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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풍경의 깊이/李順姬
  • 기사등록 2020-07-18 08: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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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내음 물씬 풍기는

질펀한 목포항 바닷가에 와서

어느 생애 또다시

파도 한 이랑을 안을 수 있을까

 

유달산 자락 아름드리 해송은 살랑대고

상자마다 등지느러미 세운 갈치가 빛나는 곳

드넓은 다도해와 용머리가 그린 수묵화 빼어나고

삶의 노래 왁자한 나무나루

 

잠들어 있는 수십 척의 배들을 깨울까

조심조심,

정겨운 고깃배가 돛을 올려 띄울 즈음

기억의 원형을 찾는 시인의 목소리

하얀 물안개 되어 다순구미 언덕까지 피어나고

 

우리 삶이란

환호하며 밀려왔다 아프게 쓰러지는 파도라는 것을

목포항은

밀물과 썰물의 손길로 말해주고 있다

 

길을 잃지 마라!

대반동 바닷가에 세운 인어상 위로

짠 바람을 가르는 목포대교, 노을은 눈부시고

째보선창 부두에서 바라본 삼학도가

닫혔던 나를, 한 폭의 유화처럼 안아주며

마음을 비워 흐르는 법을 일러주었다

 

수심가를 온몸으로 녹여

깊이, 바다의 눈물을 껴안았기 때문이리라

애환의 물보라까지 잠재운 흔적은 역력하다

보라, 목포항 함성은 이제도 마음 속 깊게 파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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