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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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 빈숲에서
깊은 산벌거벗은 나무숲을 지나며 나는 생각한다. 남김없이이제는 다 떨어버리고더 말라버릴 것도 없는늙고 야윈상수리나무를 만나거든 나는 일러 줄 것이다,주는 것이란온전히 채울 수 있는 기쁨이 아니라는 것을 더 이상의 뿌리가뻗어갈 곳 없는 언덕에 올라서서날마다 해를 따라 목덜미를 옮겨가며마음을 찢고 함께 울던 새들에게도 나...
2023-01-18 김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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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노을
북항에 와서 눈꽃을 본다허공의 노독이 선창에 매달려 있다먼 동쪽에서 온 빛이 물비늘에 부서진다 해안선엔 꽃술 흔드는 겨를이 있고물색을 바꾼 눈주름이 생긴다사람 속에 사람이 없듯이물속 말들이 휘이잉 부풀다 잦아들면등대 모서리엔 접시 눈꽃이 핀다 눈이 비린 검은 눈이 내리고밤새도록 파도가 파도를 넘는다사람 속을 오래 걷는...
2023-01-09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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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오르막과 내리막의 그래프를 그리면서비도 맞고 햇살도 받아 가는 인생은여행길이다 흐르는 땀방울을 닦던경사가 심했던 언덕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들 오늘도인생의 여행길에서시 한 줄을 적는다 소중한 시간 속에서푸른 바다를 보며초록을 심는다
2023-01-03 김남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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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의 속삭임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의 보길도여행이 유배 같은비바람 치는 태풍 속윤선도와 송시열의 발자취를 더듬어검은 갯돌의 예송리까지 왔다 둥글게 휘어진 해변매끈하고 동글동글한 검정 돌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촤르락 촤르락몽돌에 부서지는 해조음사랑의 속삭임처럼 감미롭다 빗소리 파도 소리만 가득한아무도 없는텅 빈 충만
2022-12-28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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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목탁
그는 살아생전죄 많은 생이었을 것이다 제 안위를 위해딱딱딱 따그르 딱딱긴 부리로 나무에 구멍을 판 죄 뾰쪽한 부리로 연한 살 찍어낼 때마다파란 눈물 안으로 삼키며 나무는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서리쳤을 것이다 부리로 한 번 찍어낼 때마다바람결 따라 푸른 숲 흔들리고푸드덕 새들이 날개를 편다 탁발 나선 새들의 길을 따라목탁 소...
2022-12-21 김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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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사람들은 저마다가슴속에 간이역 하나 품고 산다몰래 감춘 보물창고처럼 살짝 꺼내 보면서그 역에 얽힌 추억을 만지작거린다 간이역은무릉도원처럼판타스틱하지는 않지만삶과 추억이 녹아있어애틋한 정이 숨어있다 플랫폼에 기차가 서면아담한 건물에선 기차표가 따라오고광장에 돌아서면선술집과 식당들이 줄지어 있어사람 냄새가 나... 2022-12-15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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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소묘
갯벌의 우듬지가바람에 흔들리면진회색 화선지에짜디짠 물감으로햇살에 채색되어진 미로 같은 고샅길 비릿한 바다 향기화판에 그려 넣어저 넓은 갤러리에산뜻하게 전시되는소금의 영혼이 빚은 고상한 그 걸작들
2022-12-07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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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동지가 앞산을 넘어바람 끝와 닿는 차가움이 느껴질 때쯤 논란 속 감싸기 위하여너는 그렇게도 힘겨워했고어머니 손길 기다리며 숱한 날밤잠 설쳤을까 나는 너처럼 그렇게 속이 꽉 찬인생이 아니었고노랗게 물든 노을처럼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야 했다 지금 서리가 내린 밭에는 하얀 겨울을 기다리는 배추가속을 채우고 있다
2022-11-30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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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로움
일상의 짐다 벗어 던지고 돌아와순백의 눈 속에서그저 하얗게 쏟아지는폭설의 노래를 들으며외로움을 견딘다 숨 가뿐 시간의 고삐에 이끌려바람처럼 붙들려온 저녁과끝내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차갑고 적막한 하루 눈은 내리고갈 곳 없는 어둠만이 서러운어쩌면 숙명처럼 떠돌아야 하는 나는 한 마리 나귀처럼그렇게 외로움 위에 눕는다
2022-11-10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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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리창에는 나무가 산다
새들이 자꾸 숲을 향하여 날아간다숲을 찾아 숲의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흙 한 줌 물 한 방울 없어도나무가 자라는 숲 그림자를 좇아 눈 깜짝할 새 날아간다청푸른 착시의 숲 신기루를 찾아서가파른 거울 속으로 빗금 치며 날아간다 날아간 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직벽에 가로막혀 날개 꺽인 새 한 마리저 홀로 풍장을 치르고숲으로 ...
2022-11-03 김동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