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함께 꽃잎을 열고
지는 해에 봉우리를 닫는
가시로 정돈 된 예리한 단아
웃음기를 다 빼낸 정좌로
저만치 거리에 털가시 보이더니
이내, 꽃대를 올린다
정화수 떠 놓고 손 비비는 한으로
심연의 기를 모아 하늘을 여는 자태는
온 몸이 털가시로 팽팽한 긴장이었음을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고서야 알았다
잎이 가시가 되듯 버겁게 버티어 온 노래 속엔
진한 햇빛으로 풀먹인 카기색 삶의 양탄자와
꽃눈이 연잎을 찢고 나오는 소리
꽃망울이 퐁 터지는 청량한 미성
연보랏빛 꿈을 꾸는 세상이 있었음을
연방죽, 먹먹하고 무심한 물색은
뭉게구름 하늘을 그득 담고
저쯤 떨어진 곳에
보랏빛 인연, 피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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