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이 개최 중인 특별전 「고려인 명예회복」이 스탈린 시대 정치적 탄압 속에 희생된 고려인 선조들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관람객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2026년 6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특별전은 강제이주와 정치적 박해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고려인들의 삶과 명예회복 과정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한하리똔(1897~1938) 선생이다. 한하리똔 선생은 연해주 뽀시예트구역 자레치예 마을에서 태어나 하바롭스크에서 러시아어 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미래를 꿈꾸던 평범한 교육자였다. 그러나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는 그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넣었다.
1937년 스탈린 정권은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기 시작했다. 조국을 잃은 채 러시아 극동지역에 정착해 살아가던 고려인들은 하루아침에 ‘의심스러운 민족’으로 낙인찍혔고, 수많은 이들이 근거 없는 혐의로 체포됐다.
한하리똔 선생 역시 그 희생자 중 한 사람이었다. 강제이주를 앞둔 1937년 9월 18일 체포된 그는 충분한 조사나 변론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1938년 3월 31일, 차가운 총성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향년 41세였다.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며 미래를 열어주고자 했던 한 교사는 그렇게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억울하게 희생된 고려인들에 대한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한하리똔 선생 역시 명예를 회복했다. 그리고 오늘, 광주 고려인문화관 특별전을 통해 그의 삶은 다시 세상 앞에 서게 됐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한 장의 사진과 기록문서, 그리고 짧은 생애 기록을 통해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한 인간의 꿈과 좌절, 그리고 빼앗긴 삶의 무게를 마주하게 된다.
김병학 고려인문화관장은 “한하리똔 선생은 특별한 영웅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평범한 교사이자 아버지, 이웃이었다”며 “이번 전시가 정치적 폭력과 차별 속에서 희생된 고려인 선조들의 삶을 기억하고, 그들의 명예를 되찾는 작은 울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고려인문화관이 마련한 「고려인 명예회복」 특별전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억울하게 침묵당한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는 기억의 공간이자, 후손들이 선조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자리다.
88년 전 총성에 묻혀버린 한 교사의 이름. 한하리똔.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고 있다.
고려방송: 유가이 발레르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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