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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미래, 고령화 사회
  • 기사등록 2012-11-06 16: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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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전체 인구 1만 명 중에서 무려 75명이 100세를 넘는 기적의 장수 마을로 그리스의 ‘이카리아’ 섬을 소개하였습니다.

같은 섬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생활하던 ‘스타마티스 모라이티스’라는 사람이 1976년도에 폐암으로 10명의 의사들로부터 한결같이 9개월 밖에 못산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말기 암 환자로써 사형 선고나 다름이 없는 비장한 통보를 받았음에도 본인은 흔들리지 않고 고향인 이카리아 섬으로 돌아가서 남아있는 여생만이라도 순수하게 섬사람들 생활방식으로 살아가기로 작정 하였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9개월의 한계점을 극복하여 무상한 세월이 흘러간 지금에도 본인은 97세의 고령으로 당당하게 이카리아 섬의 주민으로, 이따금 와인도 한잔씩 곁들이면서 여유롭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9개월만이라도 자신에게 허락된 삶을 안락하게 누리고 싶었던 환자로서는 그 끝을 모르는 삶의 연장선을 바라보면서 문득 자신에게 일어난 장수의 비결이 무슨 연유에서 시작된 것인지 궁금해진 것으로 보여 집니다.

87세가 되던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절망적인 결론을 내렸던 의사들을 찾아가 이토록 오랜 삶의 끈을 붙잡고 있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를 묻고자 하였지만, 정작 자신의 생명을 걱정하여 주던 10명의 의사는 모두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몇 개월만 지나면 당연히 암환자가 죽을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던 사람들의 예상이 원천적으로 빗나간 것은 물론, 진단하는 입장에서 정작 자신들을 보살피는 마음이 부족하였다는 느낌마저 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사람의 심각한 상황은 드라마틱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카리아 섬사람들의 식생활과 의식구조 뿐 아니라 생활양상에 의하여 생명의 한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몇 가지 특이한 점은 금전에 의한 욕심을 버리고, 이웃과 잘 어울리고, 웃고, 떠들며, 늦게까지 춤추며 놀다가, 오전 11경까지 늘어지게 자고, 시간의 관념을 잊어 시계를 차지 않으며, 손수 기른 채소나, 과일과, 가축으로 식단을 꾸리고, 항상 이웃과 나누면서 풍족함을 누리는, 동반자 의식으로, 외롭지 않고 여유롭게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없는 불치병의 진단을 받고 고향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려고 서둘러 귀향하는 환자가 탄 비행기가 추락사고로 정상적인 사람들은 모두 사망하였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상황과 간접적으로 대비가 되는 것입니다.

매일 같이 일어나는 사건 사고나 생로병사의 우여 곡절로 인하여 일어나는 생사의 갈림길이 얼마나 우리 인간에게 혹독할 정도로 예측을 불허하는 것인지를 시사하는 바가 큰 것입니다.

