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금 kangske19@naver.com
아마트 알라흐만 알라포리, 릴리아나 실바 미게즈, 파스칼 이쇼 워르다.(사진 왼쪽부터)[전남인터넷신문/강성금 기자]95세 고령인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의 재판 전 구금이 지속되자 ‘이번 사건을 국내 형사재판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해외에서 나온다. 한국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당사국인 만큼, 재판 전 구금과 무죄추정, 적법절차가 국제인권기준에 맞게 적용됐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인권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ICCPR 당사국’
대한민국은 ICCPR 당사국이다. ICCPR은 신체의 자유와 안전, 공정한 재판, 무죄추정, 종교의 자유 등을 보장한다. 재판 전 구금 역시 법에 따라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특히 ICCPR 제9조 제3항은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을 구금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 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 역시 일반논평 제35호에서 재판 전 구금은 예외적인 조치여야 하며, 보석이나 전자감독 등 대체수단으로 구금의 필요성을 해소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비엔나 조약법 협약 제26조의 조약 성실 이행 원칙 역시 국가가 자신이 동의한 조약상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국내 사법절차도 국제인권규범과 무관하게 판단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멘의 저널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인 아마트 알 라흐만 알라포리(Amat Al-Rahman Al-Afory)는 “ICCPR 당사국인 한국이 고령 피구금자에게 인도적인 대체 수단이나 비례성의 원칙을 충분히 적용하지 않는다면 국제조약상의 의무 이행과 관련해 엄중한 법적 의문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콜롬비아의 전략적 소송 전문 인권변호사 릴리아나 실바 미게즈(Liliana Silva Míguez)도 “한국은 ICCPR 당사국으로서 규약에 담긴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고령 피고인의 구금에 대해 충분한 비례성 심사가 이뤄졌는지는 국제적 의무 이행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법원의 판단, 국제기준에서도 평가 대상
이번 사건이 국제적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의 사법절차가 국제법 위반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법원이 어떤 사유로 구금을 유지했는지, 그 사유가 현재도 유효한지, 보석 등 대체 수단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는 국제인권기준에 비춰 평가될 수 있는 문제다.
유엔 인권기구 역시 개별 국가의 모든 형사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국가의 인권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권고나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알라포리 운동가는 “고령 피구금자에게 인도적 대안과 비례의 원칙이 충분히 적용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인권 의무 이행에 대한 국제적 문제 제기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런 사안은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 등 국제 인권 메커니즘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바 미게즈 변호사 역시 “사법적 판단이 외부의 사회적·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 고령 피고인에게 필요한 보호조치가 충분히 고려됐는지는 국제적인 인권 기준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외교 문제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국제적 인권 기준에 대한 국가의 태도가 외교적 신뢰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바 미게즈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ICCPR 당사국으로서 규약과 세계인권선언에 인정된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엄격한 비례성 심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국제적 인권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유엔 인권감시기구 앞에서 신뢰도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스칼 이쇼 와르다(Pascale Ishow Warda) 전 이라크 이민·난민부 장관도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자 ICCPR 가입국으로서 국제 인권 기준을 사법적 판단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이 사건이 한국에 부정적인 국제적 평판을 남기고, 국제사회가 한국의 법과 태도를 오랫동안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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