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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 꽃을 피우다/김혜자
  • 기사등록 2020-07-18 08: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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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함께 꽃잎을 열고

지는 해에 봉우리를 닫는

가시로 정돈 된 예리한 단아

웃음기를 다 빼낸 정좌로

저만치 거리에 털가시 보이더니

 

이내, 꽃대를 올린다

 

정화수 떠 놓고 손 비비는 한으로

심연의 기를 모아 하늘을 여는 자태는

온 몸이 털가시로 팽팽한 긴장이었음을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고서야 알았다

 

잎이 가시가 되듯 버겁게 버티어 온 노래 속엔

진한 햇빛으로 풀먹인 카기색 삶의 양탄자와

꽃눈이 연잎을 찢고 나오는 소리

꽃망울이 퐁 터지는 청량한 미성

연보랏빛 꿈을 꾸는 세상이 있었음을

 

연방죽, 먹먹하고 무심한 물색은

뭉게구름 하늘을 그득 담고

저쯤 떨어진 곳에

 

보랏빛 인연, 피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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