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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명인의 휘모리에 심장이 멎었다”… 무등산 청풍골 사로잡은 양승희의 가야금 전율 두 거장과 제자들이 선사한 잊지 못할 명품 무대 2026-08-04
한상일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국립공원 무등산의 맑은 기운이 품어 안은 청풍 골짜기에 여름 더위를 씻어내는 청량한 우리 가락이 길게 울려 퍼졌다.


지난 8월 1일 오후 2시,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광주청풍학생수련장에서 개최된 ‘국가무형유산 양승희와 광주시무형유산 문명자 두 명인의 맥을 잇는 제자들의 행복한 여정’ 공연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국악인 이유나의 품격 있고 매끄러운 진행으로 몰입도를 끌어올린 이번 공연은, 두 무형유산 보유자들과 그 맥을 잇는 제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채롭고 수준 높은 가야금산조와 가야금병창의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은 가야금의 역사와 국가무형유산 양승희 명인의 예술 세계를 담은 영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첫 꼭지에서는 양승희 명인과 전남굉주통합특별시 무형유산 양신승 명고가 호흡을 맞춘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무대가 펼쳐졌다.


가야금산조는 무대와 객석이 외향적인 환호를 주고받기보다, 관객들이 숨을 죽인 채 연주자의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한 음 한 음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감상하는 정교하고 깊은 기악 예술이다. 특히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가 무색할 만큼, 진양조의 깊고 고즈넉한 울림에 이어 휘모리로 휘몰아칠 때 양승희 명인이 보여준 연주는 관객들의 눈과 심장을 멎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 평생 오롯이 걸어온 예술적 깊이는 현장의 모두를 매료시키며 국가무형유산으로서의 독보적인 위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어 두 번째 무대에서는 남도 소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가야금병창의 거장, 광주시무형유산 문명자 명인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앞선 산조가 깊은 정적 속 밀도 높은 몰입을 선사했다면, 가야금병창은 관객과 직접 이야기를 건네듯 눈을 맞추고 정을 나누며 함께 호흡하는 소통의 무대였다. 문명자 명인은 흥보가 중 가장 신명 나는 ‘박타는 대목’을 들려주며 객석과의 거리를 단숨에 허물었다.“여보 마누라! 돈과 쌀이 많이 나왔네. 여기 뭐라고 글씨가 쓰여 있다.‘평생을 꺼내 써도 줄지 않는 취지무궁지미(取之無窮之米)요, 이 돈은 평생을 꺼내 써도 줄지 않는 용전불갈지전(用錢不竭之錢)이라!’
돈이 일만 구만 냥이요, 쌀이 일만 구만 석이로다!”


문명자 명인 특유의 깊은 성음과 품격 있는 재담, 그리고 정갈한 가야금 선율이 마치 소리꾼과 관객이 이야기를 주고받듯 어우러지자 객석에서는 연신 “얼씨구!”, “잘한다!”, “좋다!” 하는 추임새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가난의 한을 씻어내고 기쁨을 터뜨리는 흥겨운 가락은 관객들의 가슴 속 묵은 더위까지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특히 할아버지 무릎에 안긴 세 살배기 어린아이마저 흥에 겨워 연신 고사리손으로 박수를 치며 몰입하는 모습은 현장의 관객들에게 또 다른 훈훈한 미소를 자아냈다.


2026 프랑스 칸 「세계AI영화제」 오프닝 영상 상영 후 이어진 세 번째 무대에서는 25현 가야금의 화려한 음색으로 풀어낸 ‘팔도민요’가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다.


마지막 네 번째 무대에서는 전 출연진이 다 함께 어우러져 ‘가야금병창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그려냈다.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풍경을 정교하게 담아낸 노랫말이 가야금 가락과 어우러져, 사계절 각각의 색채와 분위기가 관객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전통 예술의 정수를 완성도 높게 선사했다.


이날 가야금산조의 본고장이자 창시자(김창조 선생)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한 관객은 “가야금 예술계 두 거장의 훌륭한 공연을 한자리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감격을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 관계자는 "풍성하고 뜻깊은 국악 대향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국가유산청과 장소를 제공하며 원활한 진행을 도와준 광주청풍학생수련장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아울러 열정과 헌신으로 무대를 빛내준 송은지, 장혜윤, 정보라, 송은영, 김효정, 전현정, 김혜인, 서다희, 박한솔, 최수지, 김윤아, 김가연, 김수연, 문유빈, 최혜원, 조가온, 양서은, 김해영 등 모든 출연진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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