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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농업과 2050년 일기예보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17 08: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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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일본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하나 보았다. 제목은 ‘2050년의 일기예보(2050年の天気予報)’이다. 실제 2050년에 발표하는 일기예보처럼 기상 캐스터가 미래의 날씨를 전한다. 2050년 8월의 어느 날, 일본 곳곳에서 40℃를 넘는 폭염이 나타나고 야외 활동이 어려워지는 미래의 모습이 펼쳐진다. 기상예보라는 익숙한 형식을 통해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보여준다.

  

이 영상에는 사연이 있다. 일본 NHK는 2014년 세계기상기구(WMO)의 캠페인에 참여해 ‘2050년의 일기예보’를 제작했다. 당시에는 먼 미래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런데 12년이 지난 2026년, 그때 2050년의 미래로 제시했던 폭염과 기후 변화의 일부가 현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NHK엔터프라이즈 등이 참여한 제작위원회는 최신 과학적 지식을 반영해 ‘2050년의 일기예보 Ver.2’를 제작했다. 국제농림수산업연구센터(JIRCAS)도 식량 문제 분야에서 제작에 협력했다.

  

이 영상에서 농업과 관련해 눈여겨볼 부분은 날씨의 변화가 곧 식량의 변화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폭염과 이상기상이 농업생산과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장래의 식량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후변화의 문제를 기온 몇 도의 상승으로 설명하는 대신 우리가 무엇을 재배하고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2050년 전남광주의 일기예보’를 생각해 보게 된다. 2050년 8월 어느 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몇 도일까. 나주의 배 과수원에서는 어떤 품종을 재배하고 있을까. 보성의 차밭과 해남의 배추밭, 담양의 딸기 시설하우스, 고흥의 유자밭은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 벼의 이앙기와 수확기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현재 우리가 지역의 대표 농산물이라고 부르는 품목 가운데 몇 가지가 2050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을까.

  

기상청의 광주·전남 기후변화 전망에서도 장기적인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 폭염과 열대야 등 극한기후의 변화가 전망돼 왔다. 특히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는 작물의 재배적지와 생육기간, 병해충 발생, 농업용수 관리와 연결된다.

  

따라서 전남광주 농업에서는 ‘오늘의 날씨’와 함께 ‘2050년의 날씨’를 경영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기후 전망을 주요 작목과 연결해 10년, 20년 뒤의 재배 가능성을 살펴보고, 고온에 강한 품종과 새로운 작목을 준비해야 한다. 파종·정식·수확 시기의 변화, 시설하우스의 냉방과 차광, 농업용수 확보, 토양 수분 관리, 가축의 고온 스트레스, 새로운 병해충에 대한 연구도 지역 단위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품종 육성도 2050년의 날씨에서 출발할 수 있다. 지금 좋은 품종이라는 평가는 현재의 기후조건에서 내려진 것이다. 앞으로 여름철 고온이 강해지고 밤 기온까지 높아지면 벼와 과수, 채소에서 요구되는 특성도 달라진다. 맛과 수량, 외관 중심의 품종 평가에 고온 적응성, 병해충 저항성, 물 이용 효율과 같은 기후적응 지표를 적극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농촌융복합산업도 영향을 받는다. 기후가 달라지면 생산되는 농산물이 달라지고, 농산물이 달라지면 가공식품과 향토음식, 농촌체험과 축제의 소재도 달라진다. 농업의 기후적응은 생산기술의 문제인 동시에 지역의 음식문화와 관광, 가공산업, 농촌 경관까지 연결되는 문제이다.

  

일본의 ‘2050년 일기예보’가 흥미로운 이유는 미래를 숫자와 그래프로만 설명하지 않고 사람들이 매일 접하는 일기예보 속으로 가져왔다는 데 있다. 전남광주에서도 이런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2050년 8월 1일 전남광주 농업 일기예보’를 한번 만들어 보면 좋겠다. 그날의 예상 기온과 강수량을 보여주고, 논에서는 어떤 벼가 자라고 있으며 과수원에서는 어떤 품종을 수확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2050년은 지금 농사를 시작한 청년농업인이 여전히 현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을 시간이다. 지금 심는 과수와 지금 육성하는 품종, 지금 만드는 농업시설 가운데 상당수는 그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오늘의 농업정책과 연구개발, 품종 선택과 시설 투자 역시 2050년의 날씨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내일 비가 오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오늘의 일기예보라면, 2050년의 일기예보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농업의 미래예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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