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앨버트 슈바이처에게 배우는 생명존중과 치유농업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2026-08-13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아프리카에서 환자를 치료한 의사·인도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앨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는 의사이면서 신학자, 철학자, 음악가였다. 그가 남긴 중요한 사상 가운데 하나가 ‘생명에 대한 외경(Reverence for Life)’이다. 인간을 넘어 동물과 식물까지 살아 있는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치유농업에도 의미 있는 화두를 던져 준다.

  

슈바이처는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음악가로 활동하다가 의학을 공부해 의사가 되었다. 1913년 부인 헬레네 브레슬라우와 함께 아프리카 가봉의 랑바레네로 가 병원을 세우고 의료 활동을 시작했다. 1915년 오고웨강을 여행하던 중 ‘생명에 대한 외경’이라는 말로 자신의 철학적 생각을 표현하게 되었으며, 이후 이를 발전시켰다. 1923년 출간된 그의 문명철학 저술에서는 생명에 대한 외경을 보편적인 윤리의 원리로 제시했다. 이러한 철학과 인도주의적 실천은 1952년 노벨평화상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슈바이처가 중요하게 생각한 생명의 범위는 인간에게 머물지 않았다. 동물과 식물까지 포함한 살아 있는 존재로 윤리적 관심을 넓혔다. 생명을 유지하고 돕고 성장시키는 행동에 가치를 두었으며, 자신의 생각을 랑바레네에서의 의료 활동과 생활을 통해 실천하고자 했다. 

  

슈바이처의 생명존중 사상을 오늘날 치유농업의 현장에 대입해 보면 흥미로운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치유농업에서는 식물과 동물, 흙과 농촌환경을 치유자원으로 활용한다. 이때 우리는 흔히 식물이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 동물과의 교감이 사람의 정서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생각한다. 슈바이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사람의 치유에 도움을 주는 그 생명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치유농업의 방향을 ‘생명을 이용하는 치유농업’에서 ‘생명을 돌보는 치유농업’으로 넓혀 준다.

  

씨앗을 심는 행위가 좋은 예이다. 씨앗을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재료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생명존중의 관점에서는 앞으로 싹을 틔우고 성장할 생명으로 만나게 된다. 참여자는 물을 주고 햇빛과 온도를 살피며 기다린다. 싹이 나오면 반가워하고 잎이 시들면 원인을 살핀다. 식물을 잘 키우려는 행동 속에서 관찰과 관심, 기다림과 책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동물을 활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먹이를 주고 만지는 체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물이 편안한 상태인지,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사람과 어느 정도 거리를 원하는지를 살피게 할 수 있다. 참여자가 자신의 욕구보다 상대 생명의 상태를 먼저 생각하는 순간, 체험은 생명존중의 실천으로 발전한다.

  

농장의 흙과 작은 생명도 소중한 대상이다. 흙 속의 지렁이와 미생물, 꽃을 찾는 벌과 나비, 풀숲의 곤충과 새는 농장을 함께 이루는 생명들이다. 이들의 존재를 발견하고 관계를 이해하게 되면 농장은 작물을 생산하는 장소에서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생명을 돌보게 되면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식물에 물을 주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기 위해 집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날을 기다린다. 동물을 돌보면서 상대의 상태를 살피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다. 생명을 향한 관심과 돌봄이 다시 사람에게 움직임과 집중, 책임과 관계의 경험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기에 슈바이처의 생명존중 사상과 치유농업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생명을 돌보는 사람이 그 과정에서 함께 치유되는 것이다. 이 관점은 치유농장의 공간과 운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람에게 보기 좋은 정원을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벌과 나비가 찾아오는 꽃을 심고, 새와 작은 생물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토양의 생명력을 높이는 농사를 실천할 수 있다. 사람의 건강과 농장의 생명력이 함께 높아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치유농업의 발전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효과와 기술은 중요하다. 여기에 어떤 철학을 담을 것인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건강을 위해 자연을 활용하는 단계에서 생명을 돌보고, 그 생명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 건강해지는 단계로 확장할 수 있다. 슈바이처의 생명에 대한 외경은 치유농업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식물과 동물을 치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존중하고 돌보아야 할 생명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치유농장은 사람만 건강해지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식물, 동물, 흙과 작은 생명들이 함께 건강해지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생명을 이용하는 치유농업에서 생명을 돌보는 치유농업으로, 그리고 생명과 함께 치유되는 농업으로. 슈바이처가 한 세기 전에 제시한 생명존중의 철학은 오늘날 치유농업이 추구할 가치와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올도 레오폴드에게 배우는 토지윤리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8.5.)

최연우. 2026. 아르네 네스에게 배우는 심층생태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7.30.)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최신 기사

포토뉴스

지역권뉴스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