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영동의 “인연”
  • 기사등록 2010-12-20 15:02:03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있고 인심이 곧 천심이라 하였습니다.

하늘은 아마 광대무변한 은하계를 가리키고 땅은 변화무쌍한 지평선을 포함한 그 아래를 일컫는 말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에 인간이 있다 하는데 인간의 존재가 무엇인데 이토록 우주를 이루는 한 축으로 불리는 것인지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민족 3대 경전의 하나인 “천부경”에는 총 81자로 하늘과 땅과 인간의 이치를 은연중 암시하고 있습니다.

봉우 권태훈 선생님의 풀이를 소개하자면 “하나가 시작하기를 무(無)에서 했고 비롯한 하나를 셋으로 나누니 무(無)가 다 본(本)이다.

천(天)의 일(一)은 일(一)이요, 지(地)의 일(一)은 이(二)요, 인(人)의 일(一)은 삼(三)이라. 일(一)이 쌓여서 십(十)이 된다. 이것이 무(無)를 다듬어서 형태를 빚은 것이니 삼천(三天)은 이(二)요, 삼지(三地)는 이(二)요, 삼인(三人)은 이(二)니 , 삼대(三大)가 삼합(三合)하여 육(六)이라. 칠(七)과 팔(八)과 구(九)를 낳고, 삼(三)을 돌리면 넷(四)이 이루어져 다섯(五)을 둘러쌈이라. 칠일(七一)이 묘하게 불어남이로다. 만 가지가 가고 오더라도 쓰임(用)은 변하되 본(本)은 움직이지 않는다.

본심(本心)은 태양의 밝음이요, 사람 가운데 하늘과 땅이리니, 하나가 끝나고 무(無)도 끝나기를 하나(一)에 한다.”라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다가 자주 읽어보면 어렴픗이 무언가 안개 속에 잡힐 듯 말 듯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전의 깊은 뜻을 해석한 현자들은 위 경전의 품은 뜻은 가히 우리 민족정신의 근원과 민족문화의 참모습이 베어 있을 뿐 아니라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의 세계질서를 이끌어갈 정신개벽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일이지만 우리가 하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바퀴벌레가 성년의 바퀴가 되는 데는 무려 11번의 탈피를 거치면서 고통스런 순간을 이겨내야 하고 그 중 한 번의 실패는 죽음을 의미한다고 하였습니다. 매미는 여름 한철 울기 위하여 유충으로 땅속에서 7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루살이가 1000일을 물속에서 살면서 25회에 걸쳐 허물을 벗어가면서 유충으로 살아가다 마지막 날 하루 찬란한 비상을 하는데 이들은 입도 없고 내장도 없이 탈바꿈하여 스스로 생명의 끈을 완전하게 봉쇄한 채 오로지 하루 동안 내내 자손을 번식하는 행위만을 하면서 환희의 순간을 맞아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원래는 하루살이가 고생대에 존재할 당시는 크기가 약 70-80센티미터 정도 되었다 하고, 잠자리 또한 그 크기가 몇 미터 정도는 되었다 하는데 갑자기 익룡의 출현으로 더 이상 하늘에서 마음 놓고 살수가 없게 된 개체들은 생존을 위하여 자신들의 몸을 한없이 줄였다 하며, 하루살이는 아예 물속으로 들어가 안전한 모래 속에서 생의 대부분을 지내고 마지막에 본래의 활동무대에서 한을 푼다고 합니다.

곤충들의 일생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드라마틱하여 가슴이 찡합니다.

과연 인간이 미물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생명체들이 알고 보면 얼마나 많은 공덕을 쌓아 존재의 의미를 새기는지 가히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불가의 육도윤회 사상에 의하여 지구상에 살아가는 제 각각의 존재들이 계속하여 위와 같은 공전을 거듭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끈질기게 공덕을 쌓아 그 경지를 높여가면서 급기야 인간의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공덕이 필요할지 상상을 초월한 길고 긴 아픔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천재일우의 인연을 쌓고 쌓아 인간으로 태어나는 행운 줄을 붙잡는 것은 억천만겁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1겁이란 하늘과 땅이 한번 개벽한 때로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속칭 가로 세로 1미터의 돌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에 의하여 모두 닳아 없어지는 세월)이라고 했는데 그 세월의 측량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나 궁금하기만 합니다.

인간으로써 태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얻었다 하더라도 과연 지금의 나로 태어날 수 있는 행운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태초에 생명의 조상은 물속의 단세포에서 시작 되었다 하고 계속되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가까이는 우리들 인간의 시조뿐 만 아니라 이후 우리들 성씨의 대종 보에 표기된 까마득한 조상님 중에 한번이라도 잘못된 만남이 있었다면 현재의 내가 없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정기를 물려받을 당시에도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를뿐더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번에 3억 또는 4억 정도의 개체가 일제히 출발하여 최초에 도달한 개체가 내가 되었다고 하니 그 인연 또한 소름 끼치도록 아찔하기만 합니다.

그리하여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가 귀하고 또 귀하고 아무리 못 미더워 장애가 있다 하여도 곧 하늘과 같은 인성이 내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위와 같은 인연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건한 마음으로 진실로 중하고 또 중하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다 보면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거나 신체에 상처를 입히거나 경제적으로 속여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인격이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요즈음은 자기 자신은 정작 하늘처럼 중히 여기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경멸하는 일이 허다하게 많습니다.

내 마음이 고무줄이나 다름없으니 똑같은 일에도 내가 지은 잘못은 10센티고 남이 지은 잘못은 마음대로 늘려 무한정입니다.

어느 죄수는 자신이 비록 여러 사람의 생명을 해쳤다 할지라도 짐승처럼 쇠고랑을 채운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은 경시하면서 정작 자신의 살갗은 흠집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그러한 주장에 대하여 논란거리가 되고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에게도 항변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인간의 가슴에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최 치원의 “난랑비 서문”에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며, 그 길은 유교와 도교와 불교의 교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라고 새겨져 있다 합니다.

아마 태초부터 유, 불, 선을 통합하는 민족 종교가 존재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천부경의 “만 가지가 가고 오더라도 쓰임은 변하되 본은 움직이지 않는다. 본심은 태양의 밝음이요. 사람 가운데 하늘과 땅이리니. 하나가 끝나고 무도 끝나기를 하나에 한다.” 라는 내용과 얼핏 일맥상통하는 듯 보여 집니다.

만 가지 종교가 한 가지 근본에 있다는 논리에 의하면 불교에서 이르는 극락이나 기독교에서 이르는 천국이나 모두가 우주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인연들이 얽히고 풀어지고 나아가고 물러서고, 가고 가고 가고, 가다 또 가는 것이 천국으로 향하는 것인지 지옥으로 향하는 것인지는 제 각각 인연 줄에 쌓여가는 업보에 의하여 정해질 것입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626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보성의 소리를 세계의 소리로!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시상
  •  기사 이미지 오늘은 우리들 세상
  •  기사 이미지 보성군·하동군 100년 이상된 고차수 식재 ‘다원결의’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