그러기에 첨단을 자랑하는 미국의 현대의학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술도 이미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초자연적인 상황에 부딪혀 이토록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최고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호화로운 식단과 첨단으로 발달한 의학이 결합하여 이루어 내는 장수의 비결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넘어 소박한 채식을 주로 하는 식단과 무욕의 삶이 꾸려내는 장수의 비결과는 제 각각의 처지에 따라 우열의 차이를 논한다는 자체가 그다지 다른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앞으로의 세상에는 어떠한 원인을 따지기에 앞서 보다 진전된 생활양식으로 인하여 인간의 수명을 자꾸만 늘려가는 양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예전에는 한해에 백만 명을 훨씬 넘어서는 아이들이 태어났으며, 불어나는 인구를 주체하지 못하여 산아제한을 하는 정책과 함께 산부인과 병원이 호황을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안 되어 이제는 아이 대신 애완용 동물을 극진하게 애지중지 하다가 싫증나면 과감하게 내쳐버리는 풍조로 인하여 수의사가 잘나가는 세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름을 다 알 수도 없거니와 설탕과 기름으로 범벅이 된 과자를 아낌없이 사주기도 하여 일찍이 이빨을 버리기도 하면서 치과의사가 고소득자로 되기도 하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에 매달리며 양쪽 눈을 혹사하여 안과 의사와 안경점의 직원들을 바쁘게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혈통과 가문의 특색이 켜켜이 쌓여있는 조상과 부모가 물려준 얼굴과 신체의 일부를 마음대로 뜯어 고치기도 하고 보태기도 하는 풍조로 성형외과 의사가 한참 인기를 누리기도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세태에 의하여 전문의들의 인기도가 달라지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생활양상에도 끊임없는 변화가 일고 있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요즘에는 엄청난 교육비와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결혼 적령기는 자꾸만 늘어가고, 후손을 위한 투자보다도 당대의 편안함과 향락을 누리고자 하는 경향으로 어린아이 울음소리 들어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의 비용이 알게 모르게 다 같이 상향되어 눈앞의 문제나 자신만의 일을 해결하기에도 버거운 사람들이 고령의 부모나 조상을 돌보는 일이나 후세를 위한 투자를 미루게 됨으로 사회적인 쇠퇴의 기미가 보이며 위기감이 증폭되어 가는 형국인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 출산으로 인한 고령의 인구가 늘어만 가면서 이들을 부양해야 할 젊은 세대의 비율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거대한 사회구조가 역 삼각형에 도달함으로써 사회와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는 비운을 맞이하는 일이 닥쳐올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상고시대에는 마을에서 어진 덕을 갖춘 자와, 재물을 베푸는 자, 지혜를 갖춘 자를 삼로로 모시어 존경하고 고견을 들어 사회발전의 기틀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사이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새삼스레 노인의 지혜를 빌릴 기회가 줄어들면서 경로사상의 후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젊음을 자랑하는 현실이 언젠가는 먼 훗날내 자신의 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사의 격변기에 있어서 재야의 뛰어난 정치가들은 한때 40대기수론을 내세워 원로 정치인을 물러나게 하였지만, 곧바로 뒤따르는 자신들의 황혼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세상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범주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로 광대한 역사 속에 간단없이 굴러가는 수레바퀴로 보여 집니다.

한때의 잘못을 인식하였으면 한시라도 망설임이 없도록 미래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면서 최소한의 여건에서 최대한의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묘수풀이를 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요사이 청년세대들은 빈부 격차의 극화 현상에 의하여 부모로부터 교육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 상당수인데다 그나마 학비를 벌어서 뜻을 세우려는 아르바이트의 길이 막혀 버렸습니다.

학교를 무사히 졸업을 한다 해도 취업이 되지 않으니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더구나 하늘의 별따기가 되는 것입니다.

미래의 나라를 책임질 동량들을 낳고 길러야 할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는 동안에 나라의 장래는 알게 모르게 파탄의 지경을 향하여 서서히 빠져드는 것입니다.
참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자본과 부가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하여 편중이 되는 부작용을 일부라도 해소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여야 하는데, 과감한 투자와 고용의 확대로 사회적인 미래의 숨통을 열어야 하는 것은 어느덧 대기업과 대자본들의 책무가 되어버렸으며, 이를 수행하는 잠간 동안의 고통은 나중에 알고 보면 자신들의 미래를 다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인 극단의 분화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처방을 서두르면서 고령인구와 청장년이 힘을 합하여 난관을 타개하는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하여야 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평균수명이 끝없이 불어나고 신체적인 나이가 예전보다 훨씬 낮아지는 현실에서 예전과 같은 나이의 정년을 고집해서도 또한 안 될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분화된 가족제도를 통합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 고령인구를 육아와 교육, 서비스 산업 등에 투입하고, 청장년은 제조업 등 고도의 생산에 투입하는 사회구조로 크게 개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하여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강구하다 보면 묘책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자녀를 낳아 미래의 사회를 열어가는 씨앗을 키워가는 청장년들이 육아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생산고에 이중으로 시달리다 보면 교육도 생산도 모두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여 국가경제는 후퇴의 양상을 보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를 극복하여 활기차게 민족의 미래를 열어가는 지름길은 지금 순간 스스로의 뼈를 깍아 내는 각성과 함께, 배고픔을 이겨내면서도 미래의 꿈을 잃지 않았던 지나간 날들의 척박한 생존의지를 다시금 불사르는 투지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입니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로 빠져 들어가는 민족의 수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사회적으로 진전된 의식의 합의를 도출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짜내어 현재의 어려움과 고난이 미래의 희망을 세우는 초석이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금 돌아다보는 유비무환의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어찌 보면 세월의 공전과 함께 세상사의 경험을 축적한 고령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자라나는 세대의 훗날에 대한 힘의 비축을 서둘러야 할 때가 도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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