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일까? 진보일까? 아니면 중도일까? 이도 저도 아닌 필요에 따라 묻어 다니는 적당주의자는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름 60 가까이 살다보니 되돌아 볼 발자국들이 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니면서 진보진영 인사라는 낙인이 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참 보수적으로 살아온 것 같다. 한 시대를 성공회 사제로 살아왔지만 석가도 좋아해서 고3때 신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일타스님으로부터 5계도 받았고 이후 석가의 말씀을 즐겨 대했다. 후일에 사제가 되어서도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기독교에서 출발해 동양의 유불선을 깊게 공부하시고 종교적인 경계를 넘어서신 ‘다석 유영모’를 흠모하면서 살았다.
본당 신부직을 벗어나 종교문화재단의 다석채플을 하면서도 유가적인 제례의식을 좋아해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사를 드린다.
신.구교는 물론 민족종교인 천도교, 증산도 등의 신교나 인도의 힌두 계열의 요가지도자 과정까지 아무런 종교적인 편견 없이 살아온 터였으니 나에게 진보니 보수니 하는 편 가름은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인지 내심 보수를 좋아하면서도 워낙 자유롭기를 원한다.
또 어디에, 무엇에, 어느 한 생각에 억매이지 않고 종교인으로, 칼럼니스트로, 종교미술을 하는 예술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살면서 어느 이념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의 보수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을 가져 왔다. 한국의 보수는 척도가 불분명한 법치주의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생각 즉,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친일세력의 권력 보존과 정치적 과오가 많은 박정희, 전두환 등 군사정권의 수호라든지 경제적으로는 정부기구의 크기를 줄이고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를 못했다.
여기에 세속적인 권력을 지향해 온 기독교와 보수 친미로 귀결되는 종교의 보수성을 더하면 대한민국 보수의 밑그림이 보인다.
늘 보던 일이지만,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보수 단체의 집회 행사를 보면 군복을 입은 무슨 참전용사들이나 어느 특정 부대의 동호회 등과 더불어 보수적인 대형교회 신자와 성직자, 보수로 분류된 전직 언론사의 논객들이 모여 성조기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인공기를 불태우는 노회한 사람들의 풍경을 보곤 한다. 무엇을 지키고 수호한다는 것인지 알 길은 없다.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유림이나 대종교, 천도교, 증산교, 동학교도, 유․도가의 경전, 그 외 천부경, 환단고기, 동경대전 등을 손에 든 사람이 눈에 띌 법도 한데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이 무모한 변화를 반대하고 우리의 제도나 관습, 문화와 규범 등 민족의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보수주의자일까에 대해 보수의 품격도 고유의 정신도 없어 보여 혀를 차기도 했다.
나는 지난 대선에서 경찰청, 국정원 등 사법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에 따른 파장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명 ‘국정원 게이트’를 접하면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1, 2차 국정조사 청원, 대학가의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의 확산, 진보와 보수 간의 날선 공방과 시내 도심에서 벌어지는 대치, 촛불 집회의 재현 기미, 박 대통령의 일정한 선긋기와 발뺌 등 지금까지의 많은 뉴스를 비롯해 자고나면 쏟아져 나오는 이슈들이 많지만 오히려 그런 시사적 관점보다도 ‘표창원에 열광하는 젊은 청년, 시민들’이라는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보수주의자, 대한민국 경찰학 박사 1호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실종된 보수 앞에, 보수의 가치를 실천적 삶으로 보여주는 구원투수 표창원 전 교수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해성처럼 나타났다. 그는 보통의 교수나 학자와 달리 어려운 얘기를 쉽게 말한다. 보수의 상식을 말한다. 그의 저서 '표창원, 보수의 품격' 서두에서 “보수는 합리적이다. 보수는 정의롭다.
그런데 친일주의자, 사대주의자, 전체주의자, 파시스트들이 보수를 도용하고 있다. 폭력, 생떼, 억지 주장, 집단 난동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뜻이 잘못 전달될까 하는 염려에서 내 말 보다 표 교수의 말을 “쌍 따옴표”에 담아 인용한다.
“위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권력으로 치부를 가리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다. 부끄러움을 알고 공익을 위하는 것이 보수다. 입을 막고 종북과 좌빨을 외치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비판에 당당하다. 자신의 길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 것이 보수다. 권력의 그늘에서 시민의 피를 빠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수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민주주의 파수꾼이다. 과거를 열심히 평가하고 화해로써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보수다.” 라고 말하며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을 가진 저들은 보수를 도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표 전 교수의 어법은 직설화법이다. “경찰-검찰-법원은 대표적인 국가 ‘정의 체계’, 사법 시스템”이라며 “만약에 정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 정의 체계’를 통제, 왜곡, 조종한다면 이는 반헌법적 반국가적 범죄입니다. “보수주의자로서, 고백하고 요구하고 경고합니다.
선관위와 경찰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모든 방법 동원할 것, 진정한 보수라면 친북 좌빨 주장 집어 치우십시오” “보수주의자로서 경고한다.
보수주의의 근간이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인 법질서를 훼손하고 방해하지 말라.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절대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절대 공정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며 그의 원칙을 밝힌다.
또한 약속의 엄중함,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 정의가 살아있다는 믿음 등을 근거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야 할 10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 10가지 이유를 면면히 살펴보면 모두가 원칙들의 나열이다.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강경하게 밝혀온 원칙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보수의 법치주의 원칙들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비롯해 책임자 처벌, 대통령 책임표명 등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대로 사건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만 명의 시민과 길거리에 나와 촉구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표 전 교수에 대한 청년과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신문, 방송 등 기성 언론이나 매체들은 냉담하다. 그의 국정조사 요구서 전달 현장에는 인터넷 매체와 온라인 활동가들을 제외한 중앙일간지, 방송3사 등 기성언론사 취재진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분위기가 그러한데 개별적인 인터뷰나 취재 요청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지금은 1인 1언론시대, 1인 미디어 시대이다. 손에 든 매체가 더 이상 통제의 대상이 아님을 알기에 기성 언론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표창원을 클릭하는 수는 많아지고 있다.
왜 표창원인가 하는 이유들을 찾아보았다. 그의 저서 부재에서 말하듯 ‘정의는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 고 믿는 표창원의 신념에서 말해주듯 진정한 ‘보수의 품격'을 찾아야 한다는 것,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과 발전으로 이끌어 주실 분이라는 것,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제도의 옷을 던져버렸다는 것, 몸을 사리지 않고 용기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 등... 그 외에도 그 이유는 많다.
그동안 병역 비리, 권력 비리, 부동산 투기, 탈법과 위법, 위장 전입, 뇌물사건 등에서 자유로운 그런 정치인, 지식인이 너무 귀했기에 젊은이들이 더욱 그를 열망하는 것은 아닐까.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민주정부 3대 대통령은 표창원이길 바란다는 섣부른 주장도 거침없이 나온다. 권력에 눈치 보지 않는 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