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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브랜드쌀 2.0, 밥맛과 용도별 최적의 쌀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14 08: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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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에서는 매년 고품질 브랜드쌀을 선정해왔다. 좋은 쌀을 생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소비자에게 우수한 전남 쌀을 알리는 데 의미가 큰 제도이다. 그런데 쌀 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리가 구입하는 것은 쌀이지만 실제로 먹는 것은 대부분 ‘밥’이다. 따라서 좋은 쌀을 평가하는 것과 맛있는 밥을 평가하는 것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쌀 상태에서는 품종, 완전미율, 단백질 함량, 수분, 외관, 도정 상태 등 여러 특성을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해 밥을 지으면 쌀 내부에서는 전분의 호화, 효소 작용, 수분의 흡수와 이동 등이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경도, 찰기, 탄력, 부착성, 단맛 등 밥의 새로운 특성이 형성된다. 쌀 상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그대로 최고의 밥맛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쌀밥 가공업체 출신인 쓰지이 교수는 쌀밥의 맛이 형성되는 원리와 새로운 쌀밥 가공기술을 연구하면서 텐시프레서(Tensipresser)를 이용해 밥의 경도, 탄력, 부착성, 찰기 등을 측정했다. 특히 사람이 실제로 먹는 상태에 가까운 따뜻한 밥의 물성을 수치화하는 데 주목했다.

  

연구 결과 압력 IH밥솥과 일반 IH밥솥으로 지은 밥에서는 경도, 찰기, 환원당량 등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압력 IH로 지은 밥은 상대적으로 경도가 낮고 찰기와 환원당량이 많았다. 같은 쌀이라도 밥을 짓는 방식에 따라 밥의 물성과 맛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여기에 음식의 용도를 더하면 쌀에 대한 평가는 더욱 세분화된다. 집에서 갓 지어 먹는 밥에 적합한 쌀과 김밥에 적합한 쌀의 특성은 다를 수 있다. 초밥에는 초밥에 어울리는 밥알의 경도와 점착성, 형태 유지력이 필요하다. 볶음밥에서는 조리 과정에서 밥알이 잘 풀어지고 형태가 유지되는 성질이 중요하다. 김밥은 식은 뒤에도 적절한 식감을 유지하면서 다른 재료와 잘 어우러지는 밥이 유리하다.

  

즉석밥은 또 다른 조건을 가진다. 밥을 지은 뒤 포장과 살균, 저장을 거치며 소비자는 다시 가열해 먹는다. 따라서 갓 지은 밥에서 좋은 특성을 나타내는 쌀과 가공·저장·재가열 과정을 거친 뒤 좋은 식감을 나타내는 쌀은 다를 수 있다. 도시락용 밥도 일정 시간이 지난 뒤의 경도와 찰기, 수분 변화가 중요하다.

  

결국 ‘좋은 쌀’이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다양한 쌀의 가치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집밥용, 김밥용, 초밥용, 즉석밥용, 도시락용, 볶음밥용, 덮밥용 등 용도에 따라 요구되는 밥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압력취반, 일반취반 등 밥 짓는 방법까지 더해지면 같은 쌀에서도 서로 다른 장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남광주 브랜드쌀 평가도 2.0으로 발전시켜 볼 만하다. 쌀 자체의 품질평가에 밥의 물성평가와 관능평가를 결합하고, 취반방식에 따른 차이와 음식별 적합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경도, 찰기, 탄력, 부착성, 환원당량 같은 수치와 실제 사람이 느끼는 맛을 함께 분석하면 각 브랜드쌀의 특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평가의 목적도 달라질 수 있다. 여러 브랜드를 한 줄로 세우는 방식에서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최적의 용도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어떤 쌀은 갓 지은 집밥에서 좋은 특성을 보이고, 어떤 쌀은 김밥이나 도시락처럼 식은 상태에서 장점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쌀은 즉석밥 가공이나 볶음밥에 적합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생산자와 미곡종합처리장(RPC), 외식업체, 식품기업 모두에게 활용 가치가 있다.

  

용도별 적합성이 밝혀지면 브랜드쌀의 마케팅도 달라진다. ‘맛있는 전남 쌀’이라는 포괄적인 홍보에서 집밥에 좋은 쌀, 김밥에 좋은 쌀, 즉석밥에 적합한 쌀처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구체화할 수 있다. 외식업체와 식품기업에는 제품 특성에 맞는 쌀을 선택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생산자에게는 자신의 쌀이 가진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시장을 찾는 자료가 된다.

  

전남 브랜드쌀 1.0이 좋은 쌀을 찾아 브랜드화하는 단계였다면, 브랜드쌀 2.0은 쌀이 밥이 되었을 때의 특성을 밝히고 최적의 취반 방법과 용도를 찾아 시장과 연결하는 단계가 될 수 있다. 어느 쌀이 가장 좋은가보다 어느 쌀이 어떤 밥과 음식에 가장 좋은가를 밝혀주는 것, 그것이 전남 브랜드쌀의 다양성을 소비시장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길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브랜드쌀 선정과 대만의 밥요리 10선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6.9.4.).

허북구. 2025. 전남 브랜드쌀, 지역 밥상과 연계되어야.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7.31.).

허북구. 2025. 전남 브랜드쌀, 광저우 박람회보다 지역 식당이 먼저다.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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