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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와 불나방
  • 기사등록 2012-02-29 17: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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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대사 중에 어느 한 소절마다 그냥 넘기기엔 아까운 부분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는데 ‘흥보가’ 중에 재미있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놀보의 성격을 묘사 해놓은 대목인데 일부를 소개 하자면 “사람마다 오장이 육 본디 놀보는 오장이 칠보라. 어찌 허여 칠 본고 허니 왼편 갈비 밑에 장기 궁짝만 허게 심술보 하나가 딱 붙어 있어, 심술보가 발동을 하게 되면,

대장군방 벌목 허고, 삼살 방에 이사 권 코, 오구 방에 집을 짓고, 불붙는데 부채질, 호박에다 말뚝 박고, 해가 지면 손님 쫒고, 초란이 보면 딴 낮 짓고, 거사 보면 소구(작은 북) 도적, 의원 보면 침 도적질, 양반 보면 관을 찢고, 우는 애기 발가락 빨리고, 다 큰 애기 겁탈하고, 수절 과부 모함하고,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제주 병에 오줌 싸고, 소주병에 비상(독약) 넣고, 새 망건은 편자(졸라매는 띠) 끊고, 새 갓 보면 땀 때 띠고, 앉은뱅이에는 택견, 곱사등이 되 집어 놓고, 봉사는 똥칠 허고, 애 밴 부인 배를 차고, 길가에 허방(움푹 패인 구덩이) 놓고, 옹기전에 말달리기, 비단 전에다 물총 놓고 (중략)“ 참으로 심술보의 역할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 몸의 오장육보 중에 어느 하나 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심장에서 뿜어내어 온몸에 영양분을 골고루 공급하거나, 폐장에서 공기를 들이마셔 세포의 구석구석까지 산소를 공급하는 활동은 생존에 필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짐승들의 몸속에는 뜨거운 피가 한 차례도 쉬지 않고 계속순환 하여, 말초신경과 세포에 자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그 생명력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년의 시절 여름이 되면 매일 밤마다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는 하였는데, 모기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로부터 자유스러운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요사이는 방충망이나 살충제가 발달하여 어느 정도는 방비가 되고 있지만, 어쩌다 방어벽을 뚫고 진격하는 녀석들에 의하여 단잠을 설치는 경우가 수시로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속내를 알고 보면, 종족을 보존시키려는 모기에게는 배란의 과정에서 사람이나 짐승의 피가 필수적으로 소용되기에 생명의 위험에도 돌진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등의 흡혈박쥐 또한 똑같은 운명으로 사람을 향하여 공격하기도 하는데, 사람의 피를 치부의 수단으로 하여 약한 사람들의 자양분을 쉬지 않고 빨아대는 존재가 있다면 소름이 끼치는 적대감이 돋아나면서 틀림없는 흡혈귀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아담스미스는 시장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이념을 통하여 모든 국가의 부를 이루고 개인의 행복도 추구한다는 이론을 설파하여 만고의 진리로 자부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초 자본주의는 재화와 용역에 대한 끝없는 효용을 창출하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한 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을 초래하면서 극심한 양극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최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화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커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진단하는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2002년 말경의 439조와 그 다음해의 440조에 달할 때에도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들이 많았음에도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2008년도에 재차 금융위기가 닥쳐오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정책으로 부동산의 거품을 빼내는 고통을 감내하여야 할 순간의 가계부채 688조도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대비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의 생활태도는 쉽게 바뀔 수가 없었으며, 소비를 부추기는 대자본의 유혹에 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넘어갈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고도로 발달한 미디어 산업은 부채의 압박에 시달리는 가계에도 불구하고 휘황찬란한 제품들을 생산하여 밤낮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 시키고 있으니 무리를 하더라도 그로부터 누리는 문명의 이기를 그대로 넘기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입니다.

2010년 말 794조를 넘어서고, 2011년도 말에는 그야말로 숨이 막힐 정도로 채무액이 급박하게 늘어나면서 무려 913조원의 가계부채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활을 떠난 화살처럼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우려하여 정부에서는 이미 제1금융권의 대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채무와 이자를 감당하기에 힘겨운 사람들은 무리를 하면서라도 제2금융권의 비싼 이자를 감당하면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나마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에 대하여 제동을 거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추운 겨울날 온갖 어려움에 처한 산속의 토끼를 몰아대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차라리 이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긴축을 요구하였더라면 숨 돌릴 여유라도 있었을 것인데 시기를 놓친 압박은 오히려 독이 될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대출금리가 2퍼센트 상승하면 가계의 부담이 약 18조원 정도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반대로 금융기관의 수익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대출 금리의 인하를 통하여 가계의 숨통을 열어주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유가의 인상에 편승하여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소비자 물가의 상승은 자연스럽게 가계의 부채를 키워가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유가의 인상은 이란에서 들여오던 보다 저렴한 원유의 수입 선이 본의 아니게 차단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원유를 수입하는 새로운 루트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어려운 지경을 예상하여 평상시부터 꾸준히 적립을 하였던 석유기금 등을 풀어서라도 유가를 안정시켜 난국을 타개하여야 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물론 가계부채 해소의 중.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이미 그 기회를 상당 부분 상실하여 효과를 볼 수 있는 묘책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난감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비도 없이 그대로 바라만 볼 수는 더욱 없는 것입니다.

