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계주 igj2668@hanmail.net
[기고문] 편리함 뒤에 숨은 위험, 주택 내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지난 8월 13일, 고흥군 봉래면의 한 단독주택 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의 발화 지점은 다름 아닌 충전 중이던 낚시용 집어등이었다. 집주인은 놀란 마음에 직접 불을 끄려다 화상을 입고 말았다. 대단한 장비도, 특별한 부주의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충전기를 꽂아두었을 뿐인데 벌어진 일이었다.
6일 뒤인 8월 19일 구례군 구례읍 아파트에서도 낚시용 집어등 충전을 마친 뒤 전원을 분리한 상태에서 열폭주로 인한 판박이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현장(본 기사와는 무관 함
이번 화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이미 보조배터리, 전동킥보드·자전거, 캠핑·레저용품 등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가볍고 오래 쓸 수 있어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함께 안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번 불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열폭주'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무서운 이유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이다. 배터리 내부 셀 하나에 손상이나 과충전, 불량 등의 문제가 생기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치솟고, 인접한 셀로 열이 연쇄적으로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화염이 커진다. 초기 진화 시점을 놓치면 일반 소화기로는 진압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유독가스까지 다량으로 발생해 대피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이런 위험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충전 습관만 바꿔도 막을 수 있는 화재 그러나 배터리 화재는 대부분 예방이 가능한 사고다. 몇 가지 원칙만 지켜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KC 인증을 받은 정품 배터리와 정품 충전기만 사용하고, 유사·개조 제품이나 이상이 있는 배터리는 절대 쓰지 않는다.
■ 충전 전에는 배터리의 충격·습기·고온 노출 여부와 외관 손상을 반드시 확인하고, 0℃ 이하이거나 침수·낙하 이력이 있는 배터리는 충전을 삼간다.
■ 충전 중에는 정확하게 연결됐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자리를 비우거나 잠든 상태에서의 충전, 침구류나 가연물 근처에서의 충전은 하지 않는다.
■ 현관이나 출입구는 화재 발생 시 대피로가 되므로 이곳에서의 충전은 피하고, 완충 후에는 곧바로 충전기와 배터리를 분리한다.
■ 배터리는 40℃ 이하의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보관하며, 충전 장소 가까이에 소화기를 비치해 둔다.
■ 냄새, 변색, 부풀어 오름, 소음, 열감, 누액 등 이상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폐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약의 화재 발생 시 대응 요령이다.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압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초기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불을 끄려 하지 말고 즉시 대피한 뒤 119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이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섣부른 초기 대응이 인명피해 등 오히려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신고 시에는 정확한 주소와 함께 배터리 충전 여부, 화재 진행 상황, 인명구조 필요 여부를 함께 알려주면 신속한 대응에 큰 도움이 된다.
충전기를 꽂는 짧은 순간의 습관 하나가 가족의 안전을 좌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집 안 어딘가에서 충전되고 있을 보조배터리, 전동킥보드, 조명등을 한 번 더 살펴보길 바란다. 배터리 화재는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그 시작은 우리 모두의 작은 충전 습관에 달려 있다.
고흥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교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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