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다. 한낮에는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어도 조석으로 느껴지는 서늘함은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들녘의 벼는 점차 황금빛을 더하고, 나뭇잎의 녹색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계절의 변화는 온도로 느끼기도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색의 변화로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봄의 연두에서 여름의 짙은 녹색으로, 가을의 노랑과 붉은색을 거쳐 겨울의 갈색과 회색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색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달력과도 같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색채는 치유농업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자원이다. 농장은 식물이 싹을 틔우고 성장하며 꽃이 피고 열매가 익은 뒤 잎이 떨어지는 과정이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색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따라서 치유농업에서 색채를 활용한다는 것은 빨강이나 노랑, 파랑처럼 개별적인 색을 이용하는 것과 함께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변화를 몸으로 경험하는 활동으로 접근할 수 있다.
봄의 농장에서는 연두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겨울을 지낸 가지에서 새싹이 돋고 땅에서는 어린잎이 올라온다. 개나리의 노랑, 진달래와 복숭아꽃의 분홍, 목련의 흰색 등이 차례로 풍경을 채운다. 이 시기의 색은 식물이 싹트고 자라며 꽃을 피우는 과정과 함께 경험된다. 치유농업에서는 새싹을 찾아보고 어린잎의 색을 비교하거나 봄꽃을 관찰하고 수확하는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 치유 화훼장식에서도 어린 가지와 연한 녹색 잎, 밝은 꽃을 이용하면 봄이라는 계절을 작품에 담을 수 있다.
여름이 되면 농장에서는 봄보다 한층 짙어진 녹색이 풍경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녹색이라도 식물의 종류와 생육단계, 햇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색이 다양하다. 어린잎의 밝은 녹색, 충분히 성장한 잎의 짙은 녹색, 햇빛을 통과한 잎에서 보이는 투명한 녹색은 저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여기에 해바라기의 노랑, 백일홍과 맨드라미의 빨강, 수국의 파랑과 보라 등이 더해진다. 여러 종류의 잎을 수집해 색의 농담에 따라 배열하거나 꽃과 조합하는 화훼장식은 관찰과 선택, 손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활동이 된다.
가을은 자연의 색채 변화가 특히 풍부하게 드러나는 계절이다. 들녘의 벼가 익으면서 녹색은 황금빛으로 이동하고, 나뭇잎은 노랑과 주황, 붉은색으로 변한다. 감과 대추 같은 열매의 색도 깊어진다. 억새와 수수, 조, 볏짚과 마른 잎에서는 봄과 여름에 두드러지지 않았던 베이지와 갈색 계열이 풍부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색은 수확이라는 농업활동과도 연결된다. 자신이 수확한 꽃과 곡식, 열매, 잎을 고르고 화훼장식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을의 색과 농업활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겨울의 농장은 색이 절제되어 보이는 계절이다. 낙엽이 진 나뭇가지와 흙, 마른 풀에서는 갈색과 회색이 두드러지고 눈이 내리면 흰색이 풍경을 채운다. 자세히 살펴보면 소나무와 측백나무 같은 상록식물의 녹색, 나무껍질의 다양한 갈색, 가지에 남은 열매의 붉은색처럼 겨울에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색도 있다. 상록수 가지와 마른 열매, 종자, 나뭇가지와 건조 소재를 이용한 화훼장식은 겨울 특유의 색과 질감을 경험하게 한다.
색채와 사람의 정서에 관한 연구에서는 색이 감정과 인지,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되어 왔다. 최근에는 꽃의 색과 색 조합이 사람의 이완감이나 긍정적인 정서 반응과 관련된다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특정한 색의 효과와 함께 개인이 좋아하는 색과 색 조합이 긍정적인 반응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같은 색이라도 개인의 경험과 문화, 연령,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치유농업에서 중요하게 살펴볼 부분이다.
그래서 치유 화훼장식에서 계절색을 활용할 때는 봄에는 분홍, 여름에는 녹색처럼 계절의 색을 미리 정해 주는 방식보다 참여자가 자연에서 자신의 색을 발견하도록 하는 방법이 의미가 있다. 농장을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색을 찾고, 그 색을 가진 꽃과 잎, 열매와 가지를 선택하며, 선택한 이유와 떠오르는 기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 같은 가을 농장을 걸어도 누군가는 황금빛 벼를 고르고, 누군가는 붉어진 감을, 또 다른 사람은 마른 풀의 옅은 갈색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차이 자체가 치유 화훼장식의 좋은 소재가 된다.
농장에서 색을 발견하고 식물을 만지며 소재를 선택한 뒤 자신의 손으로 배열하는 과정에는 시각과 촉각, 후각과 손의 움직임이 함께한다. 완성된 작품에는 그날의 계절과 농장의 풍경, 참여자가 선택한 색과 개인적인 경험이 담긴다. 지금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는 들녘의 벼도 몇 달 전에는 연두색 어린 모였다. 수확이 끝나고 겨울이 오면 들판에는 볏짚과 흙의 갈색이 많아지고, 이듬해 봄이면 다시 새로운 연두색이 나타난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농장의 색을 발견하고 그 가운데 자신에게 다가오는 색을 선택해 표현하는 것, 그 과정은 자연의 시간을 자신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이 된다. 치유 화훼장식은 그날 자연에서 만난 색을 꽃과 잎, 열매와 가지에 담아 손으로 표현하게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농장의 색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계절색은 치유농업과 치유 화훼장식에서 매번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6. 치유 화훼장식에서 생태성의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14).
송미진. 2026.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힘, 공공공간의 치유화훼장식.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6).
기사의 무단 전제나 복제를 금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433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