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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농업 2.0, 지역 내 순환과 돈의 회전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15 08: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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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농수산물 생산지역이었고, 광주는 전남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큰 소비시장이었다. 전남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광주로 들어와 소비되는 모습은 익숙했다. 전남과 광주가 통합된 현재 전남광주 농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면 생산량과 판매액에 더해 한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업에서 만들어진 돈이 전남광주 안에서 누구에게 전달되고, 다시 어디에 쓰이며, 몇 차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문제다.

  

일본의 지역경제 연구자인 오카다 도모히로(岡田知弘)는 지역경제순환에서 지역 경제주체 간의 거래와 지역 내 재투자를 중요하게 본다.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가 지역의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가 가공되고, 다시 유통·판매·서비스로 이어지면서 각 단계의 사업자에게 소득을 만들어 주는 구조이다. 이렇게 얻은 소득이 다시 지역에서 투자되고 소비되면 지역경제의 회전은 계속된다. 이 관점은 전남광주 농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남광주에서는 쌀, 채소, 과일, 축산물 등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된다. 농산물을 원물 상태로 외부에 판매하면 생산 단계에서 형성된 부가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의 몫이 결정된다. 같은 농산물을 전남광주에서 가공하고 음식으로 만들고 유통하며 관광상품과 서비스에 활용하면 각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쌀을 예로 들어보자. 전남광주에서 생산된 쌀을 지역 업체가 도정하고, 다른 업체가 떡·과자·쌀빵·간편식으로 가공하고, 전남광주의 음식점과 카페가 메뉴로 개발할 수 있다. 학교·병원·기업 등의 급식에도 공급하고 관광상품과 선물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포장, 디자인, 운송, 홍보, 판매를 담당하는 사업자도 참여한다. 하나의 농산물이 농가에서 시작해 여러 경제주체의 매출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농가가 모든 과정을 직접 담당하는 것과 지역 전체가 얻는 부가가치를 구분해서 보는 시각이다. 농촌융복합산업에서는 농가가 생산·가공·체험·판매를 결합해 소득을 높이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 내 분업이라는 관점을 더하면 농가와 가공업체, 음식점, 유통업체, 디자인업체, 관광업체 등이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하면서 함께 소득을 만드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 하마나카초(浜中町) 농협의 사례가 흥미롭다. 낙농과 유제품 생산·판매 사업이 성장하던 시기에 물류사업 진출을 권유받자 당시 농협 회장은 물류는 지역의 다른 사업자에게 맡기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한 조직이 모두 가져가는 방식보다 지역의 여러 경제주체가 역할을 나누고 부가가치를 공유하는 지역 내 분업을 선택한 것이다.

  

전남광주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농업정책에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나주 배, 담양 딸기, 광양 매실, 보성 차, 해남 고구마와 배추 등 지역 농산물을 생산 단계에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 가공·음식·유통·관광·치유농업까지 연결되는 가치사슬을 지역별로 설계하는 것이다. 농산물 하나를 중심으로 농가, 식품업체, 음식점, 카페, 숙박업체, 치유농장, 관광사업자, 물류업체가 연결되면 농업이 여러 산업의 소득을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농업을 구상한다면 광주의 역할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광주는 전남 농산물의 소비시장인 동시에 식품가공, 외식, 유통,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서비스 기반을 갖추고 있다. 전남의 생산기반과 광주의 소비·서비스 기반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면 농촌과 도시 사이에서 농산물과 서비스, 소득이 오가는 구조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업정책의 지표도 세밀해져야 한다. 생산량, 농가소득, 수출액, 판매액과 함께 전남광주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지역에서 얼마나 가공되는지, 지역 음식점과 급식업체가 얼마나 구매하는지, 식품업체가 지역 원료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농업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관광·외식·문화·치유산업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료가 축적되어야 지역경제순환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남광주 농업 2.0은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판매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가치의 회전수를 높이는 농업이다. 전남의 농가가 생산하고, 전남광주의 기업이 가공하며, 지역 음식점이 요리하고, 지역 물류업체가 운송하고, 주민과 관광객이 소비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소득이 다시 지역의 농산물과 상품, 서비스 구매와 투자로 이어지면 농업을 출발점으로 한 지역경제의 연결망은 더욱 촘촘해진다.

  

전남광주 농업의 새로운 경쟁력은 농산물이 지역 밖으로 얼마나 많이 팔리는가와 함께 농업에서 시작된 돈이 지역 안에서 얼마나 여러 사람의 소득을 만들고 다시 투자되는가에 달려 있다. 농산물의 회전보다 농산물이 만들어 낸 돈의 회전수를 높이는 것, 그것이 전남광주 농업 2.0에서 주목해야 할 지역경제순환의 방향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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