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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에게 명성 안겨 준 첫 작품 <피에타>상 - 서울시립미술관 ‘찾아가는 미술 감상 교실’ 강사, 서울대 미학과
  • 기사등록 2010-12-16 1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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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는 조각을 ‘신의 창조에 비견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

오늘은 ‘어머니와 아이’라는 주제의 모자상 작품들을 통해 조각의 여러 가지 양식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자상은 아주 오랫동안 조각에서 자주 다루어지던 주제입니다. 기원전에 만들어진 이집트 조각상에서도 그러한 주제가 나타타는데요. 이집트 시기의 조각상은 이후의 그리스 시기처럼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물이 다소 경직된 형태를 보여줍니다.

<호루스에게 젖을 먹이는 아이시스>라는 이집트 조각상은 좌우가 대칭을 이루며, 인체가 자연스럽고 사실적이기보다는 단순하게 양식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적인 양식이 아닌 추상적인 양식을 추구했던 이집트 미술의 특징이죠.

그러나 그리스 시기에 조각상은 인체를 좀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재현할 수 있는 관습을 개발하게 됩니다. 그것은 황금 비율과 같은 비례 규칙, 비대칭이면서도 균형을 이루게 하는 콘트라포스토 자세 등의 ‘카논’으로서, 그리스 이후 르네상스를 거쳐 로댕이 등장하기 전 1800년대까지 미술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되었지요.

그러니까, 그리스 조각은 인체를 모방하되, 거기에 조화와 비례, 균형의 규칙들을 통해서 이상적인 미를 표현하고자 했고, 그것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오랫동안 조각의 전통으로 유지되어 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고대 그리스의 양식이 중세 이후 다시 부활된 것이 르네상스 양식입니다. 특히 조각의 전통은 고대 그리스의 규범을 철저히 따랐죠.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화가이기보다는 조각가라고 생각했고, 조각에 훨씬 더 애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회화가 조각보다는 좀 더 정신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회화를 좀 더 품격 있는 것으로 여겼던 당시의 풍토로 볼 때 미켈란젤로의 태도는 독특한 것이었고, 그것 때문에 아버지와 불화를 겪기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돌로부터 거기에 갇혀 있던 형상을 끌어내는 조각은 신의 창조에 비견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에게 명성을 안겨 준 첫 작품이 바로 <피에타>상입니다. 이 조각상은 그리스로부터 물려받은 완벽한 이상적인 미를 구현하고 있는데요. 예수의 몸은 매우 사실적이고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인체 근육과 골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은 채로 늘어져 있는 자세가 매우 사실적이죠.

그런데 어머니 마리아의 얼굴은 안고 있는 것과 같은 장성한 아들이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젊습니다. 그것은 마리아의 순결함을 암시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이상적인 미를 구현하고자 했던 그리스와 르네상스 양식의 특징이기도 한 것이죠. 그런데 가냘프게 보이는 얼굴에 비해 마리아의 하체는 상당히 육중할 것으로 짐작되죠. 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눈치를 채기가 어렵습니다.

작품 전체가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묘하게 아래로 넓어지는 피라미드형 구성을 통해 마리아의 하체를 과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이 작품이 너무도 완벽하여 23세의 젊은 미켈란젤로가 만들었다는 것을 믿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그는 가슴 부분의 띠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것이 그가 작품에 서명을 남기 유일한 예입니다.
 
조각들은 덩어리인 매체와 비어있는 공간 사이의 관계 강조

1900년 전후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신고전주의의 규범이 로댕에 의해 깨지면서 조각에 있어서도 다양한 양식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번에는 현대 여성 조각가의 모자상을 살펴보도록 하죠. 영국의 선구적인 조각가 바바라 햅워스는 추상적이면서도 유기적인 형태를 통해 어머니와 아이의 유대감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의 조각들은 덩어리인 매체와 비어있는 공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특히 모자상 I, II의 경우 현실세계 속 대상의 모습에 대한 암시가 아직 남아 있지만, 모자상 III에서는 그 암시마저 사라지고 완전히 추상적인 형태로 단순화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자상 III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같은 전통적인 모자상의 형태에 대한 언급이기도 하죠.

전통적인 모자상의 형태를 본 사람이라면, 햅워스의 작품 모자상 III에 나타나나는 수직의 두 형태들이 어느 것이 어머니이고 아이인지를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햅워스는 유명한 남성 조각가 헨리 무어와 친분이 있었고 조각의 경향도 상당히 유사하지만, 무어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는 못했습니다. 이상과 같이 모자상은 조각이 다양한 양식변화를 겪는 와중에도 오랜 기간 동안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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