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 태초에 위. 아래. 사방은 아직 암흑으로 덮여 보이지 않더니 옛것은 가고 지금은 오니 오직 한빛이 있어 밝더라.

주체는 일신이니 각기 따로 신이 있는 것이 아니나 곧 쓰임이 세 가지로 신비한 둘레에 있으니 체와 용이 따로 갈라질 수 없다.

삼극이 합쳐서 육이 되니 일 이 삼을 합하면 칠 팔 구가 생긴다.

삼은 사로 돌아가고 오와 칠은 묘연하여 만 번을 오가며 변해도 본은 그대로다.

본심은 태양으로 천지는 하나이고 오되 시작된 곳이 없고 가되 끝나는 곳이 없으니 하나에 통하여 만 가지를 이루지 못함이 없음이라.

이세상의 만물 중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있는데 하늘은 천일이라 조화를 주관하고, 땅은 지일이라 교화를 주관하며, 사람은 태일이라 치화(治化)를 주관하여 삼신이라 하였다.

삼신 중에 천일과 지일은 원래 바탕으로 그대로 있는 존재요 가장 귀하고 귀한 것은 태일이니 인간은 세상 만물의 으뜸이라.

삼신은 만물을 끌어내시고 크나큰 지능을 가지시고 형체를 나타내지 않으시고 최상의 하늘에 앉아 광대한 공간에 빛을 발하시고 신묘하고 길한 상서를 내리시더라.

먼저 물을 낳게 하여 태수로 하여금 북방에 있으면서 검은색을 관장하며 크게 윤택하고 생명이 다함을 주관토록 하고, 불을 낳게 하여 태화로 하여금 남방에 있으면서 붉은색을 관장하며 녹이고 익히는 빛과 열을 주관토록 하고, 나무를 낳으시더니 태목으로 하여금 동방에 있으면서 푸른색을 관장하며 지어 이루고 낳아 기름을 주관토록 하고, 금(쇠)을 낳아 태금으로 하여금 서방에 있으면서 흰색을 관장하며 재량하여 잘라 성숙을 주관토록 하고, 흙을 낳더니 태토로 하여금 중앙에 있으면서 노란색을 관장하며 곡식의 씨를 뿌려 조화로움을 주관토록 하였느니라.

하늘아래 두루 있으면서 다섯 가지 사명을 주관하는 바 이를 ‘천하대장군’이라 하고, 지하에 두루 있으면서 다섯 가지 이룸을 주관하는 바 ‘지하여장군’이라 한다.

인류의 조상을 ‘나반’이라 하는데 처음 ‘아만’을 만난 곳이 바이칼호 부근 ‘아이사타’라고 하는데 꿈에 천신의 가르침을 받아서 스스로 혼례를 이루었으니 구한의 무리는 모두가 그의 후손이다.

어느 날 동녀동남 800이 흑수 백산에 내려와 살면서 크게 번창을 하였는데, 천제한임께서 천산에 올라 도를 얻어 오래오래 사셨으니(약 900년 추정) 몸에는 병도 없고 밝은 빛은 온 우주를 비추고 하늘을 대신하여 큰 교화는 만물을 낳았다.

지극한 기를 타고 노닐고 모습 없이 볼 수 있고, 행이 없으면서 모두 이루고 말이 없으면서 다 행하였다.

친하거나 멀든지,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든 차별이 없고, 남자와 여자의 권리를 따로 두지 않고, 늙은이와 젊은이의 일을 구별하고, 법규가 없어도 계통은 저절로 성립되고, 질병을 없애고 원한을 풀며, 어려운자와 약자를 구제하고, 원망하고 어긋나는 자가 하나도 없었더라.

세상을 이치대로 어질게 다스리는 선군 한임의 뜻에 만방의 백성들이 모여 수만에 이르더라.

저절로 모여 둥굴게 원을 그려 춤을 추며 한화가 피어있는 돌무지 위에 한임을 추대하여 앉으시게 하더니 줄지어 경배하고 환호소리 넘치니 귀의하는 자가 성시를 이루었도다.

지금으로부터 9209년전(기원전 7198년) 파나류산(만주 하르빈 완달산 추정)밑에 한님의 나라를 처음으로 열었으니 이를 인간 최고의 우두머리라 한다.

대를 이루어 혁서 한임, 고시리 한임, 주우양 한임, 석제임 한임, 구을리 한임, 지위리 한임에 7대의 한임들이 밝은 정치를 펼쳐 3301년에 이르더라.

세세토록 번성하여 천해 동쪽 남북이 5만리요 동서 2만리(지금의 바이칼호 동쪽에서 양자강 이북)에 통틀어 한국인데 12제국이 있었더라.

