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아동들이 러시아어 공부에 열정을 쏟으며 선조들이 살아온 중앙아시아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특별한 배움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8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마을 산하 지역아동센터(바람개비꿈터공립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고려인동포 자녀들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통해 러시아어 읽기와 쓰기, 노래, 동화 읽기 등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며 언어 능력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러시아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외국어 하나를 더 익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안에는 고려인 선조들의 역사와 가족의 기억,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함께 담겨 있다.
현재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동포 가운데 대다수는 아직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국내 체류 고려인동포들은 일정 기간마다 체류 자격을 연장해야 하며, 법률 위반 등으로 체류 자격을 상실할 경우 강제출국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부모가 예기치 못한 법적 문제에 직면할 경우 자녀들 역시 가족과 함께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린 시절부터 성장한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 출신국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현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학교생활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익숙한 한국을 떠나 또 다른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 언어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말 그대로 사회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고려인마을은 가정과 공동체에서 사용되는 러시아어를 중심으로 읽기와 쓰기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며,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언어적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특히 러시아어 교육은 단순한 생존 언어 교육을 넘어 정체성 교육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아이들은 언어를 배우며 고려인 선조들의 연해주 이주와 항일독립운동, 1937년 강제이주 역사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배우고, 한민족 후손으로서의 자긍심도 키워가고 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키릴문자를 하나씩 익혀가며 러시아어 동화와 시를 읽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는 수준까지 성장하고 있다. 서툴지만 또박또박 러시아어 문장을 써 내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부모의 출신국 언어를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 담겨 있다.
이지현 아동센터장은 “아이들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지켜갈 수 있는 언어 능력 또한 필요하다”며 “러시아어 교육은 고려인 자녀들이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현재 1,000여 명의 고려인동포 자녀들이 생활하고 있다. 고려인마을은 이들을 위해 한국어 교육과 역사문화교육, 예술교육, 진로체험, 이중언어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과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고려방송: 안엘레나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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