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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생고기 식문화의 과학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9-19 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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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문화(文化)는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말한다. 문화의 범위를 식문화로 좁히면 식재료 종류와 선택하는 방법, 식단의 내용, 조리법, 식기의 선택 방법, 또 누구와 어떻게 먹는지, 먹는 방식, 먹는 매너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포함된다.

 

지역의 식문화 특징을 찾아내려면 각각의 특징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기준설정과 함께 상대적인 문화에 대입 및 분석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러한 배경에서 나주 음식문화의 특징을 찾고자 나주에 거주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조사와 제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시기에 제보를 받은 내용 중에서 잊혀지지 않은 것 중의 하나는 ‘날 것’, 즉, 날음식에 관한 것이었다. 제보자는 “어릴 적 자신의 부친은 노동을 많이 하셨는데, 아침이면 꼭 사발에 날계란과 참기름을 섞어서 마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생고기를 드셨다.”라는 것이었다,

 

제보자가 생각했을 때 “아버지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셨는데, 생계란과 생고기(날 소고기)를 주기적으로 먹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버티었고, 건강하셨던 것 같았다.”라는 것이었다. 제보를 받았을 당시에는 과거의 경우 날계란을 먹는 문화는 일반적이었으므로 그 지역적 배경이나 노동과 ‘날음식’의 관련성에 대해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제보를 해 주기 위해 야간 근무를 하고 나서 아침 일찍 방문해준 제보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잊혀지지 않아 자연스럽게 생고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고기에 관심을 갖다 보니 나주 사람들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유난히 생고기를 좋아하는 식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서울 등지에서 나주로 이주했거나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생고기라는 용어와 식문화 자체가 생소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서 필자의 나주 특이 식문화 목록에 ‘나주 생고기 식문화’를 포함시켰다.

 

‘생고기 식문화’를 나주 음식이라는 자리에 위치시켜 놓으면 왜 나주에서 특별하게 발전했고, 그 문화가 전승되고 있는지에 대해 기원, 재료의 공급과 소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들은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고, 본 글에서는 날계란과 생고기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제보해준 제보자가 추정한 “날음식과 체력의 관계”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알아보고자 한다.

 

소고기는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한 고품질 단백질원이므로 제보자의 제보 내용에서처럼 소고기를 주기적으로 먹으면 날음식과 익힌 것을 떠나서 체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가운데 날소고기와 익힌 소고기 간에는 여러 가지 특성 차이가 생긴다.

 

우선 생고기는 일반적으로 조리된 소고기보다 영양소가 더 많다. 소고기에는 프로테아제, 리파아제와 같은 활성 효소가 들어 있다. 이들 효소는 영양소 분해와 더 나은 흡수를 촉진하는데, 익힌 고기에서는 변성되고 불활성화된다.

 

영양소별로는 단백질의 경우 생소고기에는 원래 상태 그대로 단백질이 모두 들어 있지만, 익히게 되면 일부 단백질이 변성되어 총 단백질 함량이 약간 줄어들 수 있다. 비타민 C, B, 엽산과 같은 수용성 비타민의 대부분은 익히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파괴되거나 침출된다.

 

철분, 아연, 셀레늄과 같은 미네랄은 조리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생고기와 익힌 소고기 둘 다 비슷한 양이 존재한다. 날고기는 익힌 소고기에 비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익힌 소고기는 요리 과정에서 이런 성분 중 일부를 잃을 수 있다.

 

익힌 쇠고기는 영양분의 손실, 해로운 화합물의 생성 가능성 등 단점이 있으나 잠재적으로 해로운 박테리아를 죽이고, 특정 영양소의 소화율을 개선하고, 철분과 같은 일부 영양소를 생물학적으로 더 이용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고기와 익힌 소고기의 식용에 따른 차이점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생고기를 먹어서 건강했을 것이다.”라는 추정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 또한 생고기와 익힌 소고기의 식문화 배경에는 영양 성분 흡수의 다소 외에 맛, 개인적인 식성향, 안전, 위생이라는 요인도 작용한다.

 

안전과 위생 측면에서 생소고기에는 살모넬라균, 대장균(E. coli), 시겔라균, 황색포도상구균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박테리아를 섭취하면 복통, 메스꺼움, 설사, 구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경미한 것에서 심각한 것까지 다양하다. 박테리아는 해롭지만 조리 시 열에 의해 모두 파괴될 수가 있다.

 

따라서 나주 생고기 식문화의 효과에 대해 명확하게 좋다고 결론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속되어온 생고기 식문화를 강화하여 특산음식으로 발전시키려면 체계적인 유통, 식품 과학이라는 측면에서 이론적 배경을 만드는 것과 함께 철저한 위생 관리로 안전한 먹거리가 담보되도록 해야 것이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4. 광양 숯불고기와 나주 생고기.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4.9.14.).

허북구. 2022. 호남선의 멧재 음식과 전라선의 솔갈비 음식. 전남인터넷신문 나주음식문화 12(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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