸민 판매장을 창고나 단순 작업장으로 사용한다면 투자한 시설의 수익 창출 기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농업인은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과 소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촌융복합산업에서는 이러한 계산을 농지에서 가공장, 체험장, 판매장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간이 차지하는 비용에 비해 어느 정도의 매출과 수익을 만들어 내는지, 더 높은 가치를 만드는 용도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 여러 경영체를 둘러보면서 새로운 시설을 마련하기에 앞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간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장에서 해도 되는 일을 비용이 높은 판매 공간에서 하고 있는지, 상품을 팔아야 할 자리를 자재와 상자가 차지하고 있는지, 작업의 편리함 때문에 공간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농작물의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따지듯 가공장과 체험장, 판매 공간에도 그에 맞는 생산성과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 농촌융복합산업에서는 공간 역시 중요한 경영자원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일본 6차산업의 진화와 전남광주 농촌융복합산업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8.26.).
허북구. 2026. 일본에서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전남 농업의 선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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