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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굴리스에게 배우는 공생과 치유농업 -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 기사등록 2026-09-09 1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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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에서는 식물과 자연환경이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를 주로 이야기한다. 식물을 가꾸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흙을 만지며 감각을 자극하고, 농작업을 함께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여기에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의 공생에 관한 생각을 치유농업의 관점에서 읽어 보면 사람과 식물의 관계에서 농장 생태계의 관계로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마굴리스는 미국의 진화생물학자로 세포 진화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친 학자이다. 특히 1967년 발표한 논문 「On the Origin of Mitosing Cells」을 통해 세포내공생설(endosymbiotic theory)을 현대 생물학의 주요 논쟁으로 다시 끌어 올렸다. 이 이론에서는 진핵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먼 과거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세균에서 유래해 세포 내부에 자리 잡았다고 본다. 오늘날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세균 기원은 유전체와 세포생물학 등의 증거를 통해 현대 생물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굴리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생물의 장기적인 결합이 새로운 생물학적 체계와 진화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공생발생(symbiogenesis)을 강조했다. 다만 그가 제안했던 모든 가설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세포내공생 기원은 확립된 설명이지만, 편모가 스피로헤타와 같은 세균에서 유래했다는 가설 등은 충분한 증거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마굴리스에게서 주목할 부분은 모든 진화를 공생으로 설명하는 데 있기보다 생명의 역사에서 서로 다른 생물의 관계와 결합이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시각에 있다.

  

농업 현장은 이러한 생물의 관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콩과 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의 관계이다. 적합한 리조비아(rhizobia)가 콩과식물의 뿌리에 감염되면 뿌리혹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 대기 중의 질소가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고정된다. 식물은 그 대가로 광합성을 통해 얻은 탄소원 등을 제공한다. 다만 리조비아에는 숙주와의 적합성이 있어 모든 콩과식물에서 같은 방식으로 뿌리혹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식물 뿌리와 균근균의 관계도 좋은 사례이다. 특히 수지상균근균은 식물 뿌리와 공생하면서 인과 질소 등의 무기양분을 식물에 전달하고,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화합물을 균류에 제공한다. 이러한 관계는 토양의 양분순환과 식물 생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생물학적 현상은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뿌리혹이 형성된 콩을 캐서 관찰하고, 꽃밭을 찾아오는 벌과 나비를 기록하며, 낙엽이나 볏짚이 토양에서 분해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참여자는 눈에 보이는 작물과 함께 뿌리 주변의 미생물, 곤충, 토양생물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접하게 된다.

  

치유농장의 공간 구성에도 공생의 관점을 적용할 수 있다. 사람이 감상하고 수확하는 식물을 중심으로 배치하면서 꽃가루받이 곤충의 먹이가 되는 꽃, 토양생물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 작은 생물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참여자는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면서 벌이 찾아올 꽃을 심고, 낙엽을 모아 퇴비를 만들고, 흙 속 생물이 살아갈 환경을 돌보게 된다.

  

사람 사이의 활동에도 이러한 관점을 응용할 수 있다. 치유농업 현장에는 연령과 신체 조건, 경험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참여한다. 어떤 사람은 씨앗을 잘 뿌리고, 어떤 사람은 물주기를 좋아하며, 또 다른 사람은 수확물을 정리하는 일을 편안하게 느낀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농작업 속에서 연결되면 참여자는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동의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생물학에서 공생(symbiosis)은 서로 다른 생물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현상을 폭넓게 가리키며, 모든 관계가 양쪽에 같은 정도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공생을 인간 사회의 협력이나 배려와 그대로 동일시하기보다 관계 속에서 생명현상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치유농업의 프로그램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 관점에서 치유농업의 농장은 사람에게 치유자원을 제공하는 장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사람이 흙을 돌보고, 꽃가루받이 곤충의 먹이를 심고, 토양생물이 살아갈 환경을 만들면서 자신도 그 관계망에 참여한다. 린 마굴리스가 세포 속에서 찾아낸 오래된 생명들의 결합은 치유농업에도 하나의 시사점을 던진다. 치유농장에서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가와 함께,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 질문은 공생을 치유농업의 새로운 프로그램과 공간 설계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6. 유진 오덤에게 배우는 생태계 관리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8.28.) 

최연우. 2026. 홈볼트가 발견한 자연의 연결성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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