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대한 독립 만세! 만세! 만세!”이역만리 타국에서도 고국의 광복만을 염원했던 고려인 선조들의 간절한 외침이 10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살아가는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광주 고려인마을과 법무부 지정 동포체류지원센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는 광복 81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원에서 ‘역사를 이어가는 고려인마을’을 주제로 봉오동전투 재현행사와 다양한 역사문화 체험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고려인문화관 김경림 해설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공병철 광산구의회 의장,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를 비롯해 지역주민과 고려인동포, 학생, 관광객 등 500여 명이 참여해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뜻을 기렸다.
김경림 해설사는 행사 전반을 이끌며 봉오동전투와 홍범도 장군의 역사적 의미, 고려인 선조들의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참가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대성여고 학생들과 지도교사 정지윤 교사를 비롯해 경신여고 학생 50여 명과 지도교사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독립군 역할을 맡아 직접 행진과 전투 재현에 참여하며 교과서에서 배운 봉오동전투와 홍범도 장군의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몸으로 체험했다.
행사의 백미는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역사적인 승리인 ‘봉오동전투’를 시민 참여형 물총 시가전으로 재현한 퍼포먼스였다.
독립군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붉고 푸른색 우비를 입고 물총과 손 태극기, 태극 문양 우산 등을 들고 월곡고려인문화관 앞에서 힘찬 행진을 시작했다.
볼에 태극기를 그린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고려인동포와 지역주민까지 세대를 뛰어넘은 ‘독립군’ 대열이 거리를 행진하자 곳곳에서 “대한독립 만세”, “물렀거라”라는 힘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길목을 막아선 일본군 역할 참가자들에게 독립군이 일제히 물총을 쏘고 비눗방울을 날리며 맞서는 장면에서는 현장의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상가 주민들과 관광객들도 걸음을 멈추고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쳐 힘을 보탰다.
특히 참가자들은 러시아어권 고려인동포들에게 익숙한 “코레아 우라!”라는 함성을 함께 외치며 선조들이 품었던 조국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열망을 되새겼다.
행진의 종착지인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자리한 홍범도공원에서는 대형 ‘박 터뜨리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참가자들이 두 개의 커다란 박을 향해 일제히 물총을 쏘자 마침내 박이 갈라졌고, 그 속에서 ‘대한 독립 만세’와 ‘불멸의 영웅 홍범도 장군’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순간 행사장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 만세 함성으로 가득 찼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고려인마을 주민관광청이 별도의 안내·체험 부스를 운영해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주민관광청 해설사들은 고려인마을의 형성과정과 고려인 디아스포라 160여 년의 역사,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항일운동사를 소개하고, 관광객들이 마을의 주요 역사문화 공간과 체험 프로그램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또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학생, 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려인마을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역사문화 체험을 지원하면서 단순한 행사 참여를 넘어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관광 안내와 역사 해설에 참여함으로써 고려인마을이 지향하는 주민 주도형 역사문화관광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과 청소년오케스트라가 독립운동과 민족정신을 기리는 노래와 연주를 선보였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공연과 고려인동포들의 기상을 표현한 전통 검무 등도 펼쳐져 광복절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뿐 아니라 교육·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법무부에서는 차용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비롯해 임은진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 김세진 동포체류통합과장이 참석해 독립유공자 후손 고려인동포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광산구에서는 박병규 구청장을 비롯해 문혜연 월곡2동장, 이주남 이주민정책과장, 최종순 고려인마을활성화팀장, 김선영 삼도동장이 참석했다.
광산구의회에서는 공병철 의장과 김미라·김길화·박미옥·박창현 구의원이 함께했으며,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과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장 겸 전 광주광역시 민주인권평화국장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지역공동체에서는 이부형 고려인마을주민관광청 해설사회장, 추영기 월곡2동 주민자치회장 직무대행 수석부회장, 노한복 전 월곡2동 주민자치회장, 문영희 월곡2동 통장단장과 통장단이 자리를 함께했다.
최홍표 달아실상인회장, 이몽룡 산정상인회장, 정진산 산정상가번영회장, 정미정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등 지역 상인·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역사문화축제에 힘을 보탰다.
대한적십자사 전남광주지사 봉사회 이경하 회장과 김열화 부회장, 서현교회 장로단도 행사장을 찾아 고려인동포와 학생들을 격려하고 광복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교육계에서는 대성여고 정지윤 교사와 학생 100여명을 비롯해 경신여고 학생 50여 명과 지도교사들이 참여했다. 특히 많은 청소년이 독립군 대열에 직접 합류해 물총 시가전과 만세운동 재현에 참여하면서 이번 행사는 미래세대가 독립운동의 의미를 몸으로 배우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이 됐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독립운동 역사 재현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광복군 재현가 김영태 씨가 행사에 참여해 현장에 역사적 생동감을 더했으며, 국내 유명 아동문학가 홍종의 작가와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도 자리를 함께해 독립운동의 역사와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문화예술로 계승하는 의미를 나눴다.
대동문화 백승현 편집국장도 행사장을 찾아 고려인마을이 간직한 역사문화적 가치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광복절 행사를 살펴봤다.
광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에서 가족과 함께 고려인마을을 찾은 관광객 백승현 씨 가족은 봉오동전투 재현행사에 참여해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외치며 광복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특히 국내 유명 여행 유튜버 ‘홍고고’ 안재홍 씨도 이날 행사장을 찾아 봉오동전투 재현행사와 고려인마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안 씨는 독립유공자 후손 고려인동포들이 선조들의 항일독립정신을 계승하는 모습과 지역 선주민, 학생, 관광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광복절 현장을 다큐멘터리 콘텐츠로 제작해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광주 고려인마을의 봉오동전투 재현행사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와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국내외에 알리는 대표 역사문화 콘텐츠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이번 행사는 교과서 속 역사를 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시간이 됐다.
독립군 역할을 맡은 대성여고 조윤지(18) 양은 “직접 우비를 입고 행진해보니 마치 100년 전 독립운동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뭉클했다”며 “선열들이 지켜낸 나라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서주(18) 양 역시 “잠시 몸을 움직이며 행진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당시 독립군분들은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셨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애국심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경신여고 김태연·김아은·김시현(18) 양도 “독립운동가가 된 것 같은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며 “봉오동전투와 홍범도 장군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독립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고 그 정신이 자라나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매년 광복절 행사를 정성껏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인 청소년은 물론 지역 학생들과 시민들이 대한민국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의미 있는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 고려인마을은 연해주와 북간도 등지에서 일제 식민통치에 맞서 항일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비롯한 고려인동포 7천여 명이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국내 대표 고려인동포 정착마을이다.
고려인마을은 2023년부터 매년 광복절을 맞아 홍범도 장군과 봉오동전투를 주제로 시민 참여형 재현행사를 이어오며 고려인 선조들의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고려인동포뿐 아니라 지역 선주민과 학생, 전국의 관광객, 문화예술인, 공공기관과 사회단체의 참여가 꾸준히 늘면서 봉오동전투 재현행사가 세대와 국적을 넘어 독립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계승하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려방송: 임용기(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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