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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과 원예가공의 새로운 가능성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 기사등록 2026-09-11 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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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에서 식물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꽃을 보고 향기를 맡고, 채소를 심고 수확하며, 과일을 직접 따는 활동은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 널리 활용된다. 이러한 활동은 자연과의 접촉, 신체활동, 과업 수행과 성취 경험 등을 프로그램에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원예작물의 활용 범위를 재배와 수확 이후까지 넓혀 보면 치유농업의 또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바로 ‘원예가공’이다. 원예가공은 꽃·과일·채소·허브 등 원예작물을 수확한 뒤 건조하거나 자르고, 압착하고, 혼합하고, 발효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활동이다. 여기에 원예작물을 활용한 제작 활동까지 범위를 넓히면 꽃차 만들기, 허브 건조, 과일청 만들기, 압화, 건조꽃과 식물 향기제품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치유농업과 연결할 수 있다.

 

치유농업의 관점에서 원예가공이 흥미로운 이유는 식물과 만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데 있다. 딸기를 예로 들면 재배하고 수확한 뒤 이를 씻고 손질하여 잼이나 음료로 만드는 과정까지 연결할 수 있다. 꽃 역시 재배와 수확에 이어 꽃차, 압화, 건조꽃 등의 재료가 된다. 하나의 원예작물을 재배→수확→선별→가공→이용이라는 연속적인 활동으로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감각 경험도 포함된다. 꽃이나 허브를 선별하면서 색과 형태를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질감을 느끼며, 자르거나 비비는 과정에서 향기를 맡는다. 과일을 가공할 때는 맛과 향, 색의 변화를 경험한다. 건조 전후의 무게와 형태를 비교하거나 꽃차가 우러나면서 물의 색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활동은 시각·후각·촉각·미각 등을 활용하는 치유 프로그램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원예가공에는 ‘변화’라는 요소도 있다. 생화가 건조꽃이 되고, 과일이 잼이 되며, 허브가 차와 향기제품으로 바뀐다. 참가자는 그 변화 과정에 직접 관여한다. 자신이 재배하거나 수확한 식물이 자신의 손을 거쳐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는 경험은 활동에 대한 몰입과 성취감을 형성하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원예가공은 참가자의 특성에 따라 활동 수준을 조절하기가 비교적 쉽다. 꽃잎 고르기처럼 간단한 작업에서부터 무게 재기, 자르기, 혼합하기, 포장하기까지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참가자의 연령과 신체조건, 인지 수준 등을 고려해 역할을 배분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면 대화와 협업의 기회도 생긴다. 사회원예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간과 계절의 제약을 보완하는 데도 유용하다. 원예활동은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확한 식물을 건조·저장하거나 가공해 두면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 봄에 수확한 꽃을 적절하게 건조·보관하여 이후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여름의 허브를 말려 향기체험에 이용할 수 있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식물자원을 계절 이후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치유농장 경영에서도 원예가공은 새로운 가능성을 갖는다. 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든 꽃차나 허브차, 압화카드, 건조꽃, 식물 장식품 등은 참가자가 활동 결과물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한다. 농장에서 경험한 식물과 활동의 기억이 농장 밖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매개물이 될 수도 있다. 농촌융복합산업 측면에서는 농산물 생산, 가공, 체험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구조로 발전시킬 수 있다.

 

원예가공을 치유농업에 활용할 때는 프로그램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같은 꽃차 만들기라도 관광객에게 지역특산품을 소개하는 체험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활동의 설계가 달라진다. 치유 프로그램이라면 참가자의 특성, 활동 과정, 기대되는 변화, 관찰 및 평가방법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식품을 만드는 경우에는 위생과 안전관리도 기본적인 조건이 된다.

 

앞으로 치유농업에서 원예가공은 연구해 볼 분야가 많다. 어떤 가공활동이 고령자의 손 기능과 인지활동에 적합한지, 향기식물을 이용한 가공활동이 정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공동 가공활동이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프로그램별로 측정하고 자료화할 수 있다.

 

치유농업에서 원예작물을 바라보는 범위를 밭과 온실에서 가공공간과 식탁, 생활공간까지 넓혀 보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확장된다. 씨앗을 뿌리는 순간부터 재배와 수확, 선별과 가공을 거쳐 참가자의 손에 하나의 결과물이 남을 때까지의 과정을 치유활동의 관점에서 새롭게 설계해 볼 수 있다. 원예가공은 식물이 가진 시간과 변화의 과정을 치유 프로그램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지역특산물에서 찾는 치유농업 자원.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9.3).

김현주. 2026.치유농업에서 약용식물 가공의 활용성과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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