부자증세와 고소득의 증세를 통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힘들고 어려운 곳에 자금을 풀어 숨통을 열어주는 배분적 정의를 실천하여 양극화 현상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여야 할 것 입니다.

양극화가 심화된 현재의 경제구조에다 금리를 올리면 디플레이션이 되고, 금리를 내리면서 팽창 정책을 펼치면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은 대출 금리를 조금이라도 내려 저소득자의 생활안정을 노려야 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때 극소수의 부자들은 은행에 맡겨 놓은 자금의 소득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를 인출하여 골목의 상권을 넘보면서 끝없는 이윤의 창출을 노리게 되는데, 누구나 공평하게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하려는 규제 장치가 어느 사이 풀려버려,

이제는 변형된 자금들이 주택을 미끼로 하여 투기를 벌이면서 사재기를 하는 과정에 부동산의 가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여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부자들에게는 수치상으로 한층 더 향상된 재산증식의 과실을 던져주게 된 것입니다.

주택마련을 위한 자금을 한푼 두푼 적립을 하던 서민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하는 아픔도 모자라 가진 자의 무지막지한 전세, 월세의 인상을 노리는 횡포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진 자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담합으로 횡포를 부려 서민들의 생명 고혈을 짜내서 은연중 상승한 부동산 가액과 임대수입금의 증식으로 양면의 효과를 보고서야 비로소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것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부자들의 통장에는 잔고가 늘어가고 서민들의 통장에는 채무가 쌓여가는 동안 극도로 피폐한 경제구조가 더 이상의 지탱을 하지 못하고 가계의 몰락과 함께 부자들의 놀음판도 덩달아 사라지는 비운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계부채를 늘려가는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소비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였던 점에 있으며, 그 욕구는 무차별하게 팽창하여 있음에도 소득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그 갭을 보충하려는 국민들의 눈앞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복권과 경마장, 법이 허용하는 도박장인 카지노가 있으며, 이 모든 시스템보다 더욱 거대한 투기의 장으로 비추어지는 주식시장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전 국민의 수만큼이나 많은 증권계좌와 하루에도 거래되는 엄청난 자금 뿐만 아니라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현금의 몇 배를 투자할 수 있는 지렛대의 논리를 도입한 것도 모자라, 주식시장이 오히려 폭락하는 현상에도 수익을 챙기는 옵션거래 등은 대다수 소시민들의 잔고를 털어가기 위하여 머리가 좋고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개발한 유혹의 장치인 것입니다.

주식시장의 3대 세력으로 외국인과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있는데, 그나마 개인투자자 중에는 고도로 숙련된 큰손들이 자리한 틈새에, 개인 투자자들이 있고 95프로 이상의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불을 보고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실패의 늪으로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이 약 1,000조 시대에 있어 외국인의 투자금액은 수시로 변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약 33프로에 달하여 총 330조원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대 수익이 때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평균적으로 약 15퍼센트 정도가 된다고 하니 한해에 우리 주식시장에서 벌어가는 금액이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집니다.

2011년도의 주식시장 개장 일자를 살펴보니 약 248일이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과 함께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1년간 벌어간 현금 약 45조원을 일자로 나누어보니 하루에 약 1,814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벌어 가는 것입니다.

얼마 전 연간 700억 원이 소요되는 서울시내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놓고 찬반 투표를 하는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정당 간에 첨예한 대립을 하면서 난상 토론을 하고 급기야는 서울시장이 사퇴를 하게 되고, 또다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로운 시장을 선출 하였습니다.

정작 상상을 초월하는 불균형이 눈앞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으면서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그대로 위험에 노출되어 날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관이나 큰손들이 주식시장에서 벌어가는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계산도 해보지 않았지만, 누군가 가져가는 소득만큼이나 개인 투자자가 그대로 손실로 부담을 하였던 것이 사실인 것입니다.

그나마 변칙적인 주식투자에 대하여 철퇴를 내린다는 감독기관들의 제제와 아울러 수사기관의 수사가 개시되면, 작전에 개입한 자금들은 주로 정보의 심층부와 연결이 된 경우가 허다하여 누구보다도 빨리 위험에서 벗어나는데 반하여,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벌이는 응징이라는 칼날로 개인투자자는 그대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형국이 되는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변칙적인 시장에 대한 존재의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버젓이 투기적인 거래가 활개를 치면서 개인 투자자의 자금들이 속수무책으로 마치 흡혈귀가 피를 빨아대듯이 가져가도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개인투자자가 이제까지 은연중 부담한 손실액은 그대로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국가경제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으며, 그 끝을 모르는 사람들의 소비욕구와 함께 두 개의 수레바퀴로 가계의 파산을 향하는 진혼곡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계의 자립이 무너지고 파산에 직면하게 되면서부터 가족의 테두리 또한 온전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는 대다수 국민들의 불행의 씨앗이 되어가면서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국가시책의 테두리 안에서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인 부조리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질서를 깨뜨려 점진적인 몰락의 길로 가게 된다면 한시라도 빨리 서둘러 이를 타개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데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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