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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전통 막걸리와 식초, 담양에서부터 기록하다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 기사등록 2026-09-15 08: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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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담양의 부뚜막에서 시작된 발효의 이야기―막걸리와 전통 식초의 문화·기술·사람을 기록하다.’ 우리가 시작한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식초에 관심을 가진 동아리 회원 5명이 뜻을 모았다. 담양군 고서면과 창평면, 대덕면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잔칫날이면 술을 빚고 음식을 만들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부뚜막에서 부뚜막으로 이어져 온 막걸리와 식초의 기억을 다시 재현해 기록해 보기로 했다.

  

술과 식초를 만드는 방법과 레시피는 고서에서 현대의 전문 서적에 이르기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우리만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찾아내어 술과 식초의 원시성을 찾아보고자 했다. 책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손길, 한 가족과 마을을 먹여 살린 생활의 기술, 그리고 함께 나누며 살아온 서민들의 내밀한 이야기의 기록이다.

  

우리의 음식 문화의 주류는 사대부가의 내림 음식보다 행랑체와 남촌에서 살아가면서 부뚜막을 도맡았던 아낙들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날마다 아플 권리마저 포기하면서 아침 불을 지피고 밥을 짓고, 누룩을 띄우고 술을 빚으며 살림을 지탱했던 사람들은 이름 없는 평범한 어머니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물었다.

  

‘우리의 발효문화는 누구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왔을까.’ 첫 번째 주인공은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에 사는 85세 송순희 어르신이다. 6·25전쟁이라는 격랑 속에서도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 남은 가족과 마을을 지켜 온 분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분의 ‘손’을 존경하고 싶었다.

  

“누룩은 밀을 성글게 갈아 보슬보슬하게 물을 주고 양푼에 넣어 디뎌서 만들었어. 물을 조금만 많이 줘도 누룩이 검어져” 어르신의 기억은 또렷했다.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밀 농사가 줄어든 뒤에는 밀가루로 누룩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물기가 골고루 스며들도록 반죽해 알맞은 크기로 만든 뒤 따뜻한 방에 이불을 깔고 띄웠다.

  

“누룩은 7월이 제일 좋아. 콩잎에 싸서 비닐하우스에 두면 20일쯤 지나 노오랗게 곰팡이가 피어. 얼마나 이쁜지 몰라.” 그 누룩으로 빚은 술맛이 좋아 집에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집은 사람들이 찾아와야 집이여. 맛있다는 말 한마디 들으면 피곤한 것이 싹 없어져. 음식은 나눠야 제맛이지. 특히 술은 더 그런 것 같어.”

  

나는 이 한마디에서 우리 전통주의 본질을 만났다. 술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음식을 나누고, 서로를 이어주는 공동체의 음식이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어르신은 15년가량 술을 빚지 않았다고 했다. 술과 누룩을 단속하던 시절에는 대나무밭이며 볏짚, 나뭇짐 속에 술을 숨기기도 했다. 들켜서 벌금을 물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한 시대 서민들의 고단했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식초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시어머니가 막걸리를 만들던 시절에는 부뚜막 한쪽에 식초를 놓아 자연스럽게 발효시키고 막걸리를 담을때마다 한 대접씩 부어주니 식초는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상비약처럼 화상이나 염증에 바르기도 했지. 그런데 어느날 내가 ‘술약’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초눈이 사라지기 시작해서 부뚜막 식초가 사라져버린거야.”

  

이번 재현에서는 어르신의 기억을 존중해 술약을 넣지 않았다. 찹쌀에 누룩 40%, 엿기름 10%를 더해 막걸리를 빚었다. 어르신이 술이 많이 나오고 술맛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 술약과 엿기름이라고 했다. 술맛의 한 수가 될지, 실수가 될지도 기다려봐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이번 프로젝트가 찾는 것은 ‘최고의 술맛’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록하려는 것은 조상들이 살아온 방식이며, 그 속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다. 한 알의 밥도 허투루 하지 않고 술을 빚었던 손, 찾아온 사람에게 한 잔을 더 내주었던 마음,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힘든 줄 모르고 다시 부뚜막 앞에 섰던 삶이다.

  

첫 번째 기록을 마치며 나는 다시 깨닫는다. 아, 기술이란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구나! 그리고 그 기술을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또 하나의 발효문화일 것이다.

  

참고문헌

곽경자. 2026. 전통 토하젓에서 찾은 K-발효의 미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9.2). 

곽경자. 2026. 어머니들이 지켜낸 K-발효의 뿌리, 금주령도 꺾지 못한 누룩.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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