개마국은 웅심국이라 하니 북개마대령의 북쪽에 있고 구다국과는 거리가 200리이고, 구다국은 북개마대령의 서쪽에 있었다. 월지국은 구다국의 북쪽 500리에 있었고, 매구여국은 오난하에 있었는데 독로국에 패하여 금산으로 옮겨 살았으며, 비리국, 양운국, 일군국, 구막한국, 선비국(퉁구스), 구다천국(캄차카), 수밀이국(슈메르 추정)도 있었다.

대저 구한의 족속은 나뉘어 5종이 있었는데 피부의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구별을 지었으며 황부인, 백부인, 적부인, 남부인, 흑부인(추정)이 있었고 스스로 지역을 나누어 살도록 하였다.

10월 상순에 국중 대회를 열어 둥근 단을 쌓고 한임이 몸소 예법에 맞게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온갖 나라에서 생산한 귀한 특산물을 바쳐 진귀한 것들이 언덕과 산처럼 쌓이고, 북치고 나팔 불며 온갖 놀이를 벌려 관경을 번식토록 하였다.

한임의 나라에 사람이 늘어나고 번식하므로 태백산에 있던 숲과 비슷한 숲을 제 각각 가꾸어 주위에 금줄을 치고 제주를 뽑아 중앙에 앉히고 신단을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유, 불, 선을 통합한 신묘한 도가 있었으니 “소도”라 하였다.

숲속에 소도를 꾸미고 그 옆에는 “경당”을 세워 결혼하지 않은 사내들로 하여금 글을 읽고, 활을 쏘며, 말을 타고, 예절을 익히고, 노래를 배우며, 격투기, 검술 등 여섯 가지를 연마하게 하였다.

다섯 가지 교훈이 있었는데 첫째 성실하고 믿음으로써 거짓이 없을 것, 둘째 공경 근면함으로써 게으르지 않고, 셋째 효도 순종하여 어김이 없고, 넷째 염치와 의리가 있어 음란치 않고, 다섯째 겸손 화목하여 다툼이 없는 것이었다.

충, 효, 신(信), 용(勇), 인(仁)의 오상(五常)이 있었으며, 모든 부락에서는 어진 덕을 갖춘 자, 재물을 베푸는 자, 지혜를 갖춘 자를 삼로로 모셔 그들에게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도록 하였다.

마을마다 신령스런 나무로 한님의 신상을 모시어 수시로 지나가며 우러러 경배하였다.

빛으로 하여 농사짓고 스스로 교화 되나니 아침엔 해가 뜨는 동쪽산에 올라 해가 처음 뜨는 것을 경배하고, 저녁에는 함께 서쪽 강가로 가서 달이 처음 뜨는 것에 경배를 하였다.

아기가 태어난 것을 축하하여 삼신이라 하고 벼 익은 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업(業)이라 하였다.

산은 모든 무리가 살아나고 모두가 통하는 힘의 장소라 하고 업을 생산하는 작업의 신이라 하여 업주가리(業主嘉利)라 하고, 집터에 발원하면 토주대감(土主大監)이라 하고 집에 발원하면 성조대군(成造大君)이라 하니 해마다 좋은 복을 이루는 산이다.

묘자리 쓸 때, 고기잡이 나갈 때, 진을 칠 때, 길을 떠날 때, 모두 각각 제가 있으니 날짜를 골라 재(齋)를 올려야 복을 이루는 것이라.

한인께선 높고 높은 하늘에 오르사 홀로 생각하며 온갖 일(오제, 오령, 오훈, 오상 등)을 다스리시니 모두 절로 화평하였다.

천제로서 몸을 나타내시니 감히 따르지 않는 자 없어 구한의 백성이 모두 하나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의 말기에 한임께서 밑으로 삼위와 태백을 내려 보시며 “모두 가히 홍익인간 할 곳이로다” 하시며 누구를 시킬 것인가 물으시니 오가(五加) 모두 대답하기를 “서자 한웅이 있어 용맹함과 어진 지혜를 갖추었으며,

일찍이 홍익인간의 이념으로써 세상을 바꿀 뜻이 있사오니 그를 태백산에 보내시어 이를 다스리게 함이 좋겠습니다” 하니 마침내 천부인 세 가지를 내려주시고 이에 말씀을 내려 “사람과 물건의 할 바가 이미 다 이루어졌도다.

그대 수고로움을 아끼지 말고 무리 3000을 이끌고 가서 하늘의 뜻을 열고 가르침을 세워 세상에 있으면서 잘 다스려 만세의 자손들에게 큰 모범이 될지어다”고 하여 이후 한웅천왕의 신시시대를 열도록 하였다.

임승국 번역. 주해 한단고기. 신채호 조선상고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