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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손녀 같은 마음으로, 메이크업으로 전하는 호국보훈 감사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주지부 장수 사진 메이크업 봉사자 황시연 씨를 만나다 2026-06-24
강성금 kangske19@naver.com

지난 16일 열린 신천지 자원봉사단 광주지부 ‘원더플 인생’ 장수사진 촬영 현장에서 황시연 씨가 국가유공자 어르신의 메이크업을 진행하고 있다.[전남인터넷신문/강성금 기자]퍼프에 묻은 파운데이션이 90을 넘긴 국가유공자 어르신의 얼굴 위를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메이크업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어색하고 쑥스러운 웃음 사이로 메이크업 봉사자는 깊게 자리한 주름을 따라 피붓결을 정돈하고, 희끗희끗해진 새치를 꼼꼼히 손질하며 촬영을 준비한다.


국가유공자 단체의 요청으로 다시 마련된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주지부(지부장 유재욱‧이하 광주지부) ‘원더플(One The Flower) 인생’ 장수 사진 촬영 현장. 이곳에서 메이크업 봉사를 맡은 황시연(29·여·봉선동) 씨는 지난해 4월 처음 봉사에 참여한 이후 촬영이 있을 때마다 유공자 어르신들의 단장을 돕고 있다.


'원더플 인생' 장수 사진은 국가유공자들의 삶과 헌신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진행되는 봉사 활동이다. 장수 사진 촬영을 앞둔 어르신들이 가장 단정하고 좋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도록 돕는 메이크업 과정은 봉사자와 국가유공자가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황 씨가 이 봉사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는 재작년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죄송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겨우 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평생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왔다. 어릴 적 참화로 한쪽 눈의 시력도 잃고 몸에는 다른 흉터도 많았다.


황 씨는 메이크업을 하며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의 얼굴과 몸에 남은 흔적을 마주할 때마다 외할아버지의 삶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전했다. 그는 “참전유공자 어르신들을 단장해 드리다 보면 전쟁 당시 입으신 부상이나 세월의 흔적으로 남은 상처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된다”며 “그럴 때 외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더 자주 찾아뵙지 못했고, 고운 모습의 예쁜 사진 한 장 남겨드리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에 큰 짐으로 남아 있었다”며 “봉사 소식을 듣자마자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고, 어르신들을 할아버지 대하듯이 못다 한 효도와 감사를 전하고 싶어 매번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사회가 참전유공자들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국가보훈부가 2026년 2월 공개한 ‘보훈대상자 현황·통계’에 따르면, 국내 생존 6·25 참전유공자는 약 2만 7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2019년(8만 7494명), 2024년(3만 5048명)과 비교하면 5년 동안 4만 2446명이 감소한 것으로, 이는 약 48.5% 감소한 수치다. 생존 유공자의 평균 연령 역시 이미 만 94세를 넘어선 상태다.


장수사진 촬영이 국가유공자들의 삶과 세월을 사진으로 기념하고 기록하는 일이라면, 메이크업은 그 기록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황 씨는 어르신들이 가장 단정한 모습으로 사진에 남을 수 있도록 촬영을 돕고 있으며, 촬영 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덜어드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황 씨는 메이크업 과정에서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부담스럽거나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진한 화장보다는 자연스럽게 피부를 정돈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새치를 손질해 평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단정한 모습으로 사진에 남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덕분에 “처음에는 화장을 어색해하시던 어르신들도 단장을 마친 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으신다”며 “서로 ‘멋지다’, ‘훨씬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씨는 봉사 활동 중 재작년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한 국가유공자를 만난 경험도 전했다. 그는 “수줍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는데 외할아버지가 생각났다”며 “어르신께서 ‘꼭 내 손녀가 꾸며준 것 같다’고 손을 잡아주셨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어르신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의 삶과 지난 기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전쟁 당시의 아픈 기억부터 젊은 시절의 추억, 현재의 일상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대화가 이어진다.


황 씨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호국보훈’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교과서 속 단어로만 여겼던 호국보훈이 국가유공자들의 삶을 직접 마주하면서 우리 곁의 영웅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황 씨는 앞으로도 장수사진 촬영이 이어질 때마다 봉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어르신들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사진에 남으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앞으로도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활동